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14.3℃
  • 맑음강릉 24.0℃
  • 맑음서울 17.2℃
  • 맑음대전 16.2℃
  • 맑음대구 16.6℃
  • 맑음울산 15.5℃
  • 맑음광주 17.2℃
  • 구름조금부산 17.6℃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7.6℃
  • 맑음강화 13.7℃
  • 맑음보은 14.0℃
  • 맑음금산 14.0℃
  • 맑음강진군 12.8℃
  • 맑음경주시 13.1℃
  • 구름조금거제 13.7℃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연재

대잇는 父子 축산인의 ‘희망 이야기’(4) 경기도 화성 이정배·재형 父子

“가축은 사람 손끝에 살쪄요…시세에 일희일비말고 성적향상에 전념을”

[축산신문 장지헌 기자]
 
- 농장 앞에서 이정배·재형 부자가 마주보며 웃고있는 모습. 사진 오른쪽은 돈사에서 돼지 상태를 살피고 있는 아버지 이정배조합장(오른쪽)과 아들 재형씨. 이들 부자는 "돼지는 정성스런 사람의 손끝에서 살찐다"며 농장 주인의 자세는 물론 인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이일호
“가축은 손끝에 살찐다.”
축산 현장에서 가축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데 있어, 이보다 더 피부에 와 닿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오늘의 대 잇는 축산가족 주인공인 광명농장 이정배·재형 부자. 아버지가 말하고 아들이 전적으로 공감한 표현이다. 특히 서경양돈조합 조합장이기도 한 이정배씨는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리와 신의를 생명같이 여기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 만큼 광명농장의 돼지들은 그의 말대로 사장을 비롯한 말단 일꾼에 이르기까지 돼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손끝에 살이 찌고 있다.
외양으로 보기에는 시설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은 것 같은데, 성적은 MSY(연간모돈 한 마리당 출하두수) 20두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임직원들의 손끝이 사랑스러우면서도 부지런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도대체 농장을 어떻게 돌보기에 돼지가 사람의 손끝에 살이 찔까?
“가정집이 따로 있지만 잠을 집에서 자지 않고, 농장에서 잡니다. 조합 업무 등 바쁜 일이 있어 늦게 들어와도 반드시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잠을 잡니다. 연중으로 따지면 350일 정도는 농장에서 잠을 자는 편입니다.”(父)
“아버지는 종업원이든 누구든 돼지를 때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실제 돼지를 때리다가 해고당한 직원들도 있습니다.”(子)
아들이 농장장 역할을 하면서 농장을 지키고 있으면 아버지는 믿고 맡겨도 되련만, 이렇듯 조합장으로서 공인인 아버지가 농장에서 반드시 잠을 정도이니 농장 성적이 좋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리라.

▶▶양돈, 어떻게 시작했는지
父 “운수업서 전업…불황을 기회로 삼아 돼지 마리수 늘려”
子 “일반대학 졸업 후 농업대학에 다시 입학 전문 양돈가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父 “주인이 농장 떠나지 말아야…농장 일꾼이 성적 좌우”
子 “어려울수록 기본이 중요…소독·청소·기록 철저히 해야”

▶▶부자간 서로 하고 싶은 말은
父 “스스로 노력한 만큼 대가 반드시 따라 긍정적 사고를”
子 “기반 물려준 아버지께 감사 친환경 양돈 꼭 이룰 것”

경기도 화성시 온석동 417번지 1만평 가까운 부지에 5천여 두 규모의 광명농장. 이 농장이 설립된 것은 30년 전이다. 처음 축산을 어떻게 시작했을까. 대 잇는 축산가족 누구에게나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조합장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이외였다.
“세금 때문이었습니다.”
“세금 때문이라니?” 무슨 의미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운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세금 부담이 너무 커 양돈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그 때만해도 단독 주택 한 채 값인 1백만 원으로 암퇘지 두 마리와 수퇘지 한 마리를 구입해 돼지를 사육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양돈이 5년 만에 2백 마리 규모로 늘어남으로써 본격적인 양돈업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80년대 축산의 특징이 주기적인 호·불황이 거듭되던 시절이라 불황을 피할 수 없었지만 그때마다 돼지 사육두수를 늘리며 불황을 극복해왔는데, 82년의 불황 극복 사례는 초창기 축산 농가의 희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돼지 한 마리에 500원으로 떨어지는 불황이 닥쳤습니다. 때문에 많은 양돈농가들이 손을 들었지요. 그러나 저는 오히려 수천마리를 구입했습니다. 사육 시설이 없어서 비가림 시설만 대충하고 D사료 회사와 사료를 신용 거래하며 6개월을 버텼지요. 그랬더니 5백원 하던 돼지가 20만원이 넘게 오르더라고요.”
이 때 오늘의 양돈 기반을 갖게 된 셈이다. 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합장의 양돈하는 자세를 보면 결코 운이었다고만 할 수 없다.
“저에게 고민은 돼지 값 등락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돼지를 잘 기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돼지만 잘 키워 놓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밤늦게 귀가하더라도 반드시 농장에서 잠을 자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양돈 철학에 기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아들 재형씨는 어떤 자세로 양돈에 임하고 있을까. 일반대학에서 4년을 공부하고, 양돈이 적성에 맞다고 판단, 3년 과정의 한국농업대학을 다시 졸업한 그다.
“어릴 때부터 돼지와 노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1년간 양돈 연수를 하면서 양돈에 대한 더욱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아버지 말씀처럼 가격은 운명에 맡기고 양돈 성적 향상에 전념을 다할 것입니다. 6개월 후 돼지를 출하한 후 결과를 기대하면 일하는 재미가 절로 납니다.”
그러면 양돈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양돈 전문가로서 양돈 성적을 올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사람입니다. 돼지를 관리하는 사람이 얼마나 정성을 다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크게 좌우됩니다. 우리 농장에서 직원들에 대한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농장 직원이 자주 바뀌면 농장 성적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는 캐나다 연수에서 배운 것이기도 합니다.”
부전자전이다. 이 정도면 더 물어볼 것도 없다. 그래도 양돈 성적을 향상을 시키는 노하우가 없을까 싶어 환경이나 질병 문제 등 양돈 현장의 애로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 지 물었다.
“기본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신선한 사료를 급여해야 합니다. 소독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항상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청소를 한 번이라도 더 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록하는 습관입니다. 기록이야말로 더 좋은 성적을 위한 더 없이 훌륭한 기초가 됩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기본을 강조하는 축산인들의 이야기를 한두 번 듣는 것이 아니지만 이 농장의 이곳저곳을 살피면 그 기본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과 부자간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양돈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힘들더라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하고 싶다. 자기 스스로 노력했을 때 그 만큼의 결과도 있다. 무조건 정부에 기대어서 될 일이 아니다. 축산인 절반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면, 그 절반에 포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父)
“앞으로 5천두 규모를 유지하며, 소비자 시대에 걸맞는 친환경 양돈, 안전한 돈육 생산으로 더욱 경쟁력있는 농장으로 가꿔 가겠습니다. 그동안 이만한 기반을 닦으신 아버지께 감사하며 미흡하지만 더욱 발전된 광명농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子)
농장 한 구석 10평이 채 안 되는, 직원들이 식사할 때 주로 이용하는 온돌방에서 나눈 대잇는 축산가족의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기자가 수첩을 접자, 아버지가 “좀 더 열심히 해, 안 그러면 월급 안올려줘.”라며 아들을 다그친다. 부드러우면서도 내심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하는 모습에서 오늘의 광명농장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느끼게 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