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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잇는 父子 축산인의 ‘희망 이야기’(6) 경북 성주군 가나안농장 구진모·교철 부자

“한우 사육 노하우요?…정성들여 관찰하면 보입니다”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 구진모·교철 부자가 우사에서 소에게 사료를 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한우를 잘 키우려면 정성들여 소를 관찰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 장지헌
>> 왜 한우를 선택했는지…그리고 지금은
父 “처음엔 종돈에 관심…환경 문제에 부딪혀 방향 급선회”
子 “축산전문대학 졸업…성공적인 체험농장 운영에 관심”

>> 경쟁력있는 한우 산업을 위해서
父 “일본 화우보고 한우 가능성 확인…꾸준한 개량노력을”
子 “농장 여건에 맞는 다양한 고급육 생산기술 확립해야”

>> 체험농장 운영 필요성과 기대는
父 “청소년의 농촌이해 도움…한우 소비기반 확충위해 절실”
子 “농외 소득원으로 기대 커…체험교사 자격증제 도입을”

축산 현장을 다니다 보면 “나도 이런 곳에서 축산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이는 곳이 적지 않다. 경북 성주군 금수면 명천리 1164번지에 자리 잡은 가나안농장도 그런 곳이다.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4만여평의 부지에 펼쳐진 농장은 한우 우사는 물론 감나무 등 유실수가 그림을 그리듯 배치돼 있는데 그림보다 더 아름답고 편안하다. 뿐만 아니라 농장 한켠에는 말이 사육되고 있는가 하면 소달구지도 보인다. 단순한 한우 사육 농장이 아님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한다.
가나안농장 구진모(71세) 대표의 아들인 교철씨(41세)가 먼저 기자를 맞이했다. 외출중인 구 대표가 돌아오기까지 농장을 돌아보는데 이곳저곳을 살피면 살필수록 이런 농장을 갖고 있는 구씨 부자가 부러웠다. 그러나 교철씨는 그런 기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도시 사람들이 보기에는 농촌이 평화롭고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겉보기와 다르다”며,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사료 값 폭등에다 개방에 따른 소값 하락 우려가 큰데 그것 때문입니까.
“물론 그것도 걱정입니다만 교육비 등 생활비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규모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농장 규모가 크면 큰대로 걱정이 있습니다. 소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을 사육하고 소달구지를 비치해 놓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교육장도 있습니다.”
-체험농장 운영을 위한 투자에 대한 수익은 어떻습니까.
“교육장, 승마장 설치 등으로 약 1억원 정도가 투자됐는데 수익은 아직 미미합니다. 아직 성공적인 체험농장 운영을 위해 할 일도 많고 숙제도 많습니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농장 가운데서 약간 위쪽에 위치한 주택에 다다르니 구 대표가 도착했다. 처음 인사하지만, 한우협회 성주군지부장이자 한우자조금대의원이라서 그런지 낯설지 않았다.
‘대잇는 축산 가족 인터뷰를 통해 우리 축산의 희망을 찾는다’는 기획 취지를 간단히 설명한 후 구진모·교철 부자의 축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먼저 구 대표의 지나온 축산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1992년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한 2년간의 공사 등 준비 기간이 있었지요. 처음에 이곳으로 오게된 것은 종돈장을 제대로 한 번 운영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환경 오염 문제가 자주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그런 걱정이 비교적 적은 한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것이지요.”
-그래도, 뭔가 특별한 동기를 듣고 싶습니다만.
“굳이 말씀드리면 한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그 쯤 일본에 선진지 견학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일본 대학교수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합디다. ‘일본에는 원래 소가 없었는데, 아마 한국에서 소가 들어 왔을 것이다. 우리가 그 소를 개량해서 고기소로 만들었다. 그 덕분에 일본 국민들의 체위도 크게 향상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보니 우리 한우를 개량하면 얼마든지 고기소로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구 대표는 육질 개량에 힘써 지난 해에는 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최우수 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면 아들 교철씨는 어떨까.
“연암원예축산대학을 졸업하고 축산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고 말하는 교철씨는 “현재 능력이 우수한 송아지 생산을 강조하면서 정작 우수한 송아지를 생산한 번식농가에 대한 인센티브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등 축산 현안에 관심을 표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체험농장에 관심이 많은 듯 그 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체험농장은 농장의 입장에서는 농외소득원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농촌과 농축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임은 물론 청소년의 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요구됩니다. 체험농장 교사 자격증제를 도입하고 이들에게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이 강구됐으면 합니다.”
교철씨의 주장은 이렇듯 체험농장 운영이 한 개인의 돈벌이 수단이 아닌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 대표는 한우 산업을 위해서도 체험농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인다. 청소년들이 한우와 가까이 하면서 한우가 어떤 소임을 알게 되고, 나아가 한우 고기 소비 홍보도 겸함으로써 미래 한우 고기 소비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구 대표는 한우자조금에서 이 같은 체험농장 운영에 대한 지원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체험농장 이야기만 계속할 수 없다. 체험농장은 아직 절대다수 한우농장이 갖는 관심의 중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우를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우문(愚問)을 던졌다.
“아무래도 정성이 들어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구 대표는 이렇게 우문임을 확인하듯 짧게 답했다.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관심을 갖고 소를 잘 관찰하다 보면 사료를 많이 먹는 놈, 적게 먹는 놈이 보입니다. 그렇게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사료를 어떻게 줘야 하는지 보이게 마련입니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답변이다. 소를 세심하게 살핀다는 것은, 소를 보는 안목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한우 농가들이 다시 한 번 되새겨야 될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어 한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등장하는 고급육 생산과 관련, 의견을 물었다. 이번에는 아들 교철씨가 대답했다.
“한우 농가들이 1++A등급 고기를 생산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최고급 한우고기를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농가에서 일일이 그 방법을 찾기란 어렵다. 공공기관에서 사육여건에 따른 고급육 생산 프로그램을 개발해줬으면 한다. 특히 같은 사육 프로그램을 적용해도 육질의 균일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아직 고급육 생산을 위해 연구할 일이 많다.”
교철씨가 이런 말을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가나안농장 자체적으로 그런 시험 연구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단 상태에 있지만 그동안 수정란 이식 수술 등을 통해 고급육 생산 유전자를 확보하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농장 손실만 보고 말았던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따뜻한 날씨 덕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부자간 서로 하고 싶은 말이나 계획을 물었더니 아버지는 번식우 규모확대를, 아들은 체험농장의 성공적인 운영을 말했다. 아울러 교철씨의 아들(중학생)이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며, 이 농장은 3대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돌아서는 기자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한 축산 대물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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