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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저탄고지, 축산인이 앞장서 알리자

  • 등록 2017.12.13 10:52:58


남 성 우 박사(前 농협대학교 총장)


‘저탄고지’ 식생활이란, ‘저탄수화물·고지방(Low Carbohydrate High Fat)’ 식생활을 편의상 줄여서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원천 중에서 탄수화물은 낮추고 지방은 높이자는 의미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고탄수화물·저지방’ 식생활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최근 들어 세간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이는 2012년 12월 전주 MBC-TV가 방영한 특집 프로그램의 타이틀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마블링(marbling)은 우리 건강을 해치는 기름덩어리(脂肪)이므로 ‘국민 건강에 독(毒)’이라고 주장하고, 마블링의 정도로 판정하는 쇠고기 등급제는 ‘과연 누구를 위한 등급제인가’라고 비판하면서 지방함량이 높은 ‘육식은 국민 건강의 적’이라고 단정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채식은 선(善)’이고 ‘육식은 악(惡)’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왜곡된 내용이 공중파를 탄 것이다.
당시 축산인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그 뿐, 방송국을 찾아가 항의를 한다고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축산물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은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그야말로 홍수에 제방이 무너진 것과 같았다. 이 프로그램은 방영 이후 지금까지 4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니 그 여파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간다. 그렇지 않아도 구제역, AI 등 악성가축전염병의 반복적인 발생, 가축분뇨로 인한 냄새 그리고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축산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던 차에 축산물(육류)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는 설상가상이 되고 말았다.
축산업계에서는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올바른 홍보가 절박하다고 판단해 대책을 논의하고 나눔축산운동본부와 축종별 자조금위원회가 나서서 심포지엄,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활동을 펼쳤지만 공중파의 위력에 비하면 그 효과는 비교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4년 7월 축산관련 학계, 업계를 망라하는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회장 최윤재·서울대 교수)’가 발족되고 매월 ‘축산물과 건강’에 대한 연구와 발표회, 심포지엄이 활발하게 전개된 점이다.
한편 축산업계와 별도로 뜻있는 일부 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발족된 ‘대한저탄수화물고지방식이협회(회장 송재현·사랑의 의원 원장)’는 저탄수화물·고지방식과 건강에 관한 연구와 사례발표회, 토론회를 계속하면서 동호회 조직, 인터넷을 통한 홍보 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들 두 단체는 언론계와 지속적인 접촉과 설명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시험연구·분석 등을 통해 적극 지원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MBC-TV는 ‘채식의 함정’, ‘탄수화물의 경고’라는 두 편의 특집프로그램 방영에 이어 2016년 9월 ‘지방의 누명’이라는 스페셜 기획프로그램(작가 홍주영)을 두 차례에 걸쳐 방영했다.
“지방은 다이어트의 적이 아니다. 잘못된 상식을 버려라, 저탄수화물·고지방식으로 비만을 줄일 수 있고 오히려 건강이 증진된다”는 것이 이 특집프로그램의 주요 골자이다. 이는 분명 ‘육식의 반란’ 프로그램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고 ‘오해와 진실의 공방’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이다.
세간에서 격렬한 논란이 계속되자 MBC는 2016년 12월 ‘지방의 누명 그 후-오해와 진실’이라는 특집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여기서는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을 통한 다이어트 성공사례, 당뇨 등 질병 극복사례를 증거로 제시하면서 결코 허구가 아님을 보여줬다. 아직도 의사, 영양학자 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많은 성공사례들이 계속 발굴, 입증되면서 희망 또한 커지고 있어서 기대가 크다.
올해 7월8일 서울대 농생대 강당에서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와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이협회 공동주관으로 ‘우리 축산물과 함께 건강해지는 저탄소화물 고지방 라이프’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고, 12월2일에는 ‘당뇨 그것이 알고 싶다-우리 축산물과 함께 건강하자’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으로 이어졌다.
‘지방의 누명’ 프로그램과 그간의 심포지엄 등에서 제시된 주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나쁜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좋은 지방을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비만의 주범은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다.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은 몸의 활력을 증진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대사성질병도 막을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 축산인들이 듣기에 거북하겠지만 쓴 소리를 좀 해야겠다. 지난 12월2일 심포지엄에 참석한 인원은 300여명. 대부분은 ‘저탄고지라이프(LCHF LIFE)’ 동호인들이었고 축산인은 30여명에 불과했다. 우리 축산인들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숫자이다.
축산물 소비증대가 곧 축산업 발전의 토대일진대 어찌 이리 무관심하단 말인가. 축산과는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의사와 일반국민들이 협회와 동호회까지 결성하고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생활을 건강의 신조처럼 여기고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 축산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언가를 홍보하려면 내가 먼저 이론과 논리를 무장해야 할 텐데, 우리는 얼마나 공부를 했고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혹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가 “육류는 건강에 해롭다”고 말할 때, 아니라고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축산인이 몇 명이나 될까? 아니,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보자.
‘나만은 빠져도 되겠지’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다. ‘나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먼저 앞장서자. 축산물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나 오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침묵은 묵시적 동의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축산물과 건강’에 관한 심포지엄이나 발표회에 적극 참여해 우리의 지식을 함양하고 홍보에 앞장서자. 축산농가와 정부가 모아준 축산자조금을 적극 활용해 더 많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정확하게 알리자. 그래야만 우리 축산물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축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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