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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요환담>작은 뱀을 업고 행진하라

경영체의 다양성이 건강한 축산 생태계 만들 것
‘큰 뱀이 작은 뱀 업는다’는 고사 속 교훈 새겨야

  • 등록 2017.08.01 18:14:25

윤 봉 중<본지 회장>

 

한비자(韓非子)에 학택지사(涸澤之蛇)라는 고사(故事)가 나온다. 말라버린 연못 속 뱀들의 생존을 묘사한 것인데 내용은 이런 것이다.
한 여름 바싹 말라버린 연못 속에 살던 뱀들이 물이 있는 인근 연못으로 가기 위해 모였으나 마을 앞을 지나는 게 두려워 모두 망설이고 있었다. 이 때 덩치가 작은 뱀이 큰 뱀들에게 자신들을 업고 마을 앞을 지나갈 것을 제안했다. 큰 뱀이 앞장서고 작은 뱀이 뒤따라가면 사람들은 보통 뱀으로 알고 잡아 죽일지도 모르지만 큰 뱀이 덩치가 보잘 것 없는 작은 뱀을 등에 태우고 가면 사람들은 필시 자신들을 신령한 뱀으로 알고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뱀들은 이 제안을 수용했고 뱀들은 모두 새 연못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이다.
학택지사는 이른바 섬김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 종종 인용되는 고사지만 한국축산에도 딱 들어맞는 얘기다.
한국축산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바싹 마른 연못이다. 관세제로화로 가는 시계바늘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는 재협상을 해야 하며 각종 질병과 악취문제로 인해 축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비교적 힘 있게 나아가던 축산정책도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축산생산액이 전체 농업의 45%에 육박하고 돼지 한 품목이 쌀생산액을 앞지르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축산의 연못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이로 인해 영세농가를 중심으로 이탈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중소가축은 전수(全數) 전기업규모 경영체이며 한우마저도 급속히 전기업체제로 재편되는 추세다. 이탈농가의 사육마리수가 전기업경영체로 흡수되는 것은 필연이다. 그러나 한우산업이 수 천두 규모의 1천~2천개 경영체로 재편되고 한돈이 1만두 이상 경영체만 남았을 때도 지금과 같은 축산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과장이 아니다. 유사계열화인 위탁사육을 통해 수 만두를 확보한다는 목표아래 전국 가축시장에서 송아지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경영체도 있다.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유통, 가공기능까지 갖춘 수 천두 규모의 경영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업 급(級) 경영체의 출현이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이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 축산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서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축산이 식량산업으로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경영체의 다양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최근 한우송아지 값이 400만원을 호가하는 이면에는 초대형 경영체들이 있다는 지적은 한우산업이라는 생태계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축산은 이제 고사속의 뱀들처럼 물이 있는 연못으로 가야 한다. 연못을 찾아가는 길은 다양한 형태의 경영체들이 반드시 함께 건너야만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대농가 지원사업 수혜대상의 일부조정 등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의 축산정책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축산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경영체들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급한 발걸음을 잠시 멈추면 보일 것도 같은데 자꾸만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낙천적이지 못한 내 성격 탓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