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한우업계가 수급안정을 위해 하반기에 긴급히 자조금을 투입키로 했다.
한육우수급조절협의회는 지난달 31일 한국단미사료협회 회의실에서 올해 첫 회의<사진>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시작 전부터 수급조절과 관련한 각 단체의 입장이 대립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대로 회의 기간 내내 하반기 이후 공급과잉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 등의 입장과 좀 더 지켜본 후에 대응하자는 신중론을 주장하는 농식품부와 농경연, 품질평가원 등의 입장이 갈렸다.
장시간 논의를 통해 수급위는 한우자조금을 통해 선제적 수급조절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우자조금 40억원을 긴급히 투입해 저능력암소 및 미경산우 도태 등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의견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차이가 명확히 달랐다.
올해 하반기 300만두를 넘어설 것이라는 한우협회, 한우자조금의 분석과 달리 농경연은 2020년이 돼야 사육두수 300만두를 넘을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우협회 김홍길 회장은 “5월 31일 오늘기준 이력제 한육우 사육두수가 290만두가 넘는다. 지금도 생산현장에서는 출산을 앞둔 임신우들이 농장마다 가득 차고 넘친다. 송아지 값이 좋으니 젖소에 수정란을 이식해 한우송아지를 빼는 농가들도 많아졌다. 연내 300만두가 넘어서고도 남을 것이 분명하다. 컴퓨터로 숫자를 돌려 나오는 결과가 아닌 현장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 이력제에 따르면 하반기 후 도축되는 물량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와 관련기관에서는 아직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만 말하고 있다. 농가들이 불안한 것은 과연 문제가 발생됐을 때 정부가 얼마만큼의 조치를 어떻게 취해줄 것이냐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가격 폭락시 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했던 것이 농가의 기억에는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결국 농가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은 농가 자신이 돼야 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알고 있다. 긴급하게 자조금이라도 활용해 선제적으로 수급조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재성 사무관은 “수급예측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과연 지금의 상황이 위기 상황을 앞둔 것은 맞는지. 공급과잉이 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대한 정확한 예측치를 가져다 놓고 대응방안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며 “정부에서는 수급조절을 위한 대응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예측으로는 공급과잉을 우려할 만큼은 아니라고 보고 있고, 필요하다면 조사와 분석을 통해 정확도를 높인 예측치를 만들어 놓고 대응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한우협회의 요구에 따라 내년도에 예산을 수립해 저능력 암소 도태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초원육가공의 박용수 대표는 “요즘 유통업체마다 정육을 제외한 우족, 사골 같은 부위가 남아 아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유통업체의 사정으로 창고의 임대료도 덩달아 오르고 있고, 업체들의 걱정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급위에서는 한우고기 수출과 관련해 가격기준과 운송보조비 지급기준 일부를 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