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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버린 한우농가

■현장 칼럼/장지헌 편집국장

지난 24일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선언하며 재협상을 촉구한 한우농가 총궐기 대회장에 나붙은 많은 현수막 중에서도 ‘버림받은 축산농가, 울어버린 한우농가’라고 쓰인 현수막이 얼른 눈에 들어왔다. 대회장 본부석 옆에 위치해 있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결과 발표 직전 한우협회를 비롯한 농축산단체장들의 성명서에서 밝힌 ‘줄 것 다 내어 준 우리 정부, 빼앗을 것 다 빼앗은 미국’이라는 말이 얼른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랬다. 이날 한우농가들은 궐기대회 내내 우리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며 울분을 토했으며, 우리로부터 빼앗을 것 다 빼앗아 간 미국을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홍수 출하를 자제하고 버림받은 한우를 끝까지 지키자고 결의를 다지는 모습은 눈물겹도록 성숙된 모습이었다.
잠시 이날 행사 속으로 가보자. 우선 이날 대회장인 남호경 한우협회장은 협상 결과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에 차오르는 격분을 가까스로 참고 ‘한우를 천직으로 여기며 한우를 사육한 죄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 쇠고기를 홍보하는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했던 그 대통령이냐고 성토하며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는 이번 한미간 쇠고기 협상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성엽 18대국회의원 당선자는 “뜻밖의 협상 결과에 어안이 벙벙하고 허탈함을 가눌 길 없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유 당선자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선언한 선진화 원년에 기대를 걸었다며, 이것이 선진화라면 선진화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 한우 농가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에 앞선 식전행사에서 강기갑 의원은 협상 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한우 농가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동안 뼛조각 하나라도 걸러내며 검역주권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다 내어줄 수 있느냐며, 이 정부가 국민건강권을 내 주었다고 톤을 높였다. 또 타결 이후 이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를 개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쇠고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소비자 선택론’과 민동석 협상대표의 복어의 독에 빗댄 광우병 설명은 “그렇지 않아도 피멍이 든 농가의 가슴에 주먹질을 했다”며 한우 농가들의 아픈 마음을 대신 말했다. 안동의 조동래 한우농가도 FTA에서 우리가 가져와야 할 것은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대통령, 정치인 관료를 수입해 와야 한다며 일갈했는가 하면, 소비자 대표는 ‘한우농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은인’이라고 추켜세우며 소비자가 한우인과 뜻을 함께 하겠다고 말하고 이번 협상의 무효화는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이날 궐기대회의 화살은 정부에 집중됐다. 그리고 대회는 끝났다. 그러나 한우 농가의 이 같은 아우성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의 마음은 쉽게 움직일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대회장을 빠져나가는 한우 농가들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과연 저렇게 쓸쓸하고 축 처진 한우인들의 어깨를 세워줄 대책은 없는 것일까. 전면 재협상이 어렵다면 부분 협상을 통해서라도 국민건강권을 지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적어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즉각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궐기대회가 열린 이날 아침 일본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뼈가 발견됐다고 해서 수입을 즉각 중단했다는 발표가 있었음을 상기하니 ‘버림받은 축산농가, 울어버린 한우농가’라는 현수막의 문구가 새삼 가슴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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