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이번엔 ASF 위험군 분류…또다시 도마위
양돈업계 “더이상 방치 안돼”…공감 확산
금지 법률안 국회계류 속 정부 “관리 강화”
잔반급여 양돈장들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전 세계 양돈업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원인이 됐다.
우리나라와 500km 거리의 중국 심양발 ASF 발생소식과 함께 국내 양돈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더구나 외국에서 불법적으로 들여오는 축산물과 육가공품, 야생멧돼지와 함께 잔반이 국내에 ASF를 전파시킬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서 잔반을 급여해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양돈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관리 ‘사각지대’
잔반급여 양돈장은 그동안 국내 양돈업계의 ‘불편한 존재’ 로 지목돼 왔다.
관리가 극히 부실한 소규모의 노후화된 농장들이 많다 보니 악취민원이 다발, 해당농장을 넘어 양돈산업의 전체적인 이미지 저하는 물론 각종 질병에도 쉽게 노출돼 국내 돼지질병 방역의 ‘구멍’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양돈업계 전반에 걸쳐 형성돼 왔다.
특히 잔반돼지의 도매시장 출하시 배합사료를 급여한 일반적인 돼지의 경락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국내산 돼지고기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다보니 잔반급여 양돈장에 대한 불만과 함께 대책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이들 역시 ‘농가’ 인데다 자칫 ‘치부’ 를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양돈업계에서는 가급적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으며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잔반급여의 정확한 현황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열하면 문제없지만”
하지만 ASF를 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
ASF의 유입시 국내 양돈업계는 끝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양돈업계 내부에서만 회자되던 잔반급여 농장에 대한 대응론이 점차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대한한돈협회 방역대책위원회는 이같은 현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회의에서 한 수의전문가는 “야생멧돼지도 문제지만 해외에서 들여오는 불법 휴대축산물을 (ASF 위험군의) 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소규모의 잔반급여 농장도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경우 ‘백야드 농장’에서 발생한 ASF가 전체의 64%에 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의전문가도 “잔반이라도 충분한 가열을 거쳐 급여하면 ASF 전파 위험성이 없다”고 전제, “하지만 가열처리가 이뤄진 잔반을 급여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잔반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양돈업계 협조요청
정부도 국내에서 ASF 발생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계기로 잔반급여농가에 대한 실질적이면서도 강력한 관리체계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ASF 방역 관련 회의때 마다 잔반급여 양돈장에 대한 관리 강화의 필요성과 함께 그 의지를 표출하면서 양돈업계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가축에게 잔반을 급여치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9월28일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 서울 강서구병)이 대표 발의,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폐기물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실현 가능성도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게 됐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돈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육이 아닌 잔반처리가 목적이라면 많은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며 “잔반급여 농가들도 양돈업계,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