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기틀 마련…100여명 기념식서 업적 기려
한국기업양돈의 시초로, 양돈의 산업화에 초석 된 용인자연농원 양돈사업부.
그 조직은 사라졌지만 한국양돈사의 한편을 장식하고 있는 양돈사업부가 이달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이곳에 몸담았던 이들로 구성된 ‘양돈사업부’(회장 강한구, 이하 양돈부)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 소재 에버랜드 홈브리지 힐사이드에서 기념식을 갖고 축산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故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을 떠올리며, 자연농원이 한국 양돈산업에 미친 업적을 기렸다.
삼성그룹 입사 5년만인 지난 73년 자연농원 양돈사업부 초대 책임자로 발령받았다는 윤희진 양돈부 고문(다비육종 회장)은 1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이날 기념식에서 “지난 70년대초 에 삼성그룹의 비전사업으로 전자부문과 함께 축산을 지목할 정도로 이병철 회장의 애정과 통찰력은 대단했다”며 “자연농원 출범은 국내 양돈산업이 체계를 갖춰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원종돈 도입과 AI센터 설립, 입질사료개발과 전산관리 시도 등이 모두 자연농원에 의해 국내 최초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600만달러 규모의 돼지고기를 수출하기도 했다. 특히 최신 해외기술을 습득한 양돈전문가들이 자연농원의 양돈사업 철수와 함께 각 분야에 진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국내 양돈업계의 초대 인력양성소가 됐다는 평가가 이뤄질 정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회원들 사이에서는 지난 90년 3월 이뤄진 자연농원의 양돈사업부 폐쇄 조치에 대한 회한도 적지 않았다.
정영철 고문(정P&C연구소장, 73년 7월 입사)은 “일본 출장 때마다 농업용 비디오 시청을 통해 많은 양돈지식을 쌓은 이병철 회장은 우리 축산이 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을 뿐 만 아니라 ‘축산보국’에 대한 의지도 누구보도 강했다”면서 “대기업은 축산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양돈사업을 포기했지만 당시 이회장이 생존해 계셨다면 수출전문 사업장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해서라도 사업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윤희진 고문은 이에대해 “양돈사업부에 근무했거나 기억하는 사람들이 자연농원(에버랜드)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보니 회사에서도 잊혀진 조직이 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우리 양돈인들의 마음과 한국 양돈사에서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연농원 양돈사업 당시 사진, 그리고 다양한 기록물과 함께 40주년 기념식장 한켠을 장식한 메모장에는 회원들의 자부심과 긍지가 투영된 메모들이 가득했다.
“여러분들이 이병철 회장의 유훈인 축산보국을 실현했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모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