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만영 박사(前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과장)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꿀벌은 우리 민족과 함께한 동양종과 120여 년 전 도입된 서양종으로 나뉜다. 전체 봉군 수는 250만군으로 이중 서양종이 96%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가 수에서도 전체 2만 6천890가구 중 서양종 농가가 86%이다. 세계 봉군 수에서도 11위로 상위권에 속하며, 꿀벌밀도에서는 제곱킬로미터당 21.2군으로 평가되어 세계 1위의 독보적인 위치이다.
양봉농가는 전체 축산농가 중 약 19%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우 다음으로 2위이다. 축종 중에서 가장 작은 가축이지만 꿀벌은 산야의 버려질 자원을 자원화하는 이로운 곤충으로 꽃에서 채취하는 꿀과 화분 등 농가 생산액은 8천여억원에 이른다. 또한 꽃을 방문하는 습성의 화분매개로 인한 농작물 결실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약 5.9조원으로 평가되고 있어 총 6.7조원으로 국가 농업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세계적인 규모와 국가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양봉산업은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부에서도 2020년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여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2021년 농촌진흥청에 양봉생태과를 신설하여 양봉농가의 오랜 염원에 부흥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천연꿀 생산량은 기상 요인으로 인해 아까시꿀의 작황 부진과 월동벌 폐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월동벌 폐사가 정례화 되는듯하여 안타까움을 더한다.
폐사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와 병해충 등 여러 측면을 검토하고 있으나 필자는 다음 3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꿀벌의 해충인 기생성 응애류 발생이다. 세계적으로 양봉 관리의 가장 위협적인 꿀벌응애는 봉개된 벌방의 번데기에서 안전하게 생활사를 모두 마치어 방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응애류는 기주(번데기)보다 짧은 생활사와 기주를 죽이면 자신도 죽는다는 기생자로서 4년여에 걸쳐 서서히 죽이는 완벽한 생존전략을 갖추고 있으므로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기주보다 짧은 생활사로 기존 약제에 대한 저항성은 심각한 실정이다. 또한 응애 번성기인 여름철에 설탕액을 공급하여 사양꿀을 과도하게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약제 방제를 제때 하지 못하여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두 번째는 포식성 해충인 등검은말벌 확산이다. 월동벌 양성 벌의 양성 시기인 8월부터 양봉장에 출현하여 성충 일벌을 포획하여 월동벌 형성 시기까지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등검은말벌은 2003년 부산항 인근에서 발견된 이후 2008년부터 부산에서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이후 2010년대 초반 경남, 전남, 경북 등으로 급격하게 확산한 이후 2016년 전국에서 확인되었으며, 현재 경기 북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다.
세 번째는 농약의 피해이다. 양봉장은 농경지와 산간부의 접경지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주변 농작물의 병해충 방제 약제 살포로 인한 직간접 피해가 심각하다.
특히 여름철 일벌들은 벌통 내 봉군의 온도조절을 위하여 야외에서 물을 운반하여 에어컨의 역할로 활용한다. 여름철 수도작 인근의 양봉장에서는 약제에 오염된 물을 운반하여 등검은말벌과 함께 8월 월동벌 양성벌의 양성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또한 매년 반복적인 월동 꿀벌 폐사로 인한 양봉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으로 다음 3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법 제도의 대대적인 보완과 신설이다.
정부(농식품부, 농진청, 산림청, 식약처, 교육부, 지자체) 내 양봉 조직 신설과 전문가 양성 및 배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 양봉산업 발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양봉업을 규제하는 각 부처 관리의 법률을 적극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특히 산림청의 임업정책을 다시 한번 검토하여 진정한 산림복지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산림과 관련된 법규에서 밀원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토 면적의 약 64%의 산림면적과 이중 약 70%가 산주로 구성된 임야의 활용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양봉 관련 단체들을 대표하는 통합기구의 신설이다. 대정부 역할을 강화하여 정책, 연구, 교육 등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내부적으로는 설탕액 공급의 사양꿀 생산을 점차 줄이고 종국에는 퇴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봉농가 자신의 역량 강화이다. 고도의 사회성 곤충인 꿀벌은 자연으로부터 먹이를 획득해야만 건강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중요성을 인식하고 양봉장 주변부터 밀원수 식재를 생활화하고 주변 농경지를 회피하는 등의 고급 봉군 관리기술 함양에 힘써 건강한 벌로 소비자인 국민께 안전한 꿀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상의 정부, 단체, 농가 등은 유기적인 관계로 상호 보완적 협력을 극대화할 때만이 효력이 발생하여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꿀벌 폐사의 재발을 방지하면서 국가 양봉과 농업의 지속성 모두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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