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축산식품 내 콜레스테롤, 생명 유지 위한 필수 물질
우리 몸 혈중 농도 일정 유지 항상성 작용도
축산식품에 대한 오래된 오해를 꼽으라면 ‘콜레스테롤’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계란이 대표적인데, 1913년 러시아 과학자 아니츠코우(Anitschkow)가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계란 섭취가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켰다고 보고하면서 계란의 콜레스테롤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란이 시작되었다. 그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하루 권장량이 200mg인데 계란에는 275mg이 함유되어 계란의 섭취가 심혈관계 질병 및 만성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오랜 기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축산식품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을 짚어보고자 한다.
검증 내용
1. 콜레스테롤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영양소 중 하나이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콜레스테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콜레스테롤을 둘러싼 오해로 인해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음식을 기피하는데 이는 크게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신체 내 100조 개 이상 존재하는 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의 위치를 고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세포가 형성되고 형태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동시에 성 호르몬과 각종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분이면서, 담즙의 원료로 이용되어 지방의 소화를 도와줄 뿐 아니라, 비타민D를 합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 몸에 콜레스테롤이 부족할 경우 세포막의 기능이 저하되고 각종 대사 및 호르몬 기능이 떨어지고, 뇌신경조직의 기능이 약화되어 기억력이 저하되고, 우울증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이처럼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물질이라 할 수 있다.
2. 식이로 흡수되는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크게 높이지 않는다.
우리 몸은 필요에 따라 하루에 3000mg의 콜레스테롤을 만들어내는데, 그 중 음식으로 흡수하는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5%미만이고 나머지는 필요한 정도에 따로 주로 간에서 합성된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 과학자가 토끼라는 ‘초식동물’을 대상으로 동물성 지방을 함유한 계란을 먹이로 실험했다는 내용은 그 설계부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초식동물은 인간과 달리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을 생산하거나 조절하는 기작이 없기 때문에 흡수하는 그대로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로는 축산식품에 콜레스테롤과 함께 들어있는 성분이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낮추기도 한다. 가령 계란의 경우 노른자에 포함된 레시틴 성분이 장 내의 콜레스테롤 흡수를 저하시키고 배출을 촉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3. 혈중 콜레스테롤이 과량으로 존재하게 되면 심혈관계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나 정상인의 경우 콜레스테롤 섭취와 심혈관계 질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
정상인의 경우 하루 섭취하는 콜레스테롤 양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나 심혈관 질환의 발병과 큰 관련이 없다. 이미 2015년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U.S. Dietary Guidelines Advisory Committee)는 건강한 성인이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섭취해도 생체 내 항상성 기작이 작동되어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높아지지 않으므로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 섭취를 더 이상 제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결과는 1인당 하루 콜레스테롤 평균 섭취량이 276mg인 미국과 비슷한 한국(261.3mg)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겠다.
물론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식품을 갑자기 많이 섭취할 경우 항상성 기작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위의 권고는 어디까지나 정상인을 기준으로 축산식품을 적정량 섭취하였을 경우라는 점을 유의해야 하지만, 한국인의 축산식품 섭취량을 고려할 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검증 결과
콜레스테롤이 포함된 축산식품은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물질로서 기피할 필요가 없다. 특히 정상인의 경우 주로 간에서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항상성 기작이 작동하기 때문에 축산식품을 적정량 섭취하는 경우, 특히 한국인의 축산식품 섭취량 수준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콜레스테롤과 심혈관 질환의 관계 역시 인과관계가 적다.
검증 자료
Goodrow, E. F. et al.,Consumption of one egg per day increases serum lutein and zeaxanthin concentrations in older adults without altering serum lipid and lipoprotein cholesterol concentrations. J Nutr 136, 2519-2524 (2006)
박명숙 외 2인, “한국인의 콜레스테롤 섭취 현황: 국민건강영양조사 제6기(2013-2015) 자료를 이용하여”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 22(6), 520-528 (2017)
U.S. Dietary Guidelines Advisory Committee recommends eggs as a first food for babies and toddlers (Perishable News, 2020)
“The U.S. government is poised to withdraw longstanding warnings about cholesterol” (the Washington Post, 2015.2.10.)
정윤섭, 『건강한 지방을 먹자』 (이모션티피에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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