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소비자들 상품의 가치 공감할 때 비싸도 기꺼이 구매
엄격한 인증관리로 공신력 제고…홍보도 관건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난 만큼 기능성 축산물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으나 그 시장을 생성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표적으로 비용 문제가 있다. 그러나 비용이 들어도 그 수고로움을 소비자들이 인정해준다면 어떤 이들은 기꺼이 노력을 아끼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힘들게 만들어도 그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굳이 고생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장기적 관점에서 기능성 축산물을 다양하게 생산하는 작업은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상품을 생산하는 작업은 동시에 농민들이 어렵게 생산한 축산물의 우수함을 잘 알릴 수 있는 홍보 전략도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는 시대
오늘날 점차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한 축산물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란의 난각번호이다. 2019년부터 표기되어온 난각번호에는 산란일자, 생산자 정보(농장번호), 사육환경이 순서대로 기입된다. 소비자들은 난각번호를 통해 그 계란을 낳은 닭이 어떤 환경에서 사육됐는지를 알게 된다.
당연하지만 같은 면적에서 키울 수 있는 마릿수가 한정된 끝자리 1번 방사 사육 계란의 경우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1번 계란은 다른 계란에 비해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수 배의 차이가 생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더 나은 가치에 지불한다. 실제 몇 년 전 한 대기업 가치소비 전문몰에서는 난각번호 1번 달걀이 전체 상품 매출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된 바도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소비자들은 동물복지, 무항생제, 유기농, HACCP 인증 등을 꼼꼼하게 챙기기 시작했다. 아직 계란과 비교해 표준화가 어려운 다른 육류 축산물의 경우 인증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난각번호가 시행된지 이제 5년 남짓, 그 효과를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축산물 인증제를 통해 소비자와 신뢰를 구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철저한 인증 관리는 생산-소비자 신뢰의 근간
기능성 축산물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인증제를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가령 오메가-3 지방산 균형을 일정 비율 이상 맞춘 축산물이 만들어졌다고 예를 들어보자.
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인증 마크를 획득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기존에 만들어진 유기농, 무항생제 인증제가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인증제 작업은 농가에게도 도움이 된다. 인증을 부여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 불특정다수가 무분별하게 기능성 효과를 남발하지 못하게 제약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 수입산 축산물의 상당수가 오메가-3를 강조하며 국내산과 차별화를 두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수치는 오히려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지 않은가.
식품 인증 규정이 까다로운 EU에서는 일찍이 오메가-3의 효능을 인정하고 그 종류와 함량에 따라 인증하는 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No 116/2010). 가령 제품 100g당 또는 100kcal당 최소 들어있어야 하는 함량을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메가-3 지방산 함유(Source of omega-3 fatty acids)’의 경우 100g 기준 ALA 300mg 이상, EPA+DHA 40mg 이상을 표준으로, ‘오메가-3 지방산 높은 함량(High in omega-3 fatty acids)’의 경우 100g 기준 ALA 600mg 이상, EPA+DHA 80mg 이상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기능성 효과를 인증하는 규정은 판매자가 임의로 ‘단일 불포화 지방 함량 높음’, ‘불포화 지방 함량 높음’과 같은 문구를 임의로 사용할 수 없게끔 하는 규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자연스레 농가들 또한 오메가-3 인증 문구를 사용하기 위해 지방산 균형을 유의미한 수치까지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기능성 축산물을 위한 교육·홍보 전략 수립
무엇보다 기능성 축산물에 붙은 인증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알아봐주어야 한다. 가령 오메가-3 축산물 시장을 개척한다고 할 때 인증만 받는 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이와 함께 소비자, 농민 모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인증제 작업은 소비자들에게 그 축산물이 왜 더 가치 있는 지에 대한 정보를 널리 알리는 작업과 병행돼야 한다. 가령 이미 많은 현대인들은 영양제를 따로 챙겨먹을 정도로 오메가-3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만약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건강한 축산물을 통해 고품질의 오메가-3를 섭취할 수도 있다는 정보들이 전달된다면 이 축산물의 가치가 한층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회,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관련 전문가를 초빙해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기능성 축산물을 생산하는 작업의 필요성과 이점을 농민들에게 잘 알리는 작업 또한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능성 축산물이 중요하다 하여 이를 농가들에게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료 회사와 축산업이 서로 협업하는 모델을 만들거나, 단기간이나마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도록 축산인들이 노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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