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고착화 땐 양돈산업 전반 변화 불가피
삼겹살과 목살에 집중돼 왔던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1차 육가공업계를 중심으로 이들 부위의 수익률 저하와 함께 매출 비중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마지노선 붕괴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회원사를 대상으로 각 부위별 도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팬데믹 이전 지육가격 대비 평균 330~350% 수준이었던 삼겹살 가격은 팬데믹 이후 매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며 지난해 300%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조사가격 이하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거래가격은 더 낮았을 것이라는 게 육가공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예상보다 높은 돼지가격이 형성됐던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는 실제 삼겹살 도매가격이 지육가격 대비 평균 270~ 280%에 머물며 육가공업계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대 마저 붕괴된 것으로 추정됐다. 목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음은 물론이다.
도매가 kg당 1만5천원 ‘한계’
이같은 추세는 일단 최근의 경기침체가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삼겹살의 시장 가격 저항선이 크게 낮아졌다. 도매가격의 경우 지육가격에 관계없이 kg당 1만5천원을 넘기 힘들다”며 “그러나 지육가격이나, 보관료 등을 감안할 때 냉동 전환 마저 어렵다 보니 적정 가격 이하라도 ‘밀어내기 판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전‧후지 매출비중 상승
이에 반해 전‧후지를 비롯한 이른바 하부위의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팬데믹 기간 육가공품 시장 확대와 함께 원료육 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국제가격의 영향으로 가격이 오른 수입육 대신 국내산 사용 비중이 크게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팬데믹 이전 지육가격 대비 70%대 안팎이었던 후지 도매가격의 경우 팬데믹 이후 꾸준히 상승, 지난해에는 평균 87%에 육박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삼겹살과 목살의 매출 비중 감소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시적 현상” 기대도
이제 관심은 향후 시장 흐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부위 가격의 강세는 단기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제가격과 환율이 안정되면 각종 가공품의 원료육으로써 수입육의 비중이 다시 높아지고, 이 과정에서 국내산 가격과 수익률은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삼겹살과 목살 시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가 되살아나면 가격 저항선도 다시 유연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지만, 가공품 시장의 확대와 함께 근래의 추세가 점차 고착화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지육가 대비 최소 350% 돼야”
문제는 후자의 경우다.
장기적으로는 종자에서부터 생산,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삼겹살, 목살에 집중돼 온 국내 양돈산업 전반에 걸쳐 변화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육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하부위로는 삼겹살과 목살의 수익률을 대체할 수 없다. 최근 육가공업계의 적자경영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라며 “삼겹살 도매가격이 최소한 지육가격 대비 350%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육가공업체 관계자도 “지금과 같은 원가구조라면 오히려 지육가격 대비 삼겹살 도매가격을 400%까지 끌어올려야 할 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돼지 한 마리당) 부가가치나 가격을 유지할 수 없다. 육가공업계만이 아닌, 국내 양돈산업 전체가 고민해야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내우외환’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양돈산업에 또 다른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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