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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소비→도축→생산 거꾸로 살펴도 확인되는 ‘이력’ 새삼 놀라워

■‘쇠고기 이력 시스템’ 역추적해보니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 <사진 맨 위부터>△냉장고에는 팔다 남은 고기가 포장된 채 보관돼 있는데 포장마다 개체식별번호가 붙어있다. △도축된 지육에는 도축번호가 표기돼 있다. 도축번호가 개체식별번호와 연계됨은 물론이다. △도축직전 개체식별번호와 도축번호를 확인하고 페인트로 도축번호를 쓴다. △도축장에 소가 들어오면 개체식별번호와 이표를 일일이 대조, 확인한다. △농장에서는 변동상황이 있을 경우 7일 이내에 소 이력을 보고 한다.
“요즘 한우가 왜 이렇게 비싸요? 산지에 소가 없어서 그런가요?” “산지에 소가 없다기보다 한우를 찾는 사람이 늘어서 그렇지요.”
“한우를 찾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날만한 이유라도 있나요?”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만, 쇠고기 이력추적제 때문에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
정육점에 한우 고기를 구입하러온 한 소비자와 정육점 주인의 대화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요즘 한우 사육두수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오히려 소값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소값은 떨어지기는커녕 더욱 치솟고 있습니다. 공급의 증가보다 수요의 증가폭이 더 크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왜 수요가 늘어났을까요. 그것은 한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고기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우리 한우가 상대적으로 수입소보다 더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거지요. 그러면 우리 한우에 대한 신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바로 그것인데요. 쇠고기 이력 관리는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어져 관리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거꾸로 소비 현장에서 생산현장에 이르기까지 추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육업소 고기 반입시 지육번호·거래명세서·등급판정서 철저히 확인
못다 판 고기도 개체식별번호 붙여 포장상태 냉장보관…섞일 염려 없어

●정육점 “이력추적 고맙습니다”
기자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찾아간 곳은 평소 소비자로서 자주 찾는 동네 정육점입니다.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부영아파트 상가 내에 위치한 우리한우정육점(대표 강원창)입니다.
“오늘 소 들어 왔다면서요. 어느 지역에서 사육된 소입니까?”
“전북 정읍시 산외 소입니다.”
“육회거리로 1만원어치만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 구입한 육회의 이력을 추적해 보려고 하는데 괜찮지요?”
“아, 그렇게 하면 저희야 좋지요.”
“살점을 떼어서 DNA 분석을 의뢰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어요?”
“그러면 더욱 좋지요. 우리 가게에서 팔고 있는 고기가 한우인 것을 확인시켜주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지요.”
이렇게 쇠고기 이력 추적이 시작됐습니다. 우선 구입한 쇠고기의 개체식별번호를 컴퓨터를 통해 확인하려고 수첩에 메모했습니다.(사실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이력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만 제가 갖고 있는 휴대폰은 그런 기능이 되지 않아서).
육회거리를 칼로 써는 동안 저는 의문이 나는 것이면 무엇이든 묻고 확인했습니다. 특히 궁금했던 것은 도축장에서 경매된 소가 이 정육점으로 오는 동안 고기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축장에서 여기 오기까지 고기가 바뀔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고기가 들어올 때마다 경매된 소의 지육번호와 거래명세서, 등급판정확인서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이거 보세요.”
저는 그것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더 물어보았습니다.
“악의적으로 바꾸려들면 바꿀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지요. 그러나 그렇게 할 이유가 없는데다 만약 그렇게 하면 죽죠.”
매번 거래를 해야하는데 그렇게 했다간 이 바닥에서 매장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겠다’ 생각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하나가 궁금했습니다.
“고기를 팔다가 다 팔지 못하고 또 한 마리의 소가 들어오면 전에 못다 판 고기와 새로운 고기를 섞지 않나요?”
“무슨 말씀이세요. 잡육도 반드시 진공포장해서 개체식별번호 스티커를 붙여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강원창 사장은 그러면서 냉장고를 열어 젖혔는데 냉장고에는 개체식별번호가 다른 고기들이 비닐에 포장된 채 저장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강 사장은 제가 구입한 육회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정말 맛있게 육회를 먹었습니다. 이렇게 소가 들어올 때마다 육회를 구입해 먹는 것은 제게 이제 습관이 되다시피했습니다.

●도축장/ 사람 실수 컴퓨터가 바로 잡아
다음은 이력추적 자료에 기록된대로 내가 구입한 소를 도축한 가락동 농협축산물공판장을 찾았습니다. 물론 소비현장에 유통되기 이전 단계의 이력관리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여름 더위가 가시지 않은 8월말, 가락동 농협축산물공판장의 겉모습은 쇠고기 이력제 시행전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판장 경비실, 출하상담실, 계류사 등은 출하하는 소의 개체식별번호와 소에 부착된 귀표를 확인하는 직원들의 바쁜 손놀림이 쇠고기 이력제와 관련된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의 개체식별번호와 귀표를 확인하는 과정의 실수도 있겠다 싶어 담당직원에게 몇 가지 묻고 답변도 들었습니다.
“물론 철저하게 확인하겠지만 그래도 실수가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수가 있다면 컴퓨터가 바로 잡아주니 문제없습니다. 실수로 잘못 기재했을 경우 컴퓨터가 오류를 지적하니까 잘못하고 싶어도 잘못 할 수 없습니다.”
상담실 창구의 담당직원은 이력정보를 잘못 기재했을 경우 컴퓨터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실제 시연해 보여줬습니다.
특히 계류사에서 개체식별번호와 귀표, 도축번호를 확인하는 것을 보고 이력 정보가 이중 삼중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력제에 대해 더욱 신뢰를 갖게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평소에 도축 관계자가 아니면 그 현장을 보기 어려운 도축장 내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HACCP 매뉴얼대로 장화를 신고 가운을 입고 도축장안에 들어서니 금방 냉기가 살갗을 파고들었습니다.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지요.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소 도체에는 도축번호가 선명하게 표시돼 있었습니다.
이렇게 도축장에 소가 출하되어 도축 경매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고 난 다음 사무실로 가서 내가 구입한 소가 어떻게 정산되었는지, 또 어디로 팔렸는 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개체식별번호만 알면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알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알고자 하는 정보를 확인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습니다.
등판소 관리 정보망과 공판장 자체 관리 정보망을 몇 번 왔다 갔다 한 후에야 비로소 알고 싶은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는 앞으로 개선돼야할 문제이겠지요. 여기서 한 가지 뒷 이야기를 덧붙이면 쇠고기 이력제가 시행된 후 역추적은 처음 이뤄진 것이라는 것이 공판장 관계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쇠고기 이력을 역추적 해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곳에서 파악된 판매처와 내가 쇠고기를 구입한 장소가 일치하는 것을 보고 이력추적의 묘미를 맛봤습니다. 또 평소 정육점 주인이 항상 좋은 고기만 고집한다는 것을 입버릇처럼 말해 왔는데 그것을 이곳 판매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언급해두고 싶은 것은 쇠고기 이력제 실시로 인해 현장 인력이 1~2명이 더 필요해졌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가공업체나 유통업체에서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있지만 이런 부담을 장기적으로 떠안을 수 없다며 정부의 지원이 요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계류·도축과정 이중삼중 점검…농가도 적극참여 ‘믿음이 절로’

●생산현장 “정착되면 한우산업 안정”
여기까지 소비지에서 쇠고기 이력을 역추적해 보았습니다. 다음 차례는 생산 현장으로 공판장에서 확인한 정보에 따라 9월9일 전북 정읍시 산외면 평사리 김준영씨를 찾아 갔습니다.
김준영씨의 한우 사육장은 한우 고기 전문 판매로 유명한 산외 한우고기 단지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도착하기 전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차량 네비게이션에 의지, 무작정 농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현장에서는 김준영씨가 마침 이날 아침 정읍 가축시장에서 경매로 구입한 송아지 4마리를 하차하고 있었습니다. 김준영씨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농장을 안내 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가 저를 먼저 데리고 간 곳은 자가사료 배합 현장이었습니다. 대형 배합기 옆으로 버섯 배지와 콩 비지가 쌓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김 씨는 이 두 가지에다 옥수수 알곡을 섞어 발효를 하면 자가사료 생산은 끝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옥수수 알곡 비율이 4%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자가사료로 고급육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본 다음 농장 입구에 잘 지어진 정자에 앉았습니다. 그야말로 소를 키운 생산자와 그 쇠고기를 먹어본 소비자가 만났지요.
“제가 맛있게 먹은 한우 고기를 직접 생산한 생산자와 함께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겠지요.”
“저도 제가 생산한 한우 고기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디로 팔려가서 누가 먹는지는 몰랐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쇠고기 이력제와 관련 한우 고기를 소비부터 역추적, 마지막으로 생산 현장에 왔습니다. 추적 과정에서 이력을 하나하나 확인한 결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당연한 것인데도 새삼 놀라웠습니다. 이력제 성공의 첫 관문은 정확한 생산 이력정보를 보고하고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조금 전 송아지가 입식되는 것을 봤습니다만, 이렇게 송아지가 입식되면 1주일 이내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합니다. 귀찮아도 감수해야지요. 그렇게 하는 것이 한우 농가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니까요. 실제 이력제 실시이후 소값이 크게 오르기도 했고요.”
“앞으로 한우 산업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또 개인적으로 사육규모를 어느 정도 유지할 생각입니까.”
“이력제가 정착되면 한우 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320두 정도 되는 소를 500두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소 사육두수 증가로 가격 하락을 우려하지만 저의 경우 사료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쇠고기 이력제 역추적은 끝났습니다. 기자이기 이전에 소비자로서 쇠고기 이력제를 바라보고 역추적을 통해 관련 기록과 자료를 확인하면서 우리 축산의 수준이 정말 많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가슴 뿌듯했습니다. 쇠고기 이력제 실시에 따라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면서 묵묵히 이력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관계자들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저는 이제 어떤 소비자를 만나더라도 우리 한우 고기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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