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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동물복지 오디세이 <11> / 毆槃捫燭<구반문촉> : 정확하지 않은 지식으로 잘못 판단함


전중환 농업연구관(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1. 프롤로그

코로라19 팬데믹은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바꿔놓았다. 점심시간이면 삼삼오오 무리지어 식당을 찾아가던 직장인들이 줄었으며 주말이면 야외에서 여가시간을 즐기던 가족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각종 회의와 학생들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백신접종에 관한 얘기들로 인사를 대신한다. 이처럼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생활을 많이 바꿨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업무를 봐야하는 불편함과 헤드셋을 쓰고 진행되는 화상회의는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이런 코로나19 팬데믹은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반려동물들의 야외활동 제약에 따른 건강문제, 헬스케어에 대한 뉴스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반려인 1천만 시대’를 실감하게 한다. 이런 뉴스를 볼 때면 몇 해 전에 있었던 어느 반려인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반려인이라는 그 사람은 자신이 돌보는 반려견을 너무 사랑하는데 이 반려견이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사님, 사람도 선식하면 건강해지니까 우리 반려견도 선식을 시킬까 합니다. 괜찮겠지요?”라고 질문했다. 나는 질문이 선듯 이해가 되지 않아 “곡식을 가루로 만든 그 선식요?”하고 되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가능은 하겠지만 충분한 영양소 공급이 될지... 그리고 우선 반려견이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하고 답변을 얼버무렸다. 반려동물을 돌보면서 얻어지는 정서적인 발달과 동물과의 교감 등의 장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일부 반려인들의 지나친 자의적 해석과 이해부족으로 인해 반려동물의 본능이 무시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겼다. 

이런 자의적 해석과 대상 동물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축산의 동물복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 가축과 축산업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난 십수 년간 동물복지와 관련해 여러 토론회를 참여하고 강연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만큼이나 의견들도 다양했는데 가축 사육환경의 개선, 동물의 행복할 권리 보장, 채식의 필요성 등 축산의 동물복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매우 다양했다. 물론 ‘사람은 원래 채식을 하도록 조물주가 만들었으니 채식을 해야 한다’는 인간의 채식동물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일반적인 견해는 아니므로 여기에서는 ‘채식의 필요성’의 범주에 포함하겠다. 어쨌든 축산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많은 의견들을 청취해본 결과 이상적인 내용들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자의적인 해석’과 ‘대상 동물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찾을 수 있었다.

축산분야의 동물복지 향상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축과 축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이것은 동물복지의 자의적 해석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기 이전에 대상 동물인 가축의 생리와 사육방식 그리고 축산물 소비시장 등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의 몇 가지 경험 사례를 통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우리나라 축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산란계 사육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연사가 목청 높여 외치고 있었는데 정작 발표 자료에는 육계 사육시설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2) 돼지를 가둬서 키우는 사육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모돈의 사육방식을 설명하고 임신스톨과 분만틀의 용도에 대해 알려주면서 개선방안을 물었더니 둘 다 같은 거 아니냐고 되물어 보는 경우도 있었다.

(3) 수퇘지의 거세를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거세를 실시하는 이유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았으며 심지어 어떤 사람은 본인이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로 웅취의 문제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4) 국내 축산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소비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동물복지 축산물은 기존의 축산물에 비해 가격이 상승할 수 있으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비싸더라도 많이 구매하라고 하니 다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위에서 설명한 사례들 중 일부는 실수나 오해에 의해 비롯된 것도 있을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가축과 축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사실 이처럼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 없이 이뤄지는 일방적인 개선요구는 논쟁을 야기할 뿐이다. 대상 가축의 사육방식도 모르고 축산물 시장의 현황도 고려하지 않으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떠들고 외국의 사례를 얘기한다고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물론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동물복지라는 큰 흐름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나 적어도 동물복지에서 요구되는 국제적 수준과 우리의 사육여건을 살펴보고 절충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3. 에필로그

축산분야의 동물복지는 비단 축산 관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축산 관계자들은 국제적 수준에서 요구되는 축산의 동물복지 사항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비용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 실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동물보호단체 및 소비자단체들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격을 좁히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조정자(調停者)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축과 축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만약 가축과 동물복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서로 각자의 부정확한 생각과 잘못된 내용만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마치 구반문촉(毆槃捫燭)의 형상이 될 것이다. 

구반문촉(毆槃捫燭)은  ‘정확하지 않은 지식으로 잘못 판단함’을 의미하는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태어나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있었는데 태양은 쟁반과 같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쟁반을 두드려 보고 그 소리를 기억했다. 어느 날 길을 가다 쟁반 두드릴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한 종소리를 듣고서는 종을 태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에게 태양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었더니 태양은 촛불처럼 빛을 낸다고 해 초를 만져보고 그 생김새를 기억했다. 어느 날 우연히 피리를 만져보고는 모양새가 초와 비슷한 피리를 태양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대부분의 동물복지 관련 문제들은 대상인 가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부재로부터 발단된 것으로 각자 정확하지 않은 지식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축산의 동물복지는 축산 관계자와 소비자를 포함한 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 실현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논의 참여에 앞서 가축과 축산업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이해가 전제(前提)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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