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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년 후 농협

심각한 조합원 고령화
10년 후 75세 이상이 대다수
농촌은 피폐한데
농협 위기 인식 못한 채
거대 몸집 유지에 급급

  • 등록 2017.11.24 13:20:20

 

윤 봉 중 본지 회장

며칠 전 모처럼의 대청소 끝에 책장 뒤쪽에서 ‘10년 후 한국’이란 책을 찾았다.
2004년 서점에 나오자마자 구입하고 밤새워 읽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3년이라니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세월이 한 순간처럼 느껴진다. 경제학자인 저자(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장)는 이 책에서 이른바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10년 후 한국의 모습을 진단하고 있다.
먼지를 털어 낸 책을 다시 읽다가 거대조직 농협의 10년 후를 생각해봤다. 필자에게 농협이 처한 여러 가지 상황이나 10년 후를 이 책의 저자처럼 명료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능력은 없지만 농협의 미래를 어림해볼 수 있는 요소는 한 둘이  아니다.
현재 농협조합원은 65세 이상이 70%이며 70세 이상도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끝자리까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더라도 농촌인구의 고령화추세를 감안하면 크게 틀린 수치는 아닐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10년 후 농협 조합원들의 연령분포는 75세 이상이 70%, 80세 이상이 40%에 달하게 된다. 현 조합원들이 그때까지 조합원자격을 유지할 경우 그렇다는 얘긴데 이런 상황은 농협으로서는 재앙이다. 물론 귀농·귀촌으로 인한 신규유입이 있겠지만 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이 상황에서 농협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두 장이다. 먼저 현행대로 갈 때 까지 가보고 명실상부한 금융그룹으로 슬쩍 변신하는 것이며, 나머지 한 장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몸부림을 쳐 보는 것인데 농협이 취해 온 그간의 행보로 볼 때 첫 번째일 가능성이 크다.
지주회사 체제가 이미 기정사실이 된 마당에 첫 번째 카드를 탓하는 건 소용없는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면 금융그룹이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이 명실상부한 주인임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하고 경제사업과 지도 등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은 연합회와 같은 보다 협동조합적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대책도 없이 지주회사라는 이름으로 경제(지도)와 신용을 양손에 떡 쥐듯 하려는 지금의 모습에서는 기득권의 망령마저 느껴진다.
각설하고 ‘10년 후 농협’을 상상하면 지난여름의 말라 버린  저수지가 자동으로 오버랩 된다. 75세이상 조합원이 70%-그것도 최소한-에 이를 10년 후를 농협은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농협에서는 이념교육과 밤샘 토크 등이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과문(寡聞)한 탓인지는 모르나 이런 이벤트에서 ‘10년 후 농협’의 상황을 주제로 고민하고 토론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 상황을 재앙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농협이 농민 없는 농협을 진정 위기로 인식한다면 거대한 몸집 유지에만 급급한 현상황을 빨리 탈피해야 한다. ‘대농민 실익증진’을 구호만이 아닌 실질적인 사업 및 지도기능을 통해 실천함으로써 기존 농가의 이탈을 막는 한편 귀농을 통한 신규유입의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 시대착오적인 종합농협의 꿈에서 벗어나 축산과 미작, 과수원예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농협의 주요 간부나 임원들 중 10년 후까지 농협에 남아 있을 사람은 현실적으로 한 사람도 없다. 그런데 이들이 ‘새 농협’의 초석을 놓아 주어야 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10년 후 농협’에 대한 농협 지도부의 비전과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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