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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론>멈춰야 할 때 멈춰야 한다

지상에서 맹수들끼리 피투성이 되도록 싸우면
그 전리품은 독수리와 까마귀가 차지할 수도…

 

윤봉중 본지 회장

 

아이들 오줌 지리듯 찔끔 거리던 비가 마침내 쏟아 붓고는 있지만 날씨스트레스는 좀체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유난히 습하고 더운 날씨 탓에 스트레스지수는 위험수준을 넘나든다. 스트레스로 치자면 요즘 농축산관련 단체들을 바라보는 것도 이에 못지않다. 불신과 반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단체들의 모습은 이솝우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태양이 이글거리며 뜨거운 대지엔 흙먼지가 풀풀 날리지만 비는 내릴 기미조차 없고 숲 속엔 작은 옹달샘 하나만 남았다. 당연히 옹달샘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져 종국엔 숲속의 강자(强者)인 사자와 멧돼지가 맞붙었다. 사자와 멧돼지는 혈투를 벌였지만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둘은 지친 나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벌렁 누워 버렸다. 그 때 공중을 선회하던 독수리와 까마귀가 이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둘은 싸움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 이 둘의 싸움도 끝까지 가면 승부는 나게 돼있다. 그런데 둘은 공멸(共滅)이란 파국을 피하기 위해 화해를 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싸우다가 기력을 다하거나 상대의 일격에 자신이 나가떨어질 경우 둘 다 독수리나 까마귀의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상사의 일반적 해결방식이지만 최근 농축산단체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다툼에는 이런 상식이 먹힐 것 같지가 않다.
농축산단체나 이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멈춰야 할 싸움을 멈추지 않고, 화해해야 할 때 화해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소아(小我)에 사로잡혀 다툼을 벌이느라 농축산업을 대변해야 할 비례대표마저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입만 열면 개혁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농협의 사외이사는 서로 하려고 암투를 벌인다.
최근 농협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는 일부 단체들 사이에서 실력행사를 하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니 농협도 농협이지만 실로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축산 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생산자단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는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농협과 품목별 생산자조직간의 역할분담이 없는 가운데 식품기업의 축산 참여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같은 콩깍지속의 콩이랄 수 있는 축산과 수의분야의 끝이 안보이는 갈등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무허가축사 적법화는 메치나 엎어치나 축산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고, 일반식품기업의 축산진입 러시는 전업단위 개별농가의 설 공간이 없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축산을 규제하려는 지자체의 조례는 속속 제정되고 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축산은 그야말로 반토막이 난다. 중소가축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한우산업 마저도 기업자본의 무대로 바뀌고 있다. 경제주체로서의 한 분야가 산업으로 인식되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총생산량과 함께 종사인구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생산자단체의 존립근거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생산자단체들이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승적 협력에 나서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갈등과 다툼은 어느 조직에서나 있게 마련이다. 이걸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용기며 지혜란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공중을 선회하며 축산을 내려다보는 ‘독수리’와 ‘까마귀’를 바라보면 문제는 풀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