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정부, 미래성장산업 선정…정책·경제적 지원 사격
지자체는 세포배양육 특구 유치…생산기반 독려
대기업 중심 식물성 단백질 제품군 라인업 확대
국내 인공 축산식품 산업계가 심상치 않다.
식물성 제품을 중심으로 출시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물론 세포 배양기업과 기술에 대한 자본 투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 이어 광역지자체까지 세포배양육 생산기반을 독려하고 나서며 축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북 의성 일대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세포배양식품 규제 특구’로 지정됐다. 특구에 들어서는 기업들은 오는 2028년 12월까지 규제 없이 세포배양 식품 연구 및 상용화가 가능하게 됐다.
경북도와 의성군은 2026년 하반기 완공 목표인 의성 바이오밸리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세포배양 식품 기업 유치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에 앞서 지난 2월 배양육 원료를 기준·규격 인정 대상에 추가하면서 제도적으로 배양육 생산의 길을 터줬다. 이에 따라 한우와 돼지 배양육 생산 등을 목표로 한 국내 스타트업들의 인정 신청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의 경우 ‘푸드테크 산업 육성방안’ 마련과 함께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한편, 얼마전에는 오는 2026년까지 인공축산물을 포함한 대체식품 분야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구축에 105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정부의 모든 부처가 인공축산물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선정하고 앞다퉈 정책적, 경제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관련 기업들은 보다 유리한 산업 환경에서 인공 축산식품 기술 개발과 양산, 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식물성 인공 축산식품의 시장 확대 추세가 눈에 띈다.
신세계 푸드(베러미트), 롯데푸드(엔네이처 제로미트). 농심(베지가든), 대상(미트제로), 풀무원(지구식단), CJ제일제당(플랜테이블),동원 F&B(마이플랜트) 등 대기업들은 브랜드 제품 위주로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제품군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의 경우 최근 식물성 조직 단백질(TVP)을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풀무원은 글로벌 식품 원료개발 및 신소재 기업 등과 MOU 등을 통해 TVP 품질 개선 및 제품군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동원F&B의 경우 지난 2019년 미국의 대표적 식물성 인공 축산식품 생산기업인 비욘드미트와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200억원을 조금 상회하던 국내 관련 시장 규모가 오는 2050년에는 3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구체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포 배양을 통한 인공 축산식품 기술개발 및 양산화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정부 R&D 투자가 늘면서 셀미트, 다나그린, 티센바이오팜, 스페이스에프, 심플플래닛, 씨워드 등 배양육 관련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출현했다. 대기업들은 이들 스타트업과 MOU 또는 투자계약 등을 통해 세포배양 인공축산식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 축산식품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의 행보가 가속화 되고, 향후 천연 축산식품 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수 있다는 글로벌 연구기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지만 막상 축산업계 차원의 조직적인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양축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현안이 적지 않다보니 특별한 이슈가 아닌 이상 아무래도 (인공 축산식품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양육의 경우 대중화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고, 그나마 양산이 이뤄지고 있는 식물성 인공 축산식품 시장 역시 당분간 큰 폭의 매출성장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과 기업들의 관심, 연구 현황 등을 감안할 때 예상 보다 앞서 인공 축산식품에 의한 천연 축산식품 시장 잠식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축산업에 대해서는 규제 일변도의, 인공 축산식품 산업과 정반대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정부 정책의 대전환을 위해서라도 축산업계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전략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가고 있다.
축산학계의 한 관계자는 “인공 축산식품이 환경친화적인 미래지향형 산업인 반면, 축산업은 구시대적 산업처럼 인식돼 가고 있는 추세는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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