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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뒤죽박죽 인물史 ⑩ / ‘꿀벌의 언어’ 규명한 칼 폰 프리슈


중환 농업연구관(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 시작하며

우연히 농업분야의 신문 내용들을 흝어 내려가다 ‘토종벌농가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낭충봉아부패병(囊蟲蜂兒腐敗病)으로 인한 토종벌의 개체수 급감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이 낭충봉아부패병은 토종벌 유충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치사율이 90% 이상에 달하는데 토종벌 흑사병으로 불리기도하며 ‘꿀벌 에이즈’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처음 접했던 게 2010년쯤으로 당시 토종벌의 90% 이상이 이 병으로 폐사되었다고 했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꿀벌은 우리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그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꿀벌은 꽃의 꿀과 꽃가루를 모으면서 수정을 시키는 집단생활을 하는 곤충이며 축산법(축산법 시행령 제2조)에 가축으로 분류되어 있다. 꿀벌의 역할에 대해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이상 생존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그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벌(蜂)’이라는 단어를 이야기 했을 때 대부분은 ‘무서운 말벌’ 혹은 ‘맛있는 꿀’을 연상할 것이다. 혹은 어린 시절 과학책에서 보았던 꿀벌의 ‘8자 춤’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꿀벌의 ‘8자 춤’을 발견한 칼 폰 프리슈 교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 1886~1982)

Karl von Frisch 교수는 184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의사인 안톤 폰 프리슈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1910년 뮌헨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12년 뮌헨대학교 동물학 및 비교해부학 강사로 재직했다. 이후 1919년 교수로 승진했으며 1921년에는 로스톡(Rostock) 대학교, 1923년에는 브레슬라우(Breslau) 대학교에서 근무했으며 1925년에는 모교인 뮌헨대학교에서 다시 교수 및 연구소장으로 재직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근무하던 연구소가 파괴되어 1946년부터 1950년까지 그라쯔(Graz) 대학교에서 일했다. 이후 1950년 다시 뮌헨의 연구소로 복귀해 1958년 퇴임까지 그 곳에 머물렀다.   

프리슈 교수는 꿀벌이 냄새로 식물을 구분할 수 있으며 달콤한 맛을 구분하는 민감성이 의외로 인간보다 조금 강할 뿐임을 발견했다. 그리고 꿀벌이 색을 구분한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다. 특히 꿀벌의 춤은 언어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춤은 2가지로 구분되었다. 먼저 원형 춤(Round dance)은 50미터에서 100미터 이내의 근거리에 먹이가 있을 때 추는 춤으로 특별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폭이 좁은 원을 그리며 빙빙 도는 행동을 나타냈다. 다음으로 8자 춤(Waggle dance)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먹이에 대한 정보 전달을 위해 사용했는데 직선구간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나아가고 다시 반원을 그리면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는 춤이다. 직선구간의 이동시간이 먹이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데 직선구간의 이동시간 1초는 약 1km의 거리를 의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은 이런 꿀벌의 행동에 대해 일반 상식 정도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연구가 보고된 당시에는 많은 논란이 발생했다. 하지만 많은 검정을 통해 이론적으로 정확하게 분석된 것임이 밝혀졌고 이런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1973년에 니콜라스 틴버겐, 콘라트 로렌츠와 공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프리슈 교수는 노벨상 수상 후 9년 뒤인 1982년에 사망했다.

프리슈 교수의 꿀벌에 대한 연구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더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 대학 연구진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꿀벌은 1천5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춤들로 의사를 소통을 한다고 하며 우리는 이를 통해서 꿀벌의 생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마치며

프리스 교수의 생애가 평탄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의 조부모 중 한 명이 아리안족 임을 확인할 수 없어 나치 정부로부터 퇴출의 위기를 겪기도 했으며 우생학(優生學)을 지지한 것에 대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인구의 증가를 꾀하고 열악한 유전자를 가진 인구의 증가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우생학에 대해 프리스 교수가 무조건적으로 지지한 것은 아니다. 그는 유전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우생학 이용을 지지했으나 이러한 조치는 틀림없이 개인의 자유를 크게 침해할 것이며 높은 윤리적 성실함이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우생학이 가져온 사회적 해악은 많은 사람들로 해금 거부감과 우려를 낳게 했으며 이로 인해 프리스 교수의 견해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60여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꿀벌의 언어’를 규명한 동물행동학자로서의 노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며 그의 삶은 앞으로도 많은 후학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1973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사회자가 칼 폰 프리슈를 포함한 니콜라스 틴버겐, 콘라트 로렌츠 공동 수상자들을 소개할 때 ‘동물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정보를 해독하고 그 행동의 의미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솔로몬 왕의 계승자가 되었습니다.’ 라고 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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