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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기상이변과 축산의 임무

  • 등록 2018.09.07 10:42:30


김 동 균 이사장((전) 상지대 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기세가 꺾이고 아침저녁 서늘한 기운을 느끼면서 가을의 정취를 즐길 무렵 난 데 없는 폭풍우가 전국을 몰아치면서 논밭과 집 도로를 할퀴었다. 집중호우 지점에서는 걷기조차 어려울 만큼 비바람이 몰아쳐 속옷까지 흠뻑 젖은 채 인근 구조물로 대피하는 광경도 나타난다. 비바람이 멎으니 쾌청한 하늘이 보인다. 축산업의 진행도 날씨의 변덕과 비슷할 때가 많았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인류가 점유하고 있거나 통과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부분을 표시해 보면 사막과 통행이 어려운 지역을 제외하면 사람의 발자국이나 입김이 서리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인류는 600만년(최근 밝혀진 역사)에 걸쳐 지구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면서 이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하자원을 구한다는 명분이나 연료 확보라는 명분으로 오지로 남겨두었던 아마존 열대우림과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었던 그린랜드까지 개발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뒤지고 있다. 인류는 생태계 순환원리에 역행하면서 지내는 유일한 종족이다. 식물은 제자리에서 공기와 햇볕을 가지고 양분을 축적하고 산소를 만들어냄으로써 생태계를 유지시켜왔으며, 다른 동물들은  목숨을 유지하면서 배설물을 순환시킴으로써 생태계의 유지에 기여해 왔지만 인류는 자연자원을 변형시켜 쓰다가 버림으로써 무지막지한 분량의 쓰레기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생태계의 위대한 힘은 그 쓰레기조차 잘 처리해 오다가 지금은 한계에 부닥쳐 태평양에 쓰레기 대륙을 만들면서 힘겹게 버티고 있다. 자연조건에서는 없던 물건들이 켜켜히 쌓이면서 생테계는 빠른 속도로 오염되었으나 우리는 여전히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이 생각이 망상임을 요즈음 절감한다. 
금세기초에 예측한 지구 온난화 현상은 1세기 후 해수면을 0.6m가량 상승시킬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 원인에 대한 설도 구구히 많지만 가장 유력하게 주장되어 온 점은 온실가스 층을 두텁게 하는 탄산, 메탄, 불화수수 그리고 질산염 계통의 가스 등인데 모두 사람의 생활 방식 때문에 급증해왔다. 이 중에서 냉매부산물인 불화수소만 신물질로 대체하면서 증가추세가 멈추어졌지만 나머지 3가지 기체는 여전히 증가하여 온난화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구가 덥혀지는 현재의 속도는 93%의 생명을 사라지게 하였던 2억5천만년전의 ‘대멸종’상황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46억년이라는 지구의 시간에 비하면 1세기라는 시간은 순식간이다. 그런데 20년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위의 예측은 또 멀리 달아났다. 지구의 평균온도나 남북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는 처음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 즉, 해수면의 상승수준이 당초에 예상했던 것의 10배가 넘는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이 분야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다. 바닷물의 수위가 1미터만 올라가도 세계지도가 크게 바뀌는데 6미터는 실로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다. 태평양에 있던 저지대 국가는 모두 수몰되고, 유럽과 미국도 큰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방글라데시나 태국은 반쪽 남기 바쁘며 일본은 침몰과 붕괴현상으로 국토가 현저히 쪼그라든다. 그런데 변하는 것이 어디 해안선뿐이랴? 이미 체험하고 있듯이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기상이변과 해양 동물의 떼죽음으로 양식업자들의 몰락과 어업의 붕괴, 그리고 농축산물 생산에도 심각한 타격이 연속될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모든 사태에는 전조(前兆)가 있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징조들이 반복되고, 그러면서도 극복의 기회는 여전히 남겨진다. 지금 지구촌의 운명도 이와 같다. 생태계의 파괴는 먹이사슬의 붕괴와 함께 인류의 먹이도 사라진다. 기상이변은 지속되지만 파도처럼 강약을 반복하면서 진행될 것이다. 살 만큼 살아 보고 가는 이들에게는 종말이 찾아와도 크게 억울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자라나고 있는 후손들에게는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재앙의 순간을 늦출 수 있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지진을 막을 수도 없고, 화산 폭발을 차단시킬 수도 없으며 질풍노도 같은 태풍의 방향을 바꿀 힘도 없다. 결국 온실가스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전 인류가 힘쓰는 것이 고작이다. 한 편으로는 신의 자비가 지구 생명계를 보살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면서 실천할 일이 남아있다.
그러면 축산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연자본의 낭비를 줄이면서 물건들을 만드는 일에 집중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조방적 생산방법보다 기술이 집약된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무엇이 ‘진정한 친환경적인가’를 잘 생각할 시점인 것이다. 즉, 각종 기자재와 시설의 힘을 빌려서 가축들이 이상기후 조건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잘 자라며, 알과 우유도 잘 만들어 내도록 도울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배설된 분뇨도 ‘머리를 써서’ 자연 생태계로 가급적 많이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호흡을 통한 탄산가스 및 메탄 발생이 줄고, 분뇨관리를 잘함으로써 식물영양소가 공중으로 분해되어 달아나는 것을 막고 식물뿌리로 들어가도록 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가축배설물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질산계통의 가스들은 토양의 산성화를 촉진시키고 더 높이 올라가 온실가스의 일원이 된다. 이 점에서 축산시설과 기계 그리고 축산환경기술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세상의 많은 물건들이 실질적인 효과와 다르게 비싼 값으로 유통되고 있다. 반세기 이상 정신 차리고 관찰해 온 바에 따르면 ‘먹는 물건’은 상대적으로 싸다. 한우는 아주 귀하고 비싸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른 물건에 비하면 비싼 것이 아니며, 제 값 못 받는 계란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라면이 처음 나왔을 적에 라면 한 개의 값은 계란 한 개와 같았다. 여러 제품이 있어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지금은 계란 5~10개를 주어야 라면을 얻는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변화인가? 다르게 말하면 세상에서 제일 싼 물건(가성비 기준)이 달걀인 셈이다. 그리고 우유나 고기들도 인류의 생존에 크게 기여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유통되고 있는 물건이다. 이렇게 볼 때 축산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가장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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