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전북대 겸임교수) 독수리는 강한 정신 덕분에 70세까지 살 수 있지만 40살이 되면 가장 혹독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구부러진 발톱이나 부리로는 더 이상 사냥이 불가능하고, 깃털은 무거워져 나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 독수리는 이대로 죽음을 기다릴지, 고통스러운 변화를 감내하더라도 더 살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할 지 고민해야만 한다. 만약 더 살기를 작정했다면 고통스러운 변화를 위해서 독수리는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내리쳐 부순다. 낡은 부리가 떨어져 나가면 새로운 부리가 자라고, 이 부리로 자신의 발톱과 깃털을 뽑아내어 새롭게 자라나게 한다. 이 환골탈태의 과정은 약 150여일이 걸리는데 이 시기를 견디는 독수리는 추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와 비슷한 것을 알을 낳는 산란계 농장에서는 환우(換羽)라는 과정을 통하여 이미 체험했을 것이다. 노쇠하여 산란성적이 떨어지는 닭을 일정기간 의도적으로 굶기면서 강한 스트레스를 주면 기존의 털이 빠지고, 신체조직의 재활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통하여 다시 원기왕성한 닭이 되어 침체했던 산란성적을 끌어올리면서 수명을 연장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상
[축산신문] 김 성 진 소장(아태반추동물연구소) ICT와 동행하는 동물복지 ② 오랜만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하였다. 2022년에 텔레비전 공중파를 타고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가 부조리한 사회와 고정관념에 대한 법적 시각을 흔들어 의뢰인을 돕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 시리즈 중에 ‘방구뽕’ 이야기는 자칭 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의 재판에 관한 이야기이다. 극 중 어린이 총사령관(방구뽕)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은 어린이를 가혹한 환경에서 공부시키기로 유명했다. 방구뽕은 학원 학생들을 납치하고 학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사실 그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어린이들을 놀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까지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직 공부만 하는 아이들을 걱정해 잠시라도 마음을 풀어주고자 했던 것이다. 필자는 본 에피소드를 감상하며 만약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그들의 부모가 알고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 가혹한 교육을 하겠는가라는 의문을 던져 보았다. 우리가 키우는 가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가축에게서 얻는 생산물은 인간이 생산과 삶을 영위하는데
[축산신문 기자] 김성훈 소장(한돈미래연구소) 한돈팜스와 피그플랜 등 농장관리프로그램을 통해 농장을 관리하는 1천91개 농장(모돈 상시사육두수 50만9천632두)의 2023년 성적을 종합해 보면 분만율이 80.7%, 모돈교체율이 40.13%, PSY가 24.24두로 각각 집계돼 있다. 특히 모돈교체율은 한돈미래연구소(2022)에서 600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농가경영실태조사에서도 38.2%를 갱신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 중 모돈교체율은 세계 주요 양돈국의 44~63% 보다 많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태·폐사 비율로 산출 우리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농장관리 프로그램에서 계산하는 모돈교체율은 모돈으로 보충된 두수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도태나 폐사 등 모돈군에서 제외된 종돈의 비율을 계산하고 있다. 얼핏 두 가지 방법이 동일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기록관리 측면에서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먼저 종돈군에서 제외된 모돈 두수로 계산할 경우, 농장관리 프로그램 특성상 모돈의 도폐사 등 모돈이 돈군에서 제외 될 때의 기록이 100% 완벽하게 입력되지 않을 수 있다. 관리대상 모돈을 확인하면서 농장에는 없으나 기록상으로 남아있는 종돈이 발견될 때
[축산신문] 김현범 단국대 교수 대한민국 국민의 연령별 인구 분포를 확인해 보았다. 필자도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연배가 높아졌다고 예상했지만 현재 대한민국 인구 중 필자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3천만이 넘는다는 사실에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보다 어려운 시절을 겪으신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필자의 청소년 시절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 다소 고민이 되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의 양해를 구하며 필자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은 현재와 같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절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알 수가 없었고 성인이 되고 난 후 안 사실이지만, 필자가 청소년기를 보낸 1980년대는 많은 노동자들의 땀으로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였기는 하나 일반 국민의 생활이 지금과 같이 넉넉하지만은 않았다. 필자의 경우에도 지금처럼 여유롭게 외식을 했던 그때의 기억은 거의 없는 듯하다. 하지만 어려운 살림에도 어머님께서 종종 동네 식육점에서 구매해서 저녁에 준비해 주시던 삼겹살의 기억은 뚜렷하다. 지금도 어머니께서는 고기하면 삼겹살을 우선적으로 식구들을 위해 준비해 주시
[축산신문] 함영화 대표 (주)애그리로보텍 생산자‧학계‧산업계 각자 역할 인식부터 국내 축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축산물의 부가가치 및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이라는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화, 자동화, 무인화를 통해 기존의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정밀관리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정밀관리는 스마트팜 시스템의 구축이 전제돼야 하지만 양축현장에서는 똑같이 스마트 축산을 적용하면서도 성공하는 농장과 실패하는 농장이 병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 항상 성공하는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닐까, 또 생산성 향상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는 걸까, 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지금도 현장적용 한계 ‘논란’ 낙농 스마트팜 장비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로봇착유기의 국내 정착 과정을 살펴보면 도입초기에는 농가들 사이에서 국내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로봇착유기의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로봇착유기 관련업체들이 사업을 축소 또는 포기하거나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로
[축산신문] 이만영 박사(전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과장) 꿀벌의 벌무리(봉군) 구성은 1마리의 여왕벌,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수벌, 수만 마리의 일벌 등으로 구성된 사회성 곤충이다. 사회성 곤충의 일반적 특징은 어린 개체(새끼 벌)의 협동 보호, 일의 분화(계급체계), 어린 개체 보호를 위한 세대 중복 등이다. 위 세 가지 사항 중 일 분화의 경우 꿀벌은 계급별 임무와 일벌의 일령별 임무로 세분화할 수 있다. 먼저 계급별 임무로 여왕벌은 산란만 하는 기능으로 빈방만 있으면 무조건 알을 낳으며, 수벌은 오직 교미의 기능밖에 없다. 일벌은 벌무리 내의 모든 일을 담당한다. 다음은 일벌의 일령별 임무로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일을 순차적으로 수행한다. 어린 벌이 태어나면 벌 방을 청소하고 이후 번데기방의 봉개, 유충 먹이공급, 여왕벌 시중, 외역벌로부터 꿀받기, 병든 유충과 잔재물 청소, 화분 저장, 벌집 짓기, 환기, 외적방어 등의 벌통 내부의 일을 도맡아 한다. 이후 18일령에는 외부로 나가서 물, 꿀, 꽃가루, 프로폴리스 등을 채집한다. 이러한 일령별 분업화가 특화되어 있어 꿀벌 하면 고도의 사회성 곤충이라 일컫는다. 양봉가는 이러한 고도로 분업화된 집단 특수
[축산신문] 박종수 명예교수(충남대학교) 협소한 국토면적, 높은 토지자격, 제한된 사료자원 등으로 인해 원천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국 낙농의 현실에서 최근에는 마시는 시유시장마저 값싼 수입 멸균유로 대체되는 현상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주요 유제품 수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6년부터는 우유·유제품이 차례로 무관세(0%)로 수입될 예정이다. “우유가 안 팔리면 원유의 생산을 줄이든지, 더 이상 생산을 멈추면 되지”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낙농산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수성 때문에 여타 농축산물과 같이 수급상황에 맞춰 농가가 임의로 생산을 조절하거나 중단 내지 재개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단기적으로 이에 대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첫째, 원유는 젖소라는 생명체가 생산하는 산물로써 젖소가 최초 원유(原乳)를 생산하는 기간이 최소 2년이 필요하다. 젖소는 식물의 줄기와 잎을 섭취하는 대표적인 초식동물이다. 암송아지가 성장하여 발정하면 종부시켜 임신을 하게 되며, 280여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첫 출산을 하게 된다. 첫 출산 이후부터 젖소(착유소)는 원유를 생산한다. 그러므로 암
[축산신문] 곽 춘 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전북대 겸임교수 1960년대까지 2∼3%를 유지하던 우리나라의 연평균 인구 성장률(총인구 기준)은 1970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가파르게 낮아졌다. 최근까지도 계속 감소(2020년 0.14%)해 우리나라 인구수는 2023년 말 기준 5천175만여명(세계 인구순위 제 29위)으로 인구 5천만명 이상의 나라에 턱걸이했다. 더구나 출생아 수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다 하니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대열에 합류했다는 보도가 엊그제 같은데 마치 선진국이 되려면 인구수가 감소하는 것과 맞물려야 하는 것인 양 동시에 이루어져 참으로 기이하다. 혹시 우리나라도 서양이 걸어온 길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든다. 주지하다시피 서양이 동양에 비해 이미 개인주의가 발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일례로 우리가 ‘우리 엄마’, 또는 ‘우리 학교’라고 호칭하는 것에 비해 그들은 ‘My mother’, ‘My school’로 사용하는 단어가 다르다. 그만큼 서양이 개인주의에 치중되어 있다면, 동양은 집단주의에 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