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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뒤죽박죽 인물史 ①동물행동학의 거장 콘라드 로렌츠

  • 등록 2020.04.14 19:02:10


전 중 환 농업연구사(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 시작하며
어떤 상황이나 사안에 대해 기억이 오래 남을 경우 우리는 ‘각인(刻印)되었다.’라고 표현한다. 머리 속에 새겨 넣은 것처럼 깊이 기억된다는 뜻인데 동물행동학에서도 각인(Imprinting)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잘 알려진 각인의 대표적인 예는 알에서 갓 부화한 거위 새끼가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를 어미로 생각하고 따르는 행동으로 콘라드 로렌츠 박사에 의해 알려졌으며 이런 특정 행동을 각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각인에 대한 얘기들은 잘 알고 있으나, 콘라드 로렌츠 박사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1949년도 발간된 ‘솔로몬의 반지(King solomon’s ring, 1949)’, 1950년도에 출판한 ‘인간, 개를 만나다(Man meets dog)’ 등의 책들이 국내에서 다시 발행되면서 콘라드 로렌츠 박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도 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동물행동학, 비교행동학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각인’ 외에도 파블로프가 개를 대상으로 실험한 ‘조건반사’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것처럼 이미 우리는 동물행동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축관리에 있어 발정행동을 관찰하거나 지체 이상 개체를 살펴보는 등 동물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행동학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고 있는 동물행동분야에서 비교행동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한 창시자이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외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20세기 과학계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학자인 콘라드 로렌츠 박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콘라드 로렌츠(Konrad Z. Lorenz, 1903~1989)
콘라드 로렌츠 박사는 성공한 정형외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랐으며 어릴 때부터 동물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부유한 아버지 덕으로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살고 있는 정원을 가질 수 있었으며 이곳에서 동물학자로서의 천부적 자질을 키워나갔다. 어린 시절 꿈을 키워가던 이 정원은 로렌츠 박사가 태어난 해에 완성된 알텐베르크 별장으로 아돌프 로렌츠(로렌츠 박사의 아버지)가 지었다. 로렌츠 박사는 학창시절 성적이 우수한 모범생이었고 대학에 진학해서 동물학과 고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의학부에 입학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와 빈 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했다. 콘라드 로렌츠 박사는 아버지의 뜻대로 1928년에 의사 자격증을 획득했으나, 본인이 그렇게도 원하던 동물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 후 동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조류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37년 비엔나 대학교에서 강사로 임명되었으며 이후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서 교수, 학과장 및 소장 직을 맡으며 연구에 전념했다.
로렌츠 박사의 주요 연구업적 중의 하나는 각인의 특징을 밝힌 것이다. 부화하고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고 따르는 행동인 각인은 특정시기 동안에만 일어나는 현상이며 특히 종(種)에 따라 각인의 범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거위 새끼는 움직이는 모든 것에 각인되지만 물오리 새끼들은 특정 행동과 소리에 의해서만 각인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 상태에서의 동물의 본능에 대한 연구는 당시 주류를 이루던 왓슨과 스키너 등 행동주의 학자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었다. 기존 행동주의 학자들은 동물의 행동은 학습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으며 콘라드 로렌츠 박사의 연구는 학문적이지 못하다고 치부했다. 하지만 로렌츠 박사의 연구결과들은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는 이미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있었다.
박사는 1961년부터 막스플랑크 행동생리학 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카를 폰 프리슈 박사와 니콜라스 틴베르헨 박사와 함께 동물 행동을 연구하여 1973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콘라드 로렌츠 박사는 연구와 집필활동을 계속했으며, 1989년에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곳 알텐베르크에서 생을 마감했다. 1989년은 두 살 연상이자 80여 년을 함께 지냈던 배우자(마르가레테 게프하르트)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째 되는 해였다.


# 마치며
이처럼 역사에 남는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긴 콘라드 로렌츠 박사에게도 숨기고 싶은 부정적인 면은 있었다.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으로 참전했으며 러시아군에게 포로가 되었던 경력이 있는데 나치를 지지한 이력은 평생의 오점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이유는 로렌츠 박사가 나치의 잔혹행위 등에 동조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나치가 주장한 이상적인 이데올로기에 동의했을 뿐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처음에는 나치의 이상적인 내용에 이끌렸지만 이후 나치에 의해 자행된 잔혹한 행위들을 들었을 때 큰 좌절감을 느낀 것 같다.
어쨌든 당시 이데올로기 문제는 차치하고 콘라드 로렌츠 박사는 동물행동학에서 비교행동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서 동물행동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처음이자 마지막 학자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박사의 위대한 업적만큼이나 많은 이들로부터 추앙받는 이유는 그가 보여준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이뤄지는 일련의 연구과정이 우리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자연 상태에서 동물들을 관찰하는 그의 독특한 연구방식에 어울리게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환경을 아끼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로 하여금 동물행동학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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