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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사면초가 농협사료, 돌파구는 없나

 

<신정훈 본지 부장>

 

지난 2일 농협사료 임직원들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생일을 보냈다. 주식회사로 출범한지 11년, 농협이 배합사료사업을 시작한지 51년째를 맞는 특별한 날이었지만 농협사료는 외부 인사는 물론 농협중앙회 관계자나 축협 조합장 한 명 초청 없이 말 그대로 내부행사로, 10여분 만에 기념식을 마쳤다. 농협중앙회 계열사로 출범할 당시 200만 톤에 불과했던 연간 판매량을 10년 만에 300만 톤을 훌쩍 넘길 정도로 키워낸 위상에 비춰보면 납득이 안 될 정도로 축하객 하나 없는 적막한 생일날이었다.
농협사료가 10분만의 기념식으로 창립기념일을 보낸 배경에는 녹록치 않은 현재의 경영상황이 맞물려 있다. 농협사료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제곡물가격 상승기조와 올 상반기의 원-달러 환율불안으로 몸살을 앓은 후유증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당장 상반기에만 4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하반기 손익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 가격인상을 자제하면서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민간배합사료기업들이 두 차례나 사료가격을 올릴 때, 축산농가와 고통을 같이하겠다며 비상경영체제로 버텨온 것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농협사료 안팎에서 조금씩 흘러나온다.
사실 농협사료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농협사료가 축산업계에서 해내는 역할에 대한 임직원들의 자긍심이 보통 수준을 넘는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을 때는 가장 늦게 가장 조금 올리고,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기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내리는 것은 농협사료의 전통이자, 임직원들의 프라이드였다. 시장에서 가격견제 기능을 해내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농가들의 든든한 동반자로 인정받았다. 가격에 대한 원칙 하나만으로 농협사료는 양축가 조합원들에 존재 가치를 증명해온 셈이다. 그러나 전 축종에 걸친 최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정부의 물가정책과 맞물리면서 철칙은 힘을 잃었다.
지금 농협사료는 인상시기를 놓친 이후, 경영난을 타개할 마땅한 대책조차 강구하기 어려운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식의 비상경영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일선조합과 축산단체, 그리고 양축가 조합원이 머리를 맞대고 농협사료의 역할과 존재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농협사료의 존립이 흔들리면 가격견제 기능도 상실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농협사료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가격연동제를 제대로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농협사료는 2005년 3월 가격연동제를 도입, 인하요인을 반영해 가격을 내렸던 적이 있다. 이 후에도 가격연동제는 몇 차례 인상과 인하에 적용됐지만 어느 순간 유명무실한, 희미한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제도가 됐다. 이제라도 가격연동제를 가동해 축산농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양축가 조합원이 없으면 농협사료는 당연히 존재가치를 잃는다. 반대가 된다면 농가입장에선 지금처럼 사료가격을 견제해줄 기능이 상실된다.
한없이 움츠러든 농협사료 임직원들의 어깨가 반듯하게 펴질 때 농가들도 든든한 동반자를 계속해서 곁에 둘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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