윤 봉 중 본지 회장 어른이 되어서도 심리상태가 어린이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심리학에서는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부모에 대한 의존적 성향이 강한 사람을 일컫는 키덜트(어른아이·Kid+ Adult)란 말도 있다. 피터팬 증후군이란 용어는 기업규모나 내용으로 보아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분류되기에 손색이 없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이른바 체급의 상향조정을 애써 피하려는 한국 기업의 현실을 빗댈 때도 자주 쓰인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분류되기를 꺼리는 건 정책자금 지원혜택축소와 높아지는 사회적 의무 등 체급상향에 따른 부담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지향적 발전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기업이 많으면 경제는 활력을 잃기 마련이다. 사설(辭說)이 길어진 건 며칠 전 지인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축산업계가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광역자치단체 농축산부서를 두루 거쳐 이른바 ‘축산통’이라 할 만한 A씨가 재직시절 경험을 얘 기하며 기업규모로 성장한 일부 축산인들 중엔 의식상태가 아직도 1970, 80년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정부차원의 지원에만 기
살충제 계란파동은 한국축산의 총체적 문제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일깨워주는 사안이다. 롤러코스터처럼 춤추는 계란 값이나 빗발치는 비난여론 등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단기대책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파동에서 보듯 한국축산의 당면문제는 안일(安逸)성이다. 기본을 소홀히 하는 축산현장의 효율지상주의적 경향과 장기적 관점의 대책보다는 땜질식 단기처방에만 익숙해진 정책당국의 안일함이 살충제파동이란 참화를 낳은 것이다. 구제역이나 AI와 같은 가축질병 이 근절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본을 소홀히 한 효율지상주의나 규모화는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건 소비자들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조건이며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국내산 축산물은 설 땅을 잃고 말 것이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안목을 높인 소비자들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무한한 세상을 살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런 눈높이를 맞추려면 첫째도 둘째도 신뢰다. 질이 좋으면서도 틀림없이 안전한 먹거리라는 믿음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축
윤 봉 중<본지 회장> 한비자(韓非子)에 학택지사(涸澤之蛇)라는 고사(故事)가 나온다. 말라버린 연못 속 뱀들의 생존을 묘사한 것인데 내용은 이런 것이다. 한 여름 바싹 말라버린 연못 속에 살던 뱀들이 물이 있는 인근 연못으로 가기 위해 모였으나 마을 앞을 지나는 게 두려워 모두 망설이고 있었다. 이 때 덩치가 작은 뱀이 큰 뱀들에게 자신들을 업고 마을 앞을 지나갈 것을 제안했다. 큰 뱀이 앞장서고 작은 뱀이 뒤따라가면 사람들은 보통 뱀으로 알고 잡아 죽일지도 모르지만 큰 뱀이 덩치가 보잘 것 없는 작은 뱀을 등에 태우고 가면 사람들은 필시 자신들을 신령한 뱀으로 알고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뱀들은 이 제안을 수용했고 뱀들은 모두 새 연못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이다. 학택지사는 이른바 섬김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 종종 인용되는 고사지만 한국축산에도 딱 들어맞는 얘기다. 한국축산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바싹 마른 연못이다. 관세제로화로 가는 시계바늘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는 재협상을 해야 하며 각종 질병과 악취문제로 인해 축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비교적 힘 있게 나아가던 축산정책도 활기를
이상호 본지 발행인 눈부시도록 고운 벚꽃이 춘흥에 겨워 어지러이 흩날리던 지난 4월초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바람도 쐴 겸 일본 농협을 견학 간다며 필자에게 동행을 권유했던 적이 있다. 지인이 협동조합에 워낙 진한 애정을 가진 분인지라 동행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하고 후일담이나 들려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지인과 며칠 전 저녁을 함께 했다. 그가 다녀온 곳은 일본 남부의 오이타현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오오야마농협. 그야말로 산골에 위치한 조합이라 뭐 볼게 있나 싶었지만 실제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며 필자에게도 견학을 권유했다. 우리 협동조합에 참고가 될 것 같아 지인의 견학소감을 재구성 해봤다. #오오야마농협 방문은 시종일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 조합 옆 공터에는 흰 차일이 여러 개 쳐진 가운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파는 상인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은잔치였다. 조합사업 전이용대회나 조합원단합대회이겠거니 했던 우리의 짐작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일선조합이 상인과 시민들을 초청, 사은행사를 개최한다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진로와 역할을 우리나라
윤봉중 본지 회장 이런 아이러니도 없을 것 같다. 각종 질병으로 인해 비상이 걸리고 민생현장에서 체감하는 나라경제는 심각한 불황의 터널을 헤매고 있는데 우리 축산현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물론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축산물시세는 축산현장에 단비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축산은 위기다. 축산인들의 인식이나 체감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경제를 얘기할 때 흔히 ‘삼성착시’를 들먹이는 논자들이 적지 않다. 반도체와 모바일분야에서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는 삼성 때문에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전체적인 수출마저 호조를 보이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이다. 무리한 비유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한국축산 역시 이와 유사한 착시현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당면한 축산물시세가 그렇고, 놀라울 만큼 짧은 기간에 이행된 축산경영단위의 전기업화가 그렇다. 농업총생산액의 42%를 상회하는 축산업의 외형적 비중도 우리 축산의 위기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 이후 질풍노도의 고도성장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으나 이를 뛰어
윤봉중 본지 회장 아이들 오줌 지리듯 찔끔 거리던 비가 마침내 쏟아 붓고는 있지만 날씨스트레스는 좀체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유난히 습하고 더운 날씨 탓에 스트레스지수는 위험수준을 넘나든다. 스트레스로 치자면 요즘 농축산관련 단체들을 바라보는 것도 이에 못지않다. 불신과 반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단체들의 모습은 이솝우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태양이 이글거리며 뜨거운 대지엔 흙먼지가 풀풀 날리지만 비는 내릴 기미조차 없고 숲 속엔 작은 옹달샘 하나만 남았다. 당연히 옹달샘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져 종국엔 숲속의 강자(强者)인 사자와 멧돼지가 맞붙었다. 사자와 멧돼지는 혈투를 벌였지만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둘은 지친 나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벌렁 누워 버렸다. 그 때 공중을 선회하던 독수리와 까마귀가 이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둘은 싸움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 이 둘의 싸움도 끝까지 가면 승부는 나게 돼있다. 그런데 둘은 공멸(共滅)이란 파국을 피하기 위해 화해를 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싸우다가 기력을 다하거나 상대의 일격에 자신이 나가떨어질 경우 둘 다 독수리나 까마귀의 먹이가 될
이상호 본지 발행인 종식됐다고 믿었던 AI가 그것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에 나왔으니 가슴이 철렁했다. 하기야 가슴 철렁할 일이 어디 AI뿐이겠는가. 구제역도 그렇고, 무허가축사 적법화문제가 제기될 때도 그랬다. 우리 축산은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데에서 가슴 쓸어내릴 일이 반복되고 있다. 축산종사자들이나 알던 AI나 구제역이란 단어는 이제 일반 국민들에게도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이 감기를 앓거나 기운 없어 보이는 친구를 AI나 구제역에 걸린 것 아니냐며 놀린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반복되는 축산현장의 문제점 노출은 축산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축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예전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안티도 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축살처분 보상금과 매몰비용 부담이 가뜩이나 자립도가 낮은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불만을 쏟아내는가 하면 민원을 이유로 대 축산규제용 조례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 축사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지만 해본들 소용도 없다. ‘축산물은 좋은데 축산은 싫다’는 인식이 싹트고 축산의 입
석 희 진 원장(한국축산경제연구원) 대선 과정에 우리 축산인들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약을 발굴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각 당에 전달했었다. 또 각 당에서도 이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면 축산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어 축산에 대한 정부여당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4대 비전, 12대 약속, 201과제로 구성되어 있는 공약집에 축산은 1개 과제에 10개의 소 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마저도 반려동물 보호 육성을 중심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축산은 규모화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분뇨 문제, 질병 문제, 항생제 문제 등 가축사육과 관련된 문제와 축산물 소비와 관련 동물성 지방에 대한 오해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친환경축산과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한 정부, 학계, 농가, 업계의 부단한 개선 노력으로 이제는 아래와 같은 식량안보, 국민건강 증진, 농촌경제 발전, 국민 삶의 질 향상, 차세대 핵심 성장 산업 등 그 가치는 국가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첫째, 식량안보에 핵심 산업이다. 지난 20년간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은 1.4
김 영 란 편집국장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아는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생각하기 싫은 말 이지만 공든 탑 무너질까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 축산업계에서 나타나고 있기에 꺼내 본다. 그동안 우리 축산업은 고도성장을 해 오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부작용에 대해 이제 이해를 구할 시간도 없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 와 버렸다. 축산업을 바라보는 비축산인들의 곱지 않은 시각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축산인들은 가축을 자식처럼 여기니 냄새가 나도, 병이 나도 그냥 눈 질끈 감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히 진행형인데다 어찌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악성가축질병의 발생과 확산으로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UR에서 FTA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경쟁력’이란 단어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회자되고 있다. 이 단어를 빼면 대책도, 보고서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단골 메뉴다. 심지어 축산업경쟁력 강화 위원회도 만들어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까를 놓고 머리와 무릎을 맞대고 다양한 정책을 생산해 냈다. 그렇게 했으면 뭐하랴. 질병 하나 때문에 경
이상호 본지 발행인 한우 수출 일본처럼 긴 호흡…과욕과 성급함 버려야 성공 그렇지 못할 경우 심비듐 수출 전철 밟게 돼 농산물수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제살 깎아먹기 식’ 과당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선발업체의 성공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너도 나도 덤벼드는 통에 아귀다툼이 벌어져 ‘수출 솥단지’가 달궈지기도 전에 식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농산물수출은 지자체의 보조금이 시장을 망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보조금을 타낸 수출주체들이 생산비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수출에 나서는 것이다. 보조금이 밑지는 부분을 커버하는 셈인데 일선 지자체 입장에서도 수출은 홍보가치가 뛰어난 ‘호재’일 수밖에 없다. 수출주체의 성급함과 과욕, 그리고 지자체의 ‘묻지마 식’ 지원이 맞물리면서 농산물수출은 피다 만 꽃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중반의 대중 심비듐(호접란) 수출이다. 심비듐은 중국인들에게 춘절(설) 선물용으로 각광받는 품목으로 일본과 대만산(産)이 인기를 끌었다. 이 틈바구니를 한 원예조합이 파고 들었다. 이 조합은 시범수출이 좋은 반응을 얻자 현지에 비닐하우스를 임차, 개화시기를 선물수요가 몰리는 시기와 맞춤으로써 물량이
요즘 우리 축산업계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적어도 외양상으로는 태평성대(太平聖代)이며 천하태평이다. 업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축산물시세가 그런대로 받쳐 주고 걱정했던 구제역이나 AI도 종식되어서일까.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로 시름하는 일선현장을 제외하면 조용하다. 태평스럽기 그지없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한국축산이 정말 태평한 걸까. 결단코 아니다. 지금 구가(謳歌)하는 현실은 일종의 착시효과일 뿐이다. 설령 착시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이며 찰나적 현실이다. 극심한 치통(齒痛)으로 잠 못 이루는 밤에도 잠시 동안의 평화가 있듯이 우리는 지금 그런 평안함을 현실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대선 때 각 당 후보들에게 축산의 미래를 위한 정책주문에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축산업계의 모습은 이런 소회를 갖기에 충분하다. 준비하지 않는 미래의 모습은 참담할 뿐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지금 무허가축사 적법화와 같은 코 앞의 일도 발만 동동거릴 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 축산업은 무허가 축사문제가 내년 3월로 정해진 시한까지 가시적 해결이 되지 않을 경
우리 축산업에 대한 안티와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티와 편견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확산시키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축산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이 땅에서 축산은 교과서적 의미로만 존재했을 뿐 그 실체는 유축농업(有畜農業) 즉 농가부업에 머물러 있었다. 가축의 축력(畜力)과 그 배설물을 작물재배에 활용하던 당시엔 축산이 농업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서 농촌전경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1960년대 이후의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점차 규모화된 산업으로 성장하고 이로 인한 그늘이 생긴 것이다. 우리 축산업에 드리워진 그늘은 산업의 규모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인 동시에 문제점이며 이는 타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극복의 대상이지 결코 배척대상이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축산을 둘러싼 안티와 편견이 늘고 있음은 축산과 농촌경제 나아가 국익차원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를 기준할 때 축산업 총생산액은 20조원에 달해 1차 산업 총생산액의 43%를 차지함으로써 농촌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민 1인당 축산물소비량도 135kg에 달해 주곡인 쌀(60kg)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