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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코로나19로 인한 유가공 산업의 경제적 감염

  • 등록 2020.05.07 10:41:20


윤 요 한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우리나라 유가공 산업의 현황이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식습관 변화에 의한 소비의 감소, 출산율의 급감, FTA 체결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유제품 수입 등이 우리나라 유가공 산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이젠 위기가 턱밑까지 와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하고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2월 24일에 금융투자회사인 JP모건이 우리나라 코로나19 감염환자 수를 만 명으로 예측했었다. 그 당시 우리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했지만 JP모건의 예측이 맞았다.
그동안 우리 주변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를 강력하게 권고했다.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소비지출이 감소했고 제조업의 매출이 급감했다.
무엇보다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우유급식이 중단되어 유제품 소비량이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주가는 요동치기 시작했고 코스피지수가 1천400선까지 급격히 하락했다. 각국의 양적완화, 질적완화 정책 때문인지 주가는 다시 1천900선까지 회복을 했다.
하지만 IMF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장에 반영되는 시점이 5∼6월이다’라고 최근 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 Reports)를 통해 발표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는 금융시스템의 붕괴였고 몇몇 나라에만 국한되었지만 지금 코로나19 사태는 금융시스템 문제가 아닌 실물경제 충격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웬만한 주요국이 모두 이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JP모건은 ‘1, 2분기에 우리나라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물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우리나라 유가공 산업에 대한 코로나19의 경제적 감염은 아직 잠복기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 이 상황이 우리를 계속 괴롭혀온 매출감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정부의 우선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제품 수입 증가에 대한 원인을 알아내야 하고 열등한 가격경쟁력에 대한 원인도 유가공 산업 전체를 살펴보고 분석해 내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 이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이제 ‘가장 좋은 방법보다 가장 덜 나쁜 방법’을 택해야 하는 위기의 시기가 온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성도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는 유가공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유제품으로는 이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 해야할 것은 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우리 사회에 발생할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변화이다.
3월 16일 파이낸셜 타임즈의 기고문에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폭풍은 지나가고 인류는 살아남겠지만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사회가 우리에게 곧 나타날 것이다.
이 변화에 대해 확신을 초월하는 영역에서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유가공 산업은 지금의 위기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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