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고령화 농촌, 세대교체 필수…확고한 비전 제시돼야
의료·교육 등 필수 서비스 넘어 여가생활 누릴 인프라 조성도
눈앞에 닥친 농촌소멸론
2014년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에서 ‘지방소멸론’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었다. ‘지방소멸론’은 한 국가에서 소위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분류되는 지방이 점차 소멸할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당시 보고서는 일본 내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이 2040년까지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그로부터 불과 10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현실로 다가온 지방소멸론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지방소멸론은 농촌소멸론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농촌에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이런 영향은 미래 농축산업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든다.
한국농촌경제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경지면적은 전년 대비 1.0% 감소, 중장기적으로 경지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농업소득은 농업경영비 지원과 직불금 등의 영향으로 증가했으나 농업총수입이 감소하여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축산업 분야에서는 전년 대비 0.5% 증가한 한육우를 제외하고는 돼지와 가금류 사육두수가 모두 감소, 축산업 생산액은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농축산업 분야의 고령화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현실이다. 농가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유입되어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농촌 소멸 위기 경고를 먼 미래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기존 축산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하기
농촌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길 원한다면 그들에게 농촌에도 미래가 있다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비전의 첫 번째는 수익이다.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이 농촌을 찾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축산업은 그 중에서도 부가가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 중 하나이다. 축산업은 사육 비용 절감과 새로운 수익 창출을 통해 고소득을 노려볼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가령 축산업의 부가가치는 2022년 6조7천30억원에서 2023년 7조8천38억원으로 약 16.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간재비(사료비, 가축 구입비 등) 하락으로 그 상승폭이 더 커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산물은 그 활용 정도에 따라 새로운 수익을 창출시킬 수도 있는 요소들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도축할 때 발생하는 피(blood)를 그냥 버리거나 선지 정도로만 사용한다. 그러나 동물의 피는 과학자들에게 유용한 연구 재료 중 하나로 이를 잘 처리할 수 있다면 농민들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유럽과 미국의 소들은 광우병 때문에 가축의 피로 제조된 모든 제품들을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이 이런 시장을 노려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부산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은 수익을 창출해줄 뿐 아니라, 불필요하게 환경을 오염시키는 결과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축산식품 외 각종 가축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호르몬제, 효소제, 단백질 제제 등 각종 고가 물질의 공급원이다. 그러나 개별 농가들이 이들을 상품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므로 농협 축산경제나 축협 등 관련 축산단체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축산업 생산의 전 과정 단계마다 다시 점검해보며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각종 소재들을 잘 모음으로써 농민들의 수익 창출과 축산과학자들의 연구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부족한 농촌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필요
농촌에 청년층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정착하기 위해 농촌에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부족한 기초생활서비스를 확충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필수 서비스와 상업적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필수 서비스에는 보건, 의료, 교육, 교통과 같이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공공 부문이 일차적으로 책임지는 복지가 포함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 당연하게 제공되는 이러한 사회복지가 농촌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농촌 지역의 보건 의료 공백 문제는 고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공공 의료기관마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간단한 치료를 하기 위해 2~3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수시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아이를 키우는 신혼부부라면 의료 복지가 불안한 농촌으로 이사하는 일을 상상할 수 없다.
필수 서비스와 더불어 상업적 서비스도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상업적 서비스에는 마트, 미용, 음식점, 문화 등의 여가시설과 같이 일생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들이 포함된다. 집 근처에서 물건을 편하게 살 수 있고, 맛있는 외식도 할 수 있으며, 가끔 좋은 공연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얼마만큼 있는가는 삶의 질을 결정해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필수 서비스와 상업적 서비스가 고루 갖추어져 있는 공간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 속에서 좀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고, 그런 욕구를 우리 농촌이 얼마만큼 만족시켜 주는가에 따라 농촌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