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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인구문제와 축산의 불길

  • 등록 2019.12.24 19:22:12


김 동 균 이사장(前 상지대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가장 중요하다. 젊은 사람에게는 해결해야 할 일의 개수와 빈도가 높고, 나이 들면 그 반대 상황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일 복 많은 사람에게는 지긋한 나이에 이르도록 여러 일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대와 나이를 초월하여 사람이라면 마땅히 알고 가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이 문제는 20세기까지는 뜨거운 감각으로 피부까지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금세기 초부터 이것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더니 지금은 가장 절실한 현안이 되었다. 소위 ‘인구 증가(population growth)’ 문제가 그것이다. 이 사안은 지난 세기말까지만 해도 생태학계에서 ‘자원 이용’이나 ‘지구온난화’보다 나중에 다루던 것이었으나 2000년도 이후 그 중요성이 가장 앞서는 주제가 되어버렸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인류의 시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구의 성장 문제가 끊임없는 질병 및 전쟁으로 그나마 조절되어 왔으나, 20세기 후반부터 규모가 작은 몇 건의 국지전을 뺀다면 현대인은 반세기 이상을 전쟁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핵무기가 급속하게 팽창하던 양대 진영이 무기 경쟁에 몰두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핵전쟁이 일어나면 현생인류를 수십 번 몰살시키고도 남을 핵무기가 만들어졌으며, 핵전쟁이 벌어지면 쌍방이 몰살될 뿐 아니라 그 후유증으로 명이 붙어있던 인간은 물론 생명계 전체가 멸종에 이르러 지구라는 행성은 죽음의 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이 점을 인식하고 있는 한, 제정신 가지고 핵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인류는 말 할 것도 없고 지구생명 전체를 몰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인식이 핵전쟁을 억제하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증가문제의 핵심적인 문제를 논하기 전에 먼저 간략히 그 흐름을 짚어보기로 하겠다. 선사시대 이전에 살았던 고대 인류의 인구에 대하여는 믿을만한 자료는 없으나, 적어도 500만년 전부터 사람과에 속하는 생물이 살아왔음은 분명하다. 미토콘드리아 염색체를 바탕으로 추적한 바로는, 현생인류는 20만년전  한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 증식되었다. 매우 다양한 능력을 발휘 했던 과학자인 보스톤 대학 아시모프 교수의 저술에 의하면, 현생인류의 수는 기원전 8000년경(정주문화 태동시점)에 400만명 정도가 살았다고 하며, 이로부터 4천년이 지난 기원전 4000년경(인류문명의 태동기)에도 고작 460만명이었던 것이(자연생태계의 순환에 따른 증식의 결과), 문명에 힘입은 덕분인지 아니면 생태계의 변화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4000년이 지난 AD 1년경에는 1억2천만명이 살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인류라는 생명체는 승승장구하면서 숫자를 늘려서 1천년사이에 3배로 늘었으나 흑사병으로 1/3이 목숨을 잃었으며, 다시 증식에 몰두하여 1850년경 12억에 도달했다.
이 때 산업혁명이라는 큰 사건을 만나 이른바 ‘현대’가 시작되었는데 2차에 걸친 세계대전에도 불구하고 불과 100년 사이에 2배가 넘는 25억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시 반세기가 지난 서기 2000년에 인구는 60억을 넘어섰다. 바로 이 시점부터 생태적 고민이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지구의 자연자원이 안전하게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간의 한계를 55억명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2019.12.) 속사정이야 어찌되었건 외형상 77.5억의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구상에 살아있는 인간의 숫자가 아니다. 지난 20년의 세월이 보여주었듯이 인류의 생활방식도 크게 변했고,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기의 체제가 바뀌면서 전쟁의 예상 시나리오도 매우 복잡해 졌고, 정보가 범람하면서 예측의 적중이 높아질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도대체 누가 미래를 제대로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필자는 인구문제가 던지고 있는 화두가 엄청나다는 것을 우리 축산인들도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시점에서 참으로 놀라운 점은, 세상이 살기 좋아지면 더 편리한 환경 속에서 애도 많이 낳고 행복을 누릴 줄 알았는데 우리는 지금 인구변화의 마지막 단계인 ‘소산소사(小産小死)’의 시대를 맞아 인구절벽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젊은 세대는 절망의 세월 속에 아이 낳기를 기피하고 있다. 게다가 취학인구의 감소에 따른 각급 학교의 폐교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의 결핍, 지역경제의 붕괴에 따른 지방의 소멸현상, 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복지문제의 심각성 등 총체적 난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아가 한국이 세계 문화를 이끌 것이라는 많은 희망적인 예언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구증가 구조가 변경되지 않으면 한민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인구는 예측하기 어려운 속도로 증가되고 있다. 사람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기가 생태학적으로도 어렵지만 나라가 지닌 사회 환경의 차이로 인하여 문명이 발달된 곳일수록 더욱 어렵다. 부익부 빈익빈은 해마다 깊어지면서 급기야 ‘금수저 흙수저 론’까지 나왔으며, 젊은 세대는 더욱 절망하고 있다. 그런데 세월 지나 살펴보니 직업을 자주 바꾸며 방황한 사람보다 한 우물을 깊이 판 사람들이 노년을 더욱 안정되고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본다. 축산 공부해서 계속 축산하고 있는 친구들이 제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들이 믿는 점은, 증가하고 있는 인간들이 지속적으로 고기, 우유, 계란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예측한 20년 내로 사라질 업종으로 가축사육업(전통적 축산현장)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는 일은 사람이 한다. 이 일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강렬하면, 촛불이 거대한 불길이 되듯 축산업의 앞길도 환하게 밝아질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이라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데, 지구에서 가장 영리한 민족인 우리가 이것 하나 제대로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한국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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