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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비육기간 줄어도 육질 부드럽고 싱겁지 않아…“재미 쏠쏠”

■한우 사육기간 단축현장/ 문경 TMR·괴산 한우가족영농조합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 맨 위 사진은 고재방 문경TMR 대표. 중간 사진은 임창규 고근축산 대표와 김동식 한우가족영농조합법인 대표의 모습. 맨 아래사진은 문경TMR사료를 급여해 비육된 소.
한우 298두 28개월령 출하…평균 1+이상 74.8% 성적 거둬

“이번 고기는 무르지 않고 찰집니다. 느낌이 다릅니다. 육색도 좋고….”
이는 한우 전문 유통업체인 ‘착한고기’가 납품받아 골발 등 부분육 작업에 임한 작업자들의 평가를 김민규 대표가 전한 말이다. 그 한우는 어떤 한우일까. 놀랍게도 그 한우는 30개월 이상 장기 비육한 소가 아니다. 대부분 평균 생후 28개월 만에 출하된 소들이다. 그렇다고 등급이 떨어지거나 지육율이 낮지도 않다. 이 이야기는 경북 문경시 신기동에 소재한 문경TMR(대표 고재방)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삼풍리에 위치한 한우가족영농조합법인(대표 김동식)에서 전문가의 연구와 한우 사육농민들의 열정으로 써오고 있는 이야기다.

맛은 싱겁지 않나요?…30개월 이상 비육소와 다를바 없어
비결은?… 맛·생산성·생산비 고려한 ‘TMR 프로그래밍’
농가는?…회전율 높여 소득 향상 조사료 확보 부담도 덜어
유통업체는?…고기 무르지 않고 육색 좋아, 지육률도 크게 증가

이야기는 비육기간을 ‘30개월이상’에서 ‘27~28개월’로 줄이고도 30개월 이상 사육하고 출하한 소와 같은 등급이 나오고 또 소위 싱겁지 않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됐다.
문경TMR 컨설턴트 조명현 박사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그는 ‘생후 26개월, 출하체중 720kg이상’ 한우 비육단계별 사양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대충 훑어보니 육성우 6개월(330kg), 비육전기 7개월(540kg), 비육후기 4개월(640kg), 마무리 3개월이상(720kg)으로 돼 있다.
이에 사양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이상적으로 짤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에 실제 그것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문경 사료를 급여한 한우 농가의 출하성적을 펼쳐 보였다. 한우가족영농조합법인 회원 27명이 지난 2009년 7월7일부터 올들어 지난 8월18일까지 출하한 한우 298두의 성적표다.
‘1+이상 74.8%, 1등급 이상 93%’
이 같은 성적은 전국 평균치 ‘1+이상 42.3%, 1등급이상 75.4%’와 비교할 때 1+등급은 32.5%p, 1등급 이상은 17.6%p 높은 것이다. 도축장에 출하한 소의 등급 판정 결과이니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우의 맛은 등급으로 다 평가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즐겨찾을 수 있는 고기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그 차별화된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비육기간이 짧은 소의 고기 맛은 싱겁다는 통설을 꺼냈다.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는 소리”라며 설명을 이어 갔다.
“비육기간을 단축할 경우 쇠고기 맛이 싱겁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합사료와 볏짚으로 30개월 이상 사육하던 농가가 같은 사양관리 방식으로 비육기간을 단축하면 그 고기는 싱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공급하고 있는, 26개월로 프로그램밍 된 TMR사료를 급여하면 절대 싱겁지 않습니다.”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표정을 읽었는지 조 박사는 좀더 구체적인 설명으로 기자를 이해시키려 했다.
“고기가 싱거운 것은 조기 거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조기 거세를 하면 웅성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기존 배합사료와 볏짚을 30개월 이상 먹이지 않으면 싱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암소고기가 싱겁지 않은 것은 에스트로겐이라는 암소를 특징짓는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조 박사는 따라서 거세우라도 싱겁게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거세시기를 현재보다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비육기간을 단축했을 경우 연도(부드러움의 정도)는 어떨까. 조 박사는 그것도 명쾌하게 답했다.
“고기의 부드러운 맛은 두 가지로 결정지워집니다. 첫 째는 지방으로 입맛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고, 둘 째는 살코기 자체를 부드럽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코기 자체를 부드럽게하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즉 살코기를 부드럽게 하는 요소인 비타민C, 아연, 마그네슘, 바듐, 지방산, 포도당 등을 사료에 적절히 첨가함으로써 살코기가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 박사는 아울러 올레인산 함량을 높여 풍미를 높임으로써 소비자들이 즐겨찾는 한우를 생산할 수 있는 사료를 생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쯤에서 이 같은 사료를 급여하고 있는 한우 생산 현장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산동리 242번지에서 70두 규모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임창규(고근축산)씨를 찾았다.
임씨는 올해 67세(1944년생)다. 1977년 당시 7만원으로 한우를 사육하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앞서 문경사료에서 제시한 출하성적표를 보면 임씨가 출하한 소는 1등급 이상 등급이 95%가 넘는다.
그 비결이 궁금한데, 그 답변은 곁에 있던 한우가족영농조합법인 김동식 대표가 대신했다. 무엇보다 한우에 대한 세밀한 관찰 등 한우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했다. 그런 애정이 한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크게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문경사료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그 효과란 다름아닌 TMR사료를 급여함으로써 조사료 부담을 확 줄일 수 있었고, 비육기간이 단축됨으로써 소의 회전율을 높여 수익성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
이렇게 현장을 살펴보고 돌아서는 기자를 임창규씨가 돌려 세웠다. 우사 가운데 책상위에 놓여있는 여러 권의 수첩 가운데 하나를 꺼내들어 기자에게 펼쳐 보였다. 소를 어떻게 사육했으며, 출하는 언제 어떻게 했으며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사진을 곁들여 가며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올들어 구제역 방역 비상이 걸렸을 때는 소독을 강화해야 겠다는 내용도 기록에 담고 있다.
그리고 축사를 나서는데 ‘探究而細察(탐구이세찰)’이라는 붓글씨가 입구 벽에 걸려있다. 늘 연구하고 세밀하게 관찰하자는 의미로 임씨가 직접 쓴 글씨라고 한다.
한우 산업의 경쟁력, 이는 좋은 사료와 함께 축주 자신의 소에 대한 애정과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의지에 달렸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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