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14.8℃
  • 맑음강릉 23.9℃
  • 맑음서울 16.7℃
  • 맑음대전 17.0℃
  • 맑음대구 17.9℃
  • 맑음울산 18.0℃
  • 맑음광주 15.0℃
  • 맑음부산 18.0℃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6.2℃
  • 맑음강화 16.1℃
  • 맑음보은 13.9℃
  • 맑음금산 13.5℃
  • 맑음강진군 12.8℃
  • 맑음경주시 14.8℃
  • 맑음거제 14.8℃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이슈

농가 스스로 채찍질하며 지키는 축산물 안전관리

우리 축산물 이래서 명품입니다 - 무항생제 인증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인증 현장에 가보니

‘소 사료에는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는데 굳이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까’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소가 시장에서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나요’
‘무항생제 인증 이후 사후관리는 제대로 될까요’
요즘 식품 선택에 있어 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축산 현장에서 무항생제 인증을 받으려는 농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질문이 적지 않게 쏟아집니다.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어디부터 먼저 갈까요. 아무래도 무항생제 축산물을 인증해주는 인증센터부터 먼저 찾는 것이 순서겠지요. 국내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지정받은 친환경농축산물인증센터는 50곳이 넘습니다. 그 중에서 축산물에 대한 인증 실적이 비교적 많은 건국대학교친환경축산물인증센터 김명화교수를 찾아갔습니다.

신뢰 확보 위해 2~3시간 상담…친환경농축산물 인증 ‘의지’ 성패 좌우
철저한 현장심사 통해 인증 이뤄져…연 4회 사후관리 항생제 잔류 등 검사

축산현장 냄새 가득한 ‘인증센터’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7층에 자리잡은 이 센터 문을 여는 순간, 여느 사무실이나 연구실과는 사뭇 다른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축산현장에서 많이 맡아본 발효사료 냄새 같기도 하고, 잘 발효된 분뇨 냄새 같기도 했습니다. 마치 축산 농장에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김명화 교수는 “축산 현장에서 쓰고 있는 각종 첨가제나 사료 샘플 등이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면서 축산 현장의 냄새가 자연스럽게 배게됐습니다.”며 자리를 내줬습니다.
“친환경(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절차부터 알고 싶습니다.”
“농가나 단체가 무항생제 인증을 받기 원하면 먼저 상담이란 절차를 우선 갖게 되는데, 저는 처음 이 절차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현장 심사나 사후관리 같은 절차가 아니고요?”
“물론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항생제 인증은 누가 시켜서 타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첫 상담에서 무항생제 축산을 위한 농가나 단체의 자율적인 의지가 얼마나 충만돼 있는가를 판단하는데 주안점을 둡니다. 친환경농축산물 인증 사업의 성패는 그 농가나 단체의 자율적인 의지에 거의 100%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입니다.”
“상담 중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있지요. 그런 경우는 다른 인증기관을 알아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인증센터가 고객을 잃는 것 아닙니까.”
“지금 당장 고객을 잡는 것보다 인증기관으로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제대로 된 인증과 사후관리가 중요합니다. 자율적인 의지가 약한 고객은 인증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큽니다. 그래서 상담 시간이 긴 편입니다. 보통 2~3시간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하다보면 무항생제 인증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고 처음 센터 문을 열고 들어올 때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게 될 때 친환경인증센터로서 존재감을 느낍니다.”
“상담이 끝난 후 인증신청서를 제출하겠군요. 신청시 서류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품관원에서 규정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인증신청서, 인증품생산계획서(축산물)와 우리 센터에서 나름대로 만든 질문서를 기록하도록 합니다. 여기에 축산업등록증 사본, 신청필지의 지적도, 건축물 대장, 출하 도축장의 HACCP 인증서 사본, 사료공장 HACCP 인증서 사본, 사료 항생제 무첨가 확인서 등을 첨부토록하고 있습니다.”
“이어 현장 심사가 이어지겠군요.”
“그렇습니다. 현장에서는 신청서를 통해 1차 서류 심사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사료, 물 분석을 위한 샘플을 채취함과 동시에 축사 이곳저곳을 샅샅이 살펴 인증 기준에 부적합한 구석이 없는 지 확인한 다음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보고서에 따라 인증위원회를 거쳐 인증이 이뤄집니다.”
“그렇게 이뤄진 인증 건수가...”
“239건입니다.”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요.”
“중요하지요. 일년에 4회 정도 현장을 점검하고, 생산물에 대한 항생제 잔류 등을 검사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씀드릴 것은 인증기관의 사후관리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농가 스스로 무항생제 인증 농장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그것을 지키는 노력입니다.”
“첫 상담에서 농가의 친환경 축산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보니 친환경 축산물 인증에 대한 감이 어느 정도 잡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처음 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풀어 놓은 질문에 대한 답을 완전히 찾지는 못했습니다.
 

채취 과정 오염 방지 비닐장갑 착용 등 진지한 심사…신뢰도 높여
소비자 요구 부응한 사양관리…무항생제 인증 자부심 중요

심사원 선입관 버리고 일일이 확인

그래서 현장을 찾았습니다. 현장은 경기도 이천이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이천한우협회 회원농가중 무항생제 인증을 희망하는 농가들이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었으며, 이천시로부터 인증 비용을 지원받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천시가 축산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항생제 인증까지 지원 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튼 현장을 살펴 볼까요. 그 현장은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암산1리 성원농장(대표 공준식)이었습니다. 공준식 대표는 한우협회 경기도지회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선도농가임을 알고 있었기에 인증센터 관계자의 현장 심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더욱 궁금했습니다. 현장 심사원은 김홍관씨였습니다.
심사원은 준비해온 두툼한 자료를 하나하나 펼쳐가며 확인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렇게 확인할 필요도 없다 싶을 정도로 농장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잘 개량된 송아지의 외모를 보면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심사원도 그것을 알겠지요. 그러나 농장 축사의 위치를 지적도와 비교하며 일일이 묻는 등 선입관을 버리고 심사에 임하는 모습이나, 사료 샘플을 채취할 때 채취 과정의 오염을 염려해 일회용 비닐 장갑을 끼는 진지한 모습은 현장 심사의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농장 주위를 한 바퀴 돌아온 심사원은 사슴을 사육하던 곳에 소를 사육하는데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육 환경 개선을 주문하면서 2시간 남짓 걸려 현장 심사는 끝이 났습니다.
심사가 끝나고 현장 심사에 대해 농가들이 어느 정도 긴장할까 궁급했습니다.
“현장 심사 과정에서 긴장되지는 않았습니까”
“크게 긴장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신청한 서류와 현장을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할 때는 약간 긴장 됐습니다.”
오래전부터 농장 경영일지를 작성하며, 모범적으로 농장을 경영해온터라 특별히 현장 심사에서 지적될만한 것이 없는 농장임을 감안할 때 공 대표의 ‘약간 긴장’이란 표현은 친환경인증 절차가 결코 간단치 않음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 공 대표에게 화두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답을 듣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이천한우협회 무항생제 인증농가협의회 회원들의 모임이 있다고 하니 그 때 폭넓게 듣기로 했습니다.

농장은 우리의 얼굴…깨끗해야죠
그 일주일 후 무항생제 인증농가 협의회 모임이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2009년 8월 19일 11시 이천한우협회 회의실이었습니다. 이날은 건대 인증센타 관계자 없이 저 혼자 참석, 농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침 이천시청 이윤복 축산임업과장도 자리를 같이해 주셨습니다. 이날은 협의회 회원들에 대한 교육을 위한 자리였습니다만 제가 잠시 시간을 얻어 의견을 들어 보았습니다.
우선 ‘한우 사육농가라면 굳이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도 왜 무항생제 인증을 받으려고 하는지’ 물어봤더니 기대 이상의 답변이 쏟아졌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이 축산물을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안전 문제입니다. 앞으로 안전이 기본 바탕이 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무항생제 인증도 받으려 하는데, 그 이전에 누가 보든 안 보든 빗자루 한 번 더 드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소를 키운지 30년 가까이 되는데 옛날엔 주먹구구식으로 사료만 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만 이제는 그게 아닙니다. 여기(협의회) 오면 젊은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저는 여자로서, 그동안 소 키우는 것은 남자 몫으로만 생각했습니다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육이 있으면 열심히 참석해서 배웁니다. 무엇보다 제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무항생제 인증을 계기로 농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농장을 나의 얼굴로 생각합니다. 누가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기분이 나쁘듯이 우리 농장에 침을 뱉을 수 없도록 깨끗하게 치웁니다. 또 소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이제는 소와 대화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도 소비자가 뭘 원하느냐하는 추세에 맞춰가야 합니다. 이제 배부르게 먹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무항생제 축산물을 선호하는 시대는 반드시 옵니다. 지금부터 준비하다보면 내가 생산하는 한우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고, 가격 또한 따라서 올라가겠지요.”
“무항생제 인증을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무항생제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무항생제 축산을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메뉴얼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매뉴얼이 있으면 적당히 할 것도 적당히 할 수 없지요.”
여기까지 듣고 무항생제 인증을 받지 않은 농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여전히 무항생제 인증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농가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코 나만 잘되자는 것은 아닙니다. 주위 농가들에게 ‘함께 해보자’고 말합니다. 지금은 특별한 경제적 효과가 없을지라도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그럴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결국엔 같이 갈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현장 이야기를 듣다보니 축산물 안전 자율관리 시스템으로서 무항생제인증 필요성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현장에 함께한 이천군청 이윤복 축산임업과장, 송후근 이천한우협회 무항생제인증협의회장, 임관빈 한우협회 경기도지회장의 이야기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이천시에서 작년부터 소비자들로부터 축산물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무항생제 인증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원 예산은 농가당 평균 200만원 정도 되는데 예산 지원 그 자체 보다는 농가에서 소비자로부터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고기를 생산한다는 마음 자세를 갖고 또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이윤복 과장)
“무항생제인증은 회원 스스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무항생제 인증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처럼 소를 대충 사육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거기에 맞춰 한우를 사육하는 그 자세가 중요한 것이지요.”(송후근 회장)
“무항생제 인증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증받은 이후 인증농가로서 자격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입니다. 무항생제 인증패를 받으면 자부심을 갖고 그것을 지키기에 힘써야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임관빈 회장)
이제 더 이상 언급할 것이 없어졌습니다. 축산농가들이 스스로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노력하는 그 이상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이천한우협회 사무실을 나오는데 사무실 입구에 이천 한우인들의 한우개량 관련 파일이 질서 정연하게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이천 한우인들의 한우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구노력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