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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차단방역 밖에 길이 없다

■데스크 칼럼

지난해 안동발 구제역 발생 소식이 알려지기 열흘 쯤 전인 11월 18일. 동물유전육종연구회 주최 ‘한우 개량 현황 및 발전 전략’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충남 천안 소재 농진청 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정문을 들어서며 철저한 차단 방역에 놀란 적이 있다.
그동안 축산 관련 기관에서 나름대로 철저한 방역을 기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더욱이 그 때는 연초부터 구제역이 발생.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막 청정국 지위를 회복(9월)한 터라 질병 방역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차단 방역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은 했다. 하지만 방역은 상상 이상이었다. 정문에 다다르자 출입하는 차를 완전히 정지시키고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내리게 한 다음 소독실에 들어가 온 몸을 소독케 했다. 이어 다시 차를 타고 정문을 통과하며 차량을 흠뻑 적시는 소독을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심포지엄이 열리는 대회의실로 갈 수 있었다. 철저한 방역이라고 해봐야 정문을 통과하면서 차량을 소독하고 차량에서 내린 다음에는 건물 입구에 설치된 발판 소독기로 신발을 소독하는데 그칠 것으로 생각했던 기자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만 하면 구제역이 제 아무리 막기 어려운 악성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못 막을 리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철저하게 차단 방역을 실시하던 그 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특히나 정문의 사람이나 차량의 철저한 통제에 그치지 않고 아예 그곳 관계자들이 바깥출입조차 하지 않고 숙식마저 현장에서 해결할 정도였음에도 구제역이 발생했다니 이해 할 수 없다.
물론 정밀한 역학 조사를 해보면 뭔가 이유는 밝혀질 것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유류 차량이나 일용직 직원들이 들락거린 사실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고라니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내 비치고 있어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 최고의 축산연구 산실인 축산과학원에서조차 구제역을 막아내지 못한 사실이 축산인들에게 주는 충격은 너무 컸다. 무엇보다 방역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방역에 임하고 있는 축산농가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축산농가의 차단 방역을 강조해온 방역 당국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들먹이며 축산을 때리고 매도했으니 축산인들의 애타는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욱’하는 마음 같아서는 ‘이참에 축산을 모두 그만둘테니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를 수입 축산물로 해결해보라’고 말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오늘의 축산이 있기까지 그동안 위기 때마다 위기에 굴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역사를 하루아침에 백지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축산과학원과 같은 국가기관에서조차 막지 못한 구제역과 싸우고 있는 것 자체를 우리 축산사에 의미있게 기록되게 해야할 것이다. 그 의미란 다름 아닌 마침내 구제역을 종식시키고 우리 축산이 질적으로 한 단계 거듭나게 하는 것임을 전제하고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제 입춘이 지나고 곧 우수가 다가온다. 봄이 온다. 봄이 오면 구제역이 더욱 활개를 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동안 발생했던 구제역과 바이러스타입이 다른 구제역이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러한 때 우리 축산농가에서 할 일은 안타깝게도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차단방역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소독효과 또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적을 앞에두고 밥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배를 침몰 시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자세로 구제역과 최후의 일전에 나설 것을 간절히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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