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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축산은 미래 유망산업…역사 짧다고 경시하면 안돼”

■새해를 여는 덕담/ 원로 학자 정길생 박사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희망 찬 새해를 여는 덕담,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의 아름다움 그 자체다. 2010년 새해 첫 지면(紙面)에도 덕망있는 원로 인사의 덕담 한 마디 없을 수 없다. 어느 분을 모실까 고민 끝에 정길생 박사의 덕담을 듣기로 했다. 정 박사는 동물 생명과학 분야에서 큰 학문적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대학(건국대) 총장이라는 명예로운 이력을 가진데다 올 3월부터 대한민국 학계 최고의 영예인 한림원 원장으로 취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새해도 ‘녹색’ 화두…생태 파괴는 인간 오만이 원죄 반성해야
3월 한림원장 취임 “나이 때문에 연구능력 사장 없도록 할 것”
생명공학분야 개척 ‘보람’…포기않고 최선 다해 오늘이 있어

지난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작은 커피 전문점에서 정 박사를 만났다. 여윈 모습이 추운 겨울에도 꼿꼿하고 푸른 대나무를 연상케 했다. 그러면서도 건강하고 웃음 가득한 모습은, 개인적으로 대학 대선배이고 스승인데다 워낙 눈부신 학문적 사회적 경력에 주눅들어 뻣뻣해 있던 기자의 어깨를 조금은 편안케 했다.
커피를 주문한 정 박사는 큰 기대를 걸고 인터뷰에 임하려는 기자에게 “한림원장에 취임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떠들 거 없다”며 “조그맣게 다뤄달라”고 말해 기자를 살짝 당황케 했다. 하지만 질문 요지를 대충 훑어본 다음 학계 원로로서 편안하게 말하겠다며 질문 마다 자상하게 말을 이어 갔다.
새해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문제는 물론 한림원장으로서 포부와 축산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 학자로서 학문적 자세, 70평생을 살아오면서 지켜온 인생관 등을 정말 막힘없이 풀어 놓는데 마치 기자가 무엇을 질문할지 며칠 전에 다 알고 미리 준비한 듯 했다.

갈등 극복, 힘 모아 변화 대응을

-새해는 한일 강제 합방 100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또 기후와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이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해 신종플루가 그랬던 것처럼 신종 질병 등의 재앙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박사님의 새해를 맞이하는 소감은 어떻습니까.
“오늘을 맞이하는 역사적 인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든 한일 강제합방이라는 역사의 비극도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훨씬 그 이전부터 국제적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내부적 역량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늘도 우리가 한일합방 이전처럼 앞을 내다볼 안목을 갖지 못하고 격변하는 국제사회에 대응할 만반의 자세를 갖추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내부적 알력과 갈등을 극복하고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기후 환경 문제는 인간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간이 과학기술을 믿었지만 개발 부작용을 극복하기엔 인간의 지혜나 기술이 너무 미약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20년 후면 빙하가 만드는 물을 먹고 있는 26억~28억의 인구가 물부족에 시달리고, 북극 대륙의 천연가스가 분출돼서 지구가 찜통이 될 것이라는 경고는 결코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질병으로 인한 재앙도 결국은 기후와 생태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해에는 정말 새로운 역사적 인식과 함께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한 반성이 반드시 요구된다 할 것입니다.”

-3월1일자로 한림원 원장으로 취임하게 돼 있습니다. 한림원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미리 듣고 싶습니다.
“한림원은 권위와 명예의 기관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상, 노르웨이 한림원의 노벨평화상이 갖는 권위와 명예 바로 그런 것입니다. 대한민국 한림원도 현재보다 더욱 높은 위상을 갖기 위하여 다양한 과학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제시하고 또 그런 연구 결과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겠습니다.
이를테면 학자가 65세 이상이면 정년퇴직함으로써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이는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과학 기술자의 정년이 없습니다. 우리도 유능한 과학기술 인력이 정년을 이유로 사장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한림원은 시범적으로 한림원 회원들에게 국가에서 적어도 70세까지 연구비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을 트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은 우리 과학기술인력이 대한민국 발전은 물론 아시아 각국의 발전을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도록 이들 각국에 파견할 기술고문단을 조직할 계획입니다. 과거 미국의 과학기술 고문단이 대한민국을 지원했듯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아시아 18개국 한림원연합회 본부를 국내로 가져오는데, 이를 계기로 우리 과학 기술 지원을 필요로 하는 아시아 여러 국가에 우리 기술 지원단을 파견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 세계 최고의 석학을 초청, 국제적인 이슈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갖는등 학술회의의 질을 높이고, 한림원 행정사무실을 서울에 설치해 회원의 교류가 좀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박사님의 프로필을 보면 눈이 부십니다. 그 중 학문적 업적도 매우 큰 것으로 압니다. 박사님께서 쌓은 많은 업적 중 학문적, 산업적 발전, 나아가 인류 복지에 기여한 업적이라면 무엇을 꼽겠습니까.
“(내 자랑하는 것 같아 쑥스럽습니다만 앞으로 내가 연구비 딸 일 없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자와 난자를 이용한 동물생명공학적 기술이라고 한 마디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수정란이식 기술을 처음 도입한 것을 비롯 수정란의 품종간 이식, 형질전환동물의 생산, 줄기세포의 작성과 이용에 관한 기초적 이용과 방법을 최초로 도입 하는 등 생명공학 분야를 처음 개척하고 기반을 닦은 것이 학자로서 의미있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자로서 최고 영예…“운이 지요”

-새해 아침 덕담인데 주제가 너무 딱딱한 것 같아 우문을 하나 할까 합니다. 박사님께서는 대학총장과 한림원 원장이라는 학자로서는 최고의 영예를 다 가지셨는데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웃음)제가 운이 좋지요. 사실 이 두 가지 중 하나만 가져도 대단한 영광이죠. 굳이 선택하라고 하면 총장도 원장도 아닐 때는 우선 총장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요. 역대 한림원장이 대학총장을 먼저 거친 것을 보면…아무튼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의 범위를 축산으로 좁혀 보겠습니다. 요즘 농업계에서 축산이 갖고 있는 독립적 정체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없지 않습니다. 박사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축산의 생산규모가 아직은 적고 역사도 짧은데다 농업 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이 농업경제나 작물을 전공했으니 축산에 대한 그런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가경제 발전에 따른 축산식품 수요 등을 감안할 때 그것은 정말 잘못된 인식입니다. 우리 식탁에서 육류와 우유 계란을 빼버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사료곡물을 수출하던 중국이 최근 수출은커녕 중국내 자체수요를 충당하기도 바쁘다는 사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중국의 소득수준이 2만불 수준에 이르면 중국이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 때 우리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나 비싼 값을 치르고 쇠고기를 수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축산을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인식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그런 인식을 바꿔야지요.”

-생명공학이 축산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여겨집니다. 그런 만큼 축산산업의 미래는 유망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당연합니다. 생명공학이 축산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째는 의료분야로 질병 진단과 예방, 치료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입니다. 둘 째 건강식품 분야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앞으로 생명공학 세계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선적으로 기능성 식품을 언급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세 째 환경 분야입니다. 화석에너지 자원이 점점 고갈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매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축분뇨를 자원화함과 동시에 에너지화하는 플랜트는 하기에 따라서는 외국에 수출도 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입니다. 따라서 생명공학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연구자에 대한 지원 강화도 당연히 요구됩니다.”

-학계 원로로서 학문하는 사람의 자세를 어떻게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학문은 진리를 물어서 터득하는 것입니다. 학문적 탐색에 투철하고 결과에도 책임질 줄 알아야지요. 또한 새로운 연구에는 많은 저항과 비판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연구하는 바가 옳다면 신념을 굽히지 말고 정진해야 합니다. 물론 시세에 영합해서도 안되겠지요. 그런데 요즘 연구비를 목적으로 철학도 없이 행동하는 학자도 있는데 이해는 하지만 천박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사님께서 평생 견지해온 인생관은 무엇입니까.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 인생에도 굴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삶과 남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삶을 위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리고 타의에 의한 어쩔수 없는 경우는 몰라도 자의로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스스로 포기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 한림원 원장에 선출된 것도 결국은 최선을 다하는 저의 모습에 회원들이 공감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축산인들에게 덕담 한마디 부탁합니다.
“축산인들은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말 잘해 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기 이전에 축산인 스스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또 실천하는 자세가 긴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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