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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연재 윤희진 ‘스토리’를 읽고

■데스크 칼럼

  • 등록 2011.02.16 15:22:12
양돈인 윤희진, 그는 여느 양돈인과 뭔가 달랐다. 80년대 초반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007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요즘에도 그는 늘 고급 정보가 많이 들어 있을 성 싶은 손가방을 들고 다닌다. 물론 그가 그런 가방을 들지 않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손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우선 상기(想起)되는 것은 아마 그 첫 인상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 지적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도대체 그가 늘 들고 다니던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그의 강한 지적 카리스마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본지에 26회에 걸쳐 연재된 그의 이야기(Story)-‘나의 꿈, 나의 열정, 브라보 양돈인생’을 읽다보니 그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리는 듯 했다. 아마도 80년대 초반 그가 들고 다니던 007 가방엔 그의 꿈이 가득 들어 있었던 듯 싶다.
그는 용인자연농원에 입사, 대한민국 근대화·산업화의 전설인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경영 철학을 접한데 이어 선진축산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표현대로 원칙을 고집하며 원없이 땀 흘리며 계열화 사업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다. 그리고 독립의 길을 나섰다. 기자가 그를 인상 깊게 본 것도 바로 그쯤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그가 그동안 나름대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기 위한,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한 설계가 그의 가방을 가득 채웠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그렇게 그의 꿈은 하나하나 현실이 됐으며 90년대 들어 종돈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한다. 아마 그 때 그의 가방 속에는 열정이 가득 담겨져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그의 열정은 헛되지 않아 IMF의 시련을 딛고 종돈 2만두 판매라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은 좁았다. 동남아 시장을 두루 살핀 후 베트남에 진출, 치밀한 현지 전략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 나갔다.
이에 앞서 3차에 걸친 대북한 통일종돈 지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꿈과 열정의 결실 ‘다비’는 그의 말대로 ‘인생의 축복’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여기에 만족했다면 오늘 이렇게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스토리는 ‘다비’라는 개인 기업 일 외에도 양돈산업계 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당시 하향식 협동조합 조직이 안고 있던 문제점을 절감, 양돈인 스스로의 힘으로 협동조합(도드람 조합)을 만드는데 앞장섰다. 조합을 만들기는 쉬워도 사업을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동태와 생태의 차이를 설명하곤 소위 국내산 냉장 돼지고기를 홍보하는 장면은 오늘의 양돈산업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또한 2000년 농협중앙회와 축협중앙회 통합 와중에서도 돼지열병 청정화를 위해 ‘HC비상대책본부’를 만들고 돼지열병 퇴치에 온갖 노력을 기울인 모습은 한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기까지 누군가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국제축산박람회 추진위원장으로서 남긴 그의 족적도 눈에 띈다. 저널리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축산을 동남아 각국에 제대로 알리고 박람회가 박람회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기울인 그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음을 알게 했다. 그가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들고 다녔던 가방은 양돈산업의 장래를 생각하는 지도자의 가방이었던 것이다.
그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까지 우리에게 감동을 줬다. 일생을 바쳐 일궜던 기업을 자식이나 친인척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물려 준 것이다. 양심(良心), 열심(熱心), 협심(協心)이라는 삼심(三心)의 경영철학과 함께.
그는 지금도 가방을 들고 다닌다. 지금 그의 가방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요즘도 그를 보면 그의 지적 카리스마에 괜히 주눅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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