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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발자국

  • 등록 2019.10.02 10:45:02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아, 저 발자국 /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도종환 시인의 시 ‘발자국’이다. 독자의 지나간 시간에 남은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푹푹’ 이라는 의태어를 써서 그 의미가 깊게 그리고 강하게 다가온다. 발자국을 사전에서 찾으면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 그리고 ‘발을 한 번 떼어 놓는 걸음을 세는 단위’라고 한다.
환경에서도 발자국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용어가 있는데 주로 발자국의 두 번째 의미인 단위에 대한 용어로 사용된다. 몇 가지 용어를 살펴보자. 우선 공산품에 표시가 되고 있는 2009년부터 시행된 탄소발자국. 그 정의는 제품과 서비스의 환경성을 높이기 위해서 제품 및 서비스의 전과정에 대한 환경 영향을 숫자로 나타내는 환경성적 표지 제도의 하나로써,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여 표시한 것이다. 생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두부 160g짜리 두 개가 붙은 한 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총 275g의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배출하는 것으로 표시된다. 이는 공장에서 제조하기 전에 원료 생산에서 58g, 제조 과정에서 232g의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배출하며 폐기 단계에서 15g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간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즉석밥 210g짜리 한 개는 총 329g의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배출하는 것으로 표시된다. 이는 원료 생산에서 151g, 제조 단계에서 206g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배출하고 폐기 단계에서 28g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 200ml 한 팩은 어떨까? 총 114g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배출되는 것으로 표시된다. 이는 원료 생산에서 87g, 제조 단계에서 32g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배출되며 폐기 단계에서 5g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시는 소비자가 배출량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여 관행적으로 생산한 제품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제품(저탄소제품)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다른 예로 많이 이야기되지는 않지만 물발자국이 있다. 2017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했는데, 탄소발자국의 정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대신에 물 소비량과 관련해서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표시하는 것이다. 생산물 일 톤을 기준으로 할 때 쌀은 2천895톤, 옥수수 909톤, 소고기 1만5천497톤, 돼지고기 4천856톤, 닭고기 3천918톤, 우유 990톤의 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생태발자국이라는 것이 있다. 지구에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필요한 지구의 크기를 계산한 것이다. 즉, 한 사람 당 필요한 면적이 많을수록 더 환경적 오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자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한국본부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가 일본인의 삶의 방식을 따를 경우 지구가 2.9개 필요하고, 우리나라의 것을 따를 경우 3.3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밖에 캐나다인의 삶을 따를 경우 4.7개, 미국인의 그것을 따를 경우 4.8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발자국들은 환경친화적 또는 환경에 적은 피해를 주는 삶의 방식을 사람들에게 쉽게 보여주기 위한 비교에 필요한 계량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계량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는 단순히 숫자의 의미로 남지 않는다. 계량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비교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비교 후에는 발자국의 첫 번째 의미인 모양을 사람들에게 남긴다. 즉, 사람들은 숫자는 잊어버리고 비교한 방법은 잊어버리지만, 발자국의 단위가 크게 나올수록 좋지 않다는 이미지를 사람들의 마음에 깊게 심어놓는다. 우리 축산은 항상 다른 어떠한 것과 비교당하고 있으며 좋지 않은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가장 흔한 예가 쌀, 감자와 같은 에너지 식품들과 비교당하는 것이다. 고급 식품인 축산의 영양적 가치를 가지고 비교한다면 논쟁이 가능하겠지만 환경을 다루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비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도 쌀은 주식이라 생각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2019년 9월 1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추석을 보낸 축산인,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긴급 방역을 통해 전염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은 언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잠복기를 지나면 안심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나간 발자국은 살처분된 돼지들과 피해액으로 계량화가 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축산인과 소비자들에게 발자국을 푹푹 남겼을 테니까…계량화된 숫자보다는 숫자를 본 이후에 남은 이미지가 더 오래 선명하게 남을 테니까…그렇다면 이 발자국은 어떻게 희미하게 또는 어떻게 없애야 할까…나는 발자국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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