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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무창·자동화로 혁신…IMF로 구조조정 유통 제자리걸음…제조일자 큰 변수될 듯

1985~2010 축산 25년 발자취 / 산란계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현장 양계인에 듣는다 / 상지농장 김용재 이사

한 산업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자칫 지나온 발자취의 한 단면만을 보고 산업의 역사적 의미를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때문에 본지가 창간된 지난 1985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산란계 산업의 발자취는 그 현장에서 일했던 양계인의 증언을 듣는 것으로 대신했다. 상지농장 김용재 이사<사진>를 찾았다. 상지농장의 산란계 사육규모는 18만수며, 지난 70년대부터 산란업을 시작했다. 김용재 이사는 아버지 김문수대표의 대를 잇고 있다.

80년대 말 자동화 붐…생산성·환경 두 토끼 잡아
90년대 IMF 위기 중소규모 도태…규모화 가속
2000년대 소비자 시대 맞아 가공 브랜드에 눈떠
발표가격 있으나 마나…이중시세에 생산자 속앓이
 
“산란계 산업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 본격적인 자동화 바람이 불었습니다. 개방형 시설에서 밀폐형 시설로 생산성을 극대화시킨 것이지요. 그 이전에는 사료급이나 계분처리 분야에서 자동화가 이뤄졌을 뿐입니다.”
김용재 이사는 산란계 역사를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자동화 붐으로 시작된 산란계 산업 변화를 화두로 꺼낸 것이다.
김 이사는 이 같은 자동화로 한껏 피치를 올리던 산란업계가 IMF파동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증언했다. 사료값이 급등하고 계란 소비는 크게 위축되자 산란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이후 2000년대 본격적인 소비자시대를 맞아 계란 가공, 브랜드 등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란 유통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개선되지 않은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80년대 중반이후 산란계 산업이 타 축종에 비해 규모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아무래도 자동화 붐과 관련이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자동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그 자동화는 대군업자들이 외국의 선진화된 시설을 도입하면서 본격화 됐습니다. 자동화 시설의 특징은 기존의 A자형 케이지에서 아파트형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또 개방형에서 밀폐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두 가지 특징은 규모화를 촉진시킴과 동시에 대규모 사육에 따른 냄새나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자동화 붐이 일기까지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붐은 대군업자들이 앞다퉈 자동화 시설을 수입함으로써 이뤄졌습니만, 근본적인 계기는 인력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규모는 키워야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양계장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인력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강도도 80년대에는 새벽 3~4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으나 지금은 아침 7~8시에 일을 시작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 당시 인력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 밀폐형 자동화 시설은 인력문제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이 강조됐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투자비가 큰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자동화 시설 붐이 일었던 것은 역시 그만큼 투자 효과가 컸다는 말씀이죠.
“물론입니다. 아파트형 한 동이면 A형 열동의 효과를 볼 수 있었으니 시설 투자를 망설일 필요가 없었지요.”
-사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은 우리 축산업계에선 개방이 이슈가 됐는데 산란계는 개방이 산업 변화의 큰 변수가 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럴 수밖에 없지요. 계란을 수입하는 것은 계란 가격만을 놓고 보면 경쟁력이 있지만 수송비 등을 감안하면 계란 수입이 그렇게 메리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계란 수입을 시도해본 경우도 있지만 결국 수입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자동화 붐 다음 산란계 산업의 변곡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IMF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자동화로 계란 생산은 극대화 됐습니다. 그런데 IMF로 사료값이 급등하자 많은 양계농가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게 됐습니다. 거기다 소비마저 위축되다보니 매일 매일 계란을 생산하고 팔지 않으면 안 되는 농장에서는 큰 어려움이었지요. 마침내 중소규모 농가들은 도태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물론 이를 기회로 규모화는 더욱 진전됐지요. 아마 이때 규모화의 진행속도는 자동화도 1.5배는 빨랐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2000년대를 맞이하는데 2000년대는 우리가 본격적인 소비자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산란계업계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계란을 팔기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자동화, 규모화로 계란 공급량은 더욱 늘어난 구조속에서 계란을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까다로와졌지요. 위생과 안전 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진 때문이지요. 이에 따라 계란 재고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가공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또 브랜드 란으로 차별화하려는 노력도 병행됐지요. 지금은 브랜드 란이 많이 정리된 느낌입니다만 한 때는 계란 브랜드는 그야말로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생산 측면에서 변화의 흐름은 어느 정도 알 것 같습니다. 계란 유통의 변화는 어떻습니까.
“산란양계인으로서 부끄럽습니다만 계란 유통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계란 발표 가격은 있습니다만 그것이 지켜진 경우는 거의 없고 늘 DC가 있어 생산자 입장에서는 알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계란이 타 축종에 비해 유통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축산물로서 계란의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계란은 고기와는 달리 냉동이 안 됩니다. 계란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떨어지면 타 고기와는 달리 수매해서 냉동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계란 생산은 계란이 소비되든 말든 계속 이어지니까. 어떻게든 생산되는 계란을 빼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상인이 해주니 그들 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동안 계란 유통 개선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계란 제조일자 표기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계란 유통에 어떤 변화를 줄까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습니다만 어쨌든 계란 제조일자 표시제가 되면 다소 큰 혼란을 겪게 되겠지만 이 제도가 정착되면 계란 유통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될 것입니다.”
-질병 문제는 어떻습니까.
“질병 문제도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양계라는 것이 밀집된 공간에서 많은 닭이 사육되다보니 약간의 환경 변화에도 감기에 걸릴 수 있고, 한 마리라도 감기에 걸리면 전염 속도가 빠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닭 질병은 결국 이름은 여러 가지 입니다만 감기로 인한 질병에 환경을 얼마나 잘 맞춰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밀폐된 자동화 시설에서는 햇빛 대신 조명이 그 역할을 하다보니 질병 관리에 더욱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앞으로 산란계 산업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아무래도 규모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옛날에는 2~3만수만 되도 크다고 했는데 요즘은 10만수도 크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경영은 박리다매를 노릴 수 밖에 없게 되겠지요. 유통에 있어서도 그동안 상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습니다만 앞으로 대규모로 집단화 된 농장이 자체적인 유통에 나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간 상인에 의존하는 계란유통은 점차 비중이 줄어들면서 지금보다 훨씬 개선된 유통구조 속에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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