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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축산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

  • 등록 2017.07.21 10:29:26

윤봉중 본지 회장

이런 아이러니도 없을 것 같다. 각종 질병으로 인해 비상이 걸리고 민생현장에서 체감하는 나라경제는 심각한 불황의 터널을 헤매고 있는데 우리 축산현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물론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축산물시세는 축산현장에 단비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축산은 위기다. 축산인들의 인식이나 체감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경제를 얘기할 때 흔히 ‘삼성착시’를 들먹이는 논자들이 적지 않다. 반도체와 모바일분야에서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는 삼성 때문에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전체적인 수출마저 호조를 보이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이다.
무리한 비유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한국축산 역시 이와 유사한 착시현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당면한 축산물시세가 그렇고, 놀라울 만큼 짧은 기간에 이행된 축산경영단위의 전기업화가 그렇다. 농업총생산액의 42%를 상회하는 축산업의 외형적 비중도 우리 축산의 위기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 이후 질풍노도의 고도성장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으나 이를 뛰어넘지 못한 채 활력을 잃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선진국들은 멀리 달아나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축산도 영세부업농가 위주에서 UR협상에 이은 WTO 체제출범과 FTA를 거치며 급속한 전기업화를 이뤄냈으며 이를 토대로 농촌경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이는 한국축산이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성장의 그늘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속한 규모화에서 파생된 환경문제와 효과적인 방역대책이 없는 가운데 빈발하고 있는 각종 질병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 축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반(反)축산 정서확산의 주요인이란 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축산의 존폐가 걸린 무허가축사 적법화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중첩된 과제들로 인해 한국축산은 위기에 처해 있지만 이에 대처하는 모습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농정의 큰 줄기는 여전히 쌀 중심에서 한 치도 이동하지 않고, 축산정책은 표류중이다. 지방정부는 조례를 통해 축산을 규제하는데 급급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데 앞장서야 할 생산자조직의 존재감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최대의 위기인지도 모른다.
열악한 여건을 극복하며 오늘에 이른 한국축산은 나름의 저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축산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이러한 저력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호황이라고 까지 얘기하는 축산물시세에 취해 있는 사이에 국내산 축산물의 자급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리 고유의 유전자임을 자랑하는 한우가 37%이며 돼지는 70%선이 무너졌다. 유제품은 거의가 수입품이다.
이것이 위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축산업계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축산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며 여기에는 경영규모별 타협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생산자조직 간의 협력도 전제되어야 한다. 축산내부가 이러한 모습을 보일 때 축산정책도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작금의 위기를 낭비 하지 말기 바란다. 어떻게 가야 하며,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놓고 모두 협력하며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동시에 축산 때문에 존재하는 그 많고 많은 단체와 기관들이 본연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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