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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복지란 무엇인가?

  • 등록 2018.12.19 10:39:15

[축산신문 기자]


김동균 이사장(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현대사회에서 복지문제는 거의 모든 나라의 화두가 되어 있다. 그 기저(基底)에는 태어 난 생명에 대한 존중과 평등 그리고 인권이 내재되어 있지만 이를 정책적으로 승화시켜 적용하는 일은 실로 어렵다. 

그리스는 일찍이 민주주의의 발상으로 자리매김했고 서양철학의 메카이기도 했지만 복지정책의 남발로 한 때 국가의 경제가 붕괴되는 위기에 봉착했거니와 복지의 천국인 스칸디나비아 제국은 한 때 최고의 자살률로 인해 골머리를 썩었다. 과연 ‘늙어서도 편안함을 보장받는 제도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해 주는가?’를 자문케 했던 현상이다. 이에 더해 영국에서 싹튼 동물복지 개념은 EU전역으로부터 수직형 케이지 닭장과 돈사 스톨을 몰아냈다. 

이 현상은 인간복지를 추구하다가 사람만 잘 살자고 애쓰면서 동물복지를 무시하고, 가혹행위도 불사하던 인류에게 생태계 파괴가 인류의 생존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다른 동물과의 공존이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의 확산이 가져 온 결과이다. 바야흐로 현대과학은 모든 생명체에 대한 복지천국시대를 열어보려고 몸부림 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복지인가? 이 물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병존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실현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가를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명암에서 쉽게 발견하게 된다. 소위 ‘갑을 관계’에서 빚어지는 온갖 갑질의 악랄함이 고발되고, 성적 수탈과 강압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때로는 ‘역차별’ 현상이 문제점으로 노출되기도 할 뿐 아니라 성적소수자 문제가 첨예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국가경제의 성장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여겨왔던 재벌에 대한 시각에도 현저한 변화가 생겼다. 좀 위험한 발상이지만 일부에서는 ‘재벌이 노동자의 고혈을 착취해 긁어모은 엄청난 부를 국가가 회수해, 어렵고 가난한 자에게 배분함으로써 평등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극단적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반면 ‘과연 재벌의 해체 내지 강제적 규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가능한 이야기냐?’는 반발과 함께 이 방법이 긴 안목에서 바람직할 것인지를 되묻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각의 혼돈 속에서도 무엇이 진정한 복지인가를 냉정하게 되짚어 보아야 할 시점에 살고 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배부르고, 등 따듯하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이 문제는 1인당 3만불 소득 시대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빈부격차의 양극화 현상과, 요란하게 선전되고 있는 기초수급제도 및 고령자수당 개선정책의 깃발아래에서도 깊은 밤에 리어카조차 없이 휴지를 주우려고 밤거리를 헤매는 극빈 노년층의 애환에서 복지타령은 그야말로 ‘구두선’에 불과하다. 연휴마다 놀러가려고 북새통을 이루는 국제공항의 모습과 오늘도 잠자리 준비를 위해 깔개를 준비하려는 거리의 노숙자가 묘한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정치판이나 행정가의 세계는 각자 자신들이 유리한 입장을 찾느라고 어수선하다. 그러면서 또 한 편 교회와 사찰에서는 ‘모든 욕심을 버리고 선하게 살면 복된 삶이 될 것이다’라는 배부른(?) 가르침으로 자신들의 배를 잘 채우고 있다. 매 끼니 배 채울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그 말이 귀에 들어와 감동을 줄 것인가? 

매우 역설적이게도 복지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봉사하는 복지사들의 복지수준은 다른 영역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크게 열악하다. 그들 중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그저 간신히 의식주를 해결하기 바쁠 정도이며, 많은 이들이 누리고 있는 것처럼 주말마다 나들이나 외식할 정도의 수준도 되기 어렵다. 

타인의 복지를 파괴해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자신의 배를 채웠던 일부 복지원 경영자들을 제외하면 복지사가 부자 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차라리 외딴 섬이나 산간오지에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면서 소박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한 복지의 향기가 풍겨 나오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그리고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사이의 현실감각과 가치관의 이질감이다. 

이 문제는 새로운 범죄 형태를 양산해 과연 인간복지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를 위한 수레바퀴는 모든 나라에서 끊임없이 구르고 있다. 처음에는 경제동물의 품질개선을 위해 동물의 운반과 도축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해 다음으로 모든 가축이 살아 있을 때의 복지로 확산되었고, 지금은 반려동물, 실험동물, 동물원 동물 그리고 야생동물에 대한 복지로 확산되었다. 말하자면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모든 생명체에 대한 복지적 관점으로 확산되어왔다. 그렇다면 그 많은 생명체의 복지는 무엇으로 충족시킬 것인가? 바로 여기에 생각이 앞 선 우리인류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즉, 인류의 증식과 터전의 확산이 저들의 복지를 저해해 멸종의 속도를 증가시키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인류가 가해 온 수많은 생태물질의 변조와 그 부산물(온실가스를 포함한)은 북극곰, 코뿔소 그리고 코끼리에 이르는 육상동물은 물론 각종 해양 동물의 멸종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식물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자연 생태계의 거대한 수레바퀴는 스스로의 신비한 치유능력으로 굴러감으로써 우리는 그 심각성과 긴박함을 절감하지 못할 뿐이다. 이제 인간복지 문제는 인간 상호관계의 차원을 넘어 생명계 전체의 문제가 되면서 우리의 생활방식의 변형이 없으면 결국 공멸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모든 축산인은, 가깝게는 기르고 있는 가축에게 복지조건을 부여함에 인색함이 없어야 함은 물론, 멀게는 각자의 생활방법에도 범 생태적 복지를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 입장이다.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연자본의 낭비를 막으면서 축산업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끌고 가야 한다. 

말이 많은 것은 좋지 않다. 그러므로 간단하고 쉬운 말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과연 복지란 한마디로 무엇인가? 압축하면, ‘모든 생명체들이 본성(本性)에 맞게 살도록 마음먹고 행동하는 것’이 복지의 실체이다. 더 줄이면 결국 생겨먹은 대로 살다 가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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