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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뿌리깊은 나무가 되려면

■시론 / 윤봉중<본지 회장>

  • 등록 2011.05.16 11:45:12
 
우리나라가 수출대국으로 도약하게 된 이유를 수출드라이브정책과 속도감 있는 오너경영의 강점에서만 찾는다면 반(半)만 맞는 답이다. 나머지 반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국산품애용이 곧 애국이라고 믿어 온 국민의식이다. 관세장벽을 치며 국산애용을 장려해온 정부정책에 힘입은 바 크지만 고도성장기 국민들의 국산애용은 그야말로 눈물겨웠다. 적어도 일반 국민들에게 있어 수입소비재는 사치이며, 지탄의 대상이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오늘날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비교가 어려운 점이 없지 않지만 우리 축산업도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 성장한 산업에 속한다. UR협상 이후 축산물시장이 전면 개방됐지만 축산업이 여전히 우리 농촌경제를 이끌어가는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사랑 덕분이다. 한우의 예에서 보듯 우리 국민들의 국내산 축산물 사랑은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에서 무조건적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라는 언급이 있을 정도다. 국민들의 이러한 사랑이 없었다면 한국축산의 토양은 많이 척박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사랑은 불변요소가 아니다. 수입차를 동경하면서도 실제구매는 꺼리던 국민들이 빠른 속도로 수입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 1분기 수입차 점유율은 7.9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현실화 된 것은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차가 줄어들고, 소득수준이 높아진 탓이지만 더 이상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봉’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성난 마음도 크게 작용했다. 아직 대세는 아니라지만 자동차 메이커들이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시 우리 축산업에 눈을 돌려 보자. 온 나라를 뒤집어놓았던 FMD 파동 이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또 정부 일각에서 축산에 대해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입차 범람이 자동차 메이커가 국민들의 마음(해외 소비자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고 믿는)을 사지 못한데서 기인한 것이라면 우리 국민들이 겪은 FMD 파동은 국내산 축산물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볼 때 외형적 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국축산의 최대 과제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고, 그간의 사랑에 보답하는 일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질 좋고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해도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호감이 가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생산외적인 측면에서 정말이지 친근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급속한 전기업화로 성장해온 우리 축산업은 농촌경제를 견인해온 ‘공로’에도 불구하고 농촌현장에서 후한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농지내 자유로운 축사진입이란 취지에서 이뤄졌던 농지법 개정 때 경종농업 쪽 반대가 극심했던 것은 단적인 예에 속하는 것이다.
이제 축산현장은 친환경적인 생산환경을 조성, 도시인들의 전원주택과도 이웃할 수 있어야 하며, 축산인들의 유무형적인 지역사회 공헌도 활발해져야 한다. 이웃들이 아무런 불편 없이 축산농가와 공존할 수 있는 환경과 지도적 위치에 있는 축산인들의 도덕적 책임이나 희생 없이는 더 이상의 전진이 불가능한 게 오늘날 한국축산의 현실이며, FMD 파동은 그걸 준엄히 일깨워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축산현장에서 일고 있는 아름다운 농장 가꾸기와 같은 친환경운동과 생산자단체들의 사회공헌기금 모금, 젖소나눔 운동 등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내(川)를 이루고 이것이 모여 강(江)이 될 때 한국축산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우뚝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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