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농가 경영압박 심화 속 소비시장까지 얼어붙어
“번식기반 붕괴 위기…실효적 지원책 마련 절실”
한우업계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높아진 사료가격과 금리에 경영압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 몰린 한우농가들은 어떻게 고난의 시기를 넘겨야 할지 걱정이 크다.
사방이 막힌 형국
소 값은 곤두박질을 치고, 생산비는 올라가니 농가는 죽을 맛이다. 거기에 대출금리까지 크게 올라 이자 부담에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악의 순환고리가 만들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소우마음이은주연구소 이은주 대표는 “생산과 소비 어디에서도 긍정적 신호를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 위축과 금리 인상에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한우고기의 소비가 급격하게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생산 측면에서는 사료비의 상승이 가장 우려스럽다. 배합사료는 물론 조사료가격도 크게 올랐다. 운송비가 상승하면서 각종 부대비용도 높아졌다. 녹록지 않은 상황임은 틀림없다”며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생산비 상승과 소비위축으로 인한 한우가격 하락이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순환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생산비가 높아지면 암소의 도축두수가 늘어나고, 이것이 공급량 증가로 이어져 한우가격이 더 낮아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규모가 크고 작음을 떠나 모든 농가가 견디기 고통스러운 순환고리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지 송아지값 폭락
경락가격의 하락도 물론 큰 문제지만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송아지 가격의 급락이라고 보는 시각도 크다.
한우산업의 경쟁력은 품질 차별화에서 시작된다고 봤을 때 안정적이면서 우수한 능력의 송아지 공급은 매우 중요한 기초 요건이며, 이런 안정적 번식기반의 붕괴는 전체 한우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개량전문가는 “송아지 가격이 낮아지면 번식 암소의 비육이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좋은 유전능력을 보유한 번식 암소들이 손실될 우려 또한 크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중대한 손실이다. 유능한 번식농가와 우수한 능력의 번식우 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송아지생산안정제를 즉시 현실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리고, 우수한 능력의 번식우는 도축장으로 가지 않도록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료값에 이자 부담도 가중
작년에 3차례에 걸쳐 배합사료값이 올랐다. 국제 곡물가격의 변동에 따른 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분쟁 장기화, 해상운임 상승이 원인이니 뭐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었다.
소값이 괜찮았을 때는 부담이 없었는데 소값이 하락하면서 위기는 현실이 됐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도 커졌다.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이다.
강원도 홍천의 한 농가는 “배합사료는 물론이고, 풀사료 값도 크게 올랐다. 운송비도 높아져 소를 계속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다. 여기에 은행 이자까지 올라 도저히 활로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우협회는 정부에 긴급사료자금 지원과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 등을 촉구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방이 막힌 상황, 한우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 대응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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