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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성대에서>오오야마에서 생각해보는 협동조합

  • 등록 2017.07.28 10:28:35

이상호 본지 발행인

 

눈부시도록 고운 벚꽃이 춘흥에 겨워 어지러이 흩날리던 지난 4월초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바람도 쐴 겸 일본 농협을 견학 간다며 필자에게 동행을 권유했던 적이 있다. 지인이 협동조합에 워낙 진한 애정을 가진 분인지라 동행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하고 후일담이나 들려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지인과 며칠 전 저녁을 함께 했다. 그가 다녀온 곳은 일본 남부의 오이타현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오오야마농협. 그야말로 산골에 위치한 조합이라 뭐 볼게 있나 싶었지만 실제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며 필자에게도 견학을 권유했다. 우리 협동조합에 참고가 될 것 같아 지인의 견학소감을 재구성 해봤다.
#오오야마농협 방문은 시종일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 조합 옆 공터에는 흰 차일이 여러 개 쳐진 가운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파는 상인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은잔치였다. 조합사업 전이용대회나 조합원단합대회이겠거니 했던 우리의 짐작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일선조합이 상인과 시민들을 초청, 사은행사를 개최한다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진로와 역할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확인한다는 점에서 견학일정 내내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다.
오오야마농협은 조합원 500명에 직원은 대략 200여명(정규직 70명). 이날 직원들은 모두 유니폼을 입고 고객들에게 음식서비스를 하며 불편사항을 청취하는 등 소비자들과의 소통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음식 앞에는 한 결 같이 누가 어디서 생산한 식재료인지를 알리는 푯말이 놓여 있었다. 이 역시 국내에선 보기 드문 일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촌스럽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수수했지만 내용은 철저히 고객중심이었다. 조합장은 행사장에 등장하는 그 흔한 단상도 없이 농산물창고에 쓰는 팔레트 위에 서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 조합장에게 지역정치인이나 기관장소개가 없는 이유를 물었더니 “오늘 주빈은 고객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초청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든 행사는 내빈소개와 같은 의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를 완벽히 책임지는 오오야마농협은 일촌일품(一村一品)운동과 로컬푸드(Local Food)운동의 선구자로 꼽힌다. 조합관계자에게 조합원들이 농자재를 어떻게 구매하며 전이용대회는 개최하느냐고 질문해볼까 망설이다가 하나마나한 질문이 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오오야마농협은 직영식당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명절음식을 서비스하기도 한다. 외지로 나간 자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고령조합원들에게 음식을 장만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물론 소정의 비용이 부과된다.
이번 견학을 통해 일선조합의 사업은 조합원농가의 이익과 철저히 밀착시켜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위기에 처한 협동조합의 개혁은 전이용대회나 사업활력화대회를 대고객 사은행사로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콘크리트에 비유되는 기존의 틀, 즉 일선조합에 대한 현행 관리시스템 하에서는 어림도 없을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오오야마농협을 견학하려면 우리 돈으로 1인당 대략  3만5천원(견학비2만원+직영식당식비1만5천원)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오는 견학인원이 꽤 많다고 한다. 그런데 조합관계자가 사업내용에 대한 구체적이며 진지한 질문 보다는 자매결연이나 MOU 체결 가능성부터 먼저 묻는 분들이 없지 않다고 말해 정말이지 당혹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