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도축업계 전기료 20% 할인특례로 연간 200억원 비용 절감
일몰 시 도축수수료 인상→생산비 증가→가격 상승 불가피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가 오는 12월 말 종료(일몰)된다. 이대로라면 한달여 후(내년 1월)부터 도축장은 전기요금을 20% 더 내야한다. 도축장은 비상이다. 당장 20% 오른 전기요금이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됐다. 인건비 등 각종 비용도 다 상승했다. 영세 도축장의 경우, 경영난에 몰릴 수 있다. 할인특례 종료 여파는 비단 도축장에 머물지 않는다. 축산업 전체에 퍼져나간다. 도축장은 할인특례를 활용해 그간 도축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최대한 인상을 억제해왔다. 할인특례 종료는 결국 도축수수료 인상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축산물 가격 상승·소비자부담 증가·축산경쟁력 약화 등 ‘연쇄파동’도 우려된다. 할인특례 연장은 선택 아닌 필수다.
도축수수료 인상 억제 강력 수단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는 지난 2014년 영연방 FTA 체결 과정에서 축산업 지원 방안 일환으로 마련됐다. 결코 도축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축산농가 보호에 더 가깝다.
당시 축산물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국내산 축산물은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여·야·정 협의 결과, 도축장에 10년간(2015년 1월 1일~2024년 12월 31일) 20% 전기요금 할인특례를 적용키로 했다.
도축장은 그 취지를 한껏 살렸다.
지난 2015년~2022년 사이 소 도축수수료는 연평균 2.5%, 돼지 도축수수료는 연평균 2.1% 올랐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2.82%, 임금상승률은 연평균 6.3%였다.
도축장들이 할인특례를 통해 최대한 도축수수료 인상에 나서지 않은 행보라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할인특례에 따른 전기요금 절감 효과는 적지 않다.
2015년 148.5억원, 2016년 166.5억원, 2017년 167.9억원, 2018년 175.1억원, 2019년 177.5억원, 2020년 190.6억원, 2021년 192.9억원, 2022년 215.7억원, 2023년 271.4억원 등 매년 2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전기사용량 증가,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절감 효과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이 할인특례가 시한부라는 것에 있다. 바로 오는 12월 말이다.
앞으로 한달여 후면 도축수수료 인상을 막아낼 방패, 즉 할인특례를 잃게 된다.
할인특례가 종료된다면, 도축장은 이 만큼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하고, 이 비용은 다시 도축수수료 인상으로 축산농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타산업과 형평성 크게 어긋
할인특례 종료는 다른 농수산물 가공·저장 산업과 형평성에서도 크게 어긋난다.
예를 들어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PC)는 산업용보다 훨씬 싼 농사용 전력 전기요금을 적용받는다.
미곡종합처리장(RPC) 도정시설은 산업용 전력 전기요금 50% 할인이다. 여기에는 예정된 일몰도 없기에 특별변수가 없다면, 이대로 계속 간다.
도축장(LPC)은 가축 수확단계인 만큼, 벼로 치면 RPC다. (가축→축산물). RPC는 벼를 건조, 저장, 도정, 검사, 판매 등을 일괄처리한다. (벼→쌀)
더욱이 도축장에 발생하는 전기요금 상당부분은 저장 냉동·냉장실이 차지한다. RPC와 차별대우 받을 일이 없다.
뿐만 아니라 도축장은 축산물 안전성 확보, 축산물 등급판정, 축산자조금 거출대행, 축산물 이력제 등 공공 업무를 수행한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검사원, 축산물품질평가원 평가사 등이 도축장에 상시 근무하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도축장은 산업용 전력 전기요금 20% 할인에 머문다. 그마저 10년 한시적이라고 못박았다.
오히려 농사용 전력으로 전환시켜주거나 산업용 전력 전기요금 50% 할인이 더 타당해 보인다. 20% 할인특례 연장 뿐 아니라 확대를 검토해봐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연장 공감대 형성...그러나 한전 적자에 발목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 연장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관계자 대다수는 필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특례연장은 한국전력공사 전기공급약관 세칙(별표 4)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가능하다.
‘2015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적용한다’를 ‘2015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로 바꾸면 된다.
RPC 역시 ‘2018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로 적시돼 있다.
한전 전기요금 조정은 조정(안) 한전 이사회 의결, 산업통상자원부에 인가 신청, 자문, 기획재정부 협의, 전기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치게 된다.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 연장으로 들어서기는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한전 적자가 단초를 제공한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한전 누적적자는 무려 47조원이다.
한전에서는 할인특례의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된다며,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 연장이 다른 고객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 상황을 넘어서는 축산인들 목소리와 간절함이 요구된다.
도축 품질저하 등 풍선효과도 우려
한전은 지난 10월 24일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고압A 선택2의 경우 평균가격 173.15원/kWh으로 무려 10.2% 올랐다.
3년간(2022년~2024년) 인상폭은 65.45%다. 이렇게 앞으로도 전기요금 인상은 기정사실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 종료는 도축장 비용 증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도축수수료 인상·생산자비용 증가, 축산물 가격 상승, 소비자부담 증가 등 연쇄파동이 불보듯 뻔하다. 도축품질 저하 등 풍선효과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축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축산물 수입을 늘리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농산물 중 식량안보를 그마나 지켜내고 있는 것이 축산물이다. 수입파고에도 든든히 국민식탁 주인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 공신 중 하나가 바로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다.
소비자, 국민경제로 넓혀보면, 특례 연장을 통해 물가인상 고리 차단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채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할인특례 연장은 축산업 경쟁력을 살리고, 물가인상을 막는 길이다. 할인특례 연장에 도축장, 축산농가 등 축산인 뿐 아니라 국회,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한전 등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인터뷰> 김명규 한국축산물처리협회장
물가 상승 악순환 고리 차단...‘특례 연장’ 선택 아닌 필수
단순 도축장·축산업 문제 넘어
국민경제 가시적 관점서 접근을
도축장 뿐 아니라 축산발전과 지속축산에 늘 힘쓰고 있는 김명규 한국축산물처리협회 회장. 그는 전기요금 할인특례 문제를 도축장, 축산업으로 한정하지 말고, 소비자, 국민경제 시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할인특례가 종료되면 도축수수료를 인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축산농가 비용 부담이 늘게 되고, 축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물가상승이 우려됩니다.”
김 회장은 결국 할인특례 연장을 통해 국내 축산업 경쟁력을 살리고, 수입 축산물 파고를 막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정책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물가인상 고리를 끊어낼 좋은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이 촉박하지만, 충분히 할인특례 연장을 실현해 낼 수 있다”며 “축산인들 모두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연장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전력공사 등이 전향적으로 접근·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장 필요성, 기대효과 등을 잘 설명해야 하고요. 축산인들의 결연한 의지도 보여줘야 합니다.”
김 회장은 이런 취지로 오는 18일 국회에서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 연장 정책토론회를 갖게 됐다며 축산인, 국회, 정부, 한전 등이 할인특례 연장에 뜻을 모으고 방안을 찾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축장은 가축을 축산물로 재탄생시키는 숭고한 일을 한다. 축산물 위생·안전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축장은 정책적으로 소외되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전기요금 할인특례에서도 도축장은 차별받고 있다. 일례로 RPC(미곡종합처리장)의 경우 50% 할인에 일몰도 없다. 공정 회복 측면에서도 할인특례는 반드시 연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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