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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우즈베키스탄서 수의학 공부…젖소에 세심한 손길 기대

축산도 다문화 시대 / 다문화 가정의 행복 이야기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부인>“목장이 좋아요”…“목장 일은 안 시킬 거예요”<남편>
광대산목장<이광수·율리아쿠츠모바 씨>


광대산 목장은 이명원씨가 30년 전에 일군 목장이다. 현재 부지 2만평 우사 1천평에 젖소 88두가 사육되고 있으며, 쿼터량은 1천150kg이다. HACCP 목장으로 인증 받았으며, 곧 무항생제 인증도 예정돼 있다.

문화적 차이 극복 노력…그래도 음식 문화 적응 힘들어
우리 우유 위생·안전성요? 원유 그냥 마셔도 된대요
남편 열심히 일하는 모습보니 한국 낙농 미래 기대 커


네비게이터에 ‘경기도 이천시 율면 본죽리 산23-1번지’라는 주소를 찍는다. 이 주소는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광대산목장의 주소다. 중부고속도로 일죽 IC에서 빠져나와 일죽면소재지를 지나자 호젓한 도로와 그 주변의 풍경은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 더욱이 가을의 농촌 풍경은 풍요 그 자체다. 광대산목장을 찾는데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도로가에 광대산목장이란 간판이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간판을 따라 들어가자 야트막한 산으로 접어드는듯 한데 길가에 떨어진 밤송이가 이 계절이 가을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광대산목장 가는 길은 이처럼 보기에 따라서는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만리 먼 이국 땅에서 온 여인의 눈에는 이 길이 어떻게 비쳐졌을까.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젖소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주인공, 이광수(35세)씨와 부인 율리아쿠츠모바(26)씨를 만난 것은 지난 8일 오후 2시30분경이었다. 기자가 목장 입구에서 이들 부부가 외출했다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 외출이란 다름 아닌 매주 월, 수요일 이천 다사랑문화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을 대상으로한 한국어 강의를 듣기 위한 외출이었다.
이 씨와 율리아 씨의 만남은 우즈베키스탄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이 씨의 작은 아버지 소개로 이뤄졌다고 한다. 그런데 만나고 보니 둘이 태어난 해는 달라도 생일은 1월17일로 같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다. 이들은 지난 6월 결혼식을 올리고 목장에서 함께 일하기로 했다. 어떻게 목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대학에서 수의분야 공부를 했습니다. 대가축이 아닌 작은 동물(반려 동물)을 주로 다루기는 했지만 가축과 함께 있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율리아 씨가 젖소 사양관리와 직접 관계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앞으로도 우사에 들어가 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이 씨는 그러나 부인이 수의 분야에 이해가 있는 만큼 젖소에 대한 주기적이며 세심한 관찰을 은근히 기대했다.
이날도 기자가 우사 안에서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말하자 우사 입구에 있는 송아지 방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데 송아지에게 가는 손길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가축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느껴졌다.
이어 이 목장의 주인인 이 씨의 아버지(이명원)가 거처하는 주택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택 정원에는 잔디가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둘 부부와 간이 테이블을 놓고 간이 의자에 앉았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다. 율리아 씨는 커피를 내 왔다. 여기까지는 다문화 가정이라고 취재하는데 특별함은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율리아 씨가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이 날도 대화는 영어로 하고 남편이 통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다문화 가정을 꾸려 가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가장 큰 애로 사항이 무엇인지 물었다. 남편이 먼저 말했다. 둘 사이에 큰 애로 사항이 없다고 대답했다. 흔히 문화적 차이를 걱정하지만 사전에 문화적 차이에 대해 서로 알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부인이 타국에서 지내는데 어려움이 없을 수 있냐고 묻자 부인은 음식 문화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렇게 처음 몇 마디의 이야기만으로도 둘 부부가 어떤 자세로 신혼에 임하고 있는지 알만했다. 그래서 낙농업을 직업으로 하는 남편의 장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남편이 지금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장래도 밝을 것이다.” 역시 긍정적인 대답이다.
사실 이제 한국에 온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외국인에게 우리 한국 낙농에 대해 계속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낙농 이야기를 빼면 본 기획의 의미도 없다. 때문에 다소 무리인 줄 알면서도 낙농과 관련한 질문을 이어갔다.
낙농 현장에서 소가 어떻게 사육되고 있는지, 착유는 어떻게 하는 지 늘 보고 있는데 우유의 위생이나 안전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매우 위생적입니다. 현장에서 짠 우유를 그대로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우유를 바로 마시지 않고 (집유를 해서) 또 다른 처리 공정을 거쳐서 포장된 우유를 마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한 답변이다. 물론 새겨들어야겠지만 우리 우유가 위생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흐뭇했다.
광대산 목장은 HACCP 인증도 받았다. 율리아 씨는 이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의미있게 평가했다. HACCP은 목장에서 일어나는 사양관리, 위생관리 등 모든 사항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인 만큼 목장 경쟁력이 HACCP을 실시하지 않은 목장보다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이 씨도 거들었다.
“HACCP을 실시하는 목장과 그렇지 않은 목장은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매우 큽니다. HACCP은 정해진 안전관리 기준대로 평소에 늘 체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생각나는대로 목장 안전관리에 임하는 농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낙농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 논의되고 있는 원유가 산정체계 개선과 관련 이 씨의 생각을 살짝 엿보고 싶었다.
“사실 유단백 중심의 가격체계로 가야하는 것은 맞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이 지방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다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새로운 가격체계가 낙농가들보다 유업계에 더 유리한 체계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현재의 가격체계에서도 낙농가들은 사실 어려움이 많습니다.”
낙농 미래를 짊어 질 젊은 낙농가이기에 우리의 높은 원유가격 문제 등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싶었지만 인터뷰 주제가 다문화 가정과 관련한 것인 만큼 앞으로 낙농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것으로 인터뷰를 끝냈다.
“개체별 세심한 관리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외국의 좋은 점은 그대로 받아들여 경쟁력있는 낙농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아버지로부터 낙농 노하우를 전수 받고 저 스스로 더욱 경쟁력있는 낙농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
“빨리 한국어를 익히고, 또 한국문화에 적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낙농 현장에서 사양관리 등과 같은 일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젖소를 관찰하는 등 내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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