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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나비의 생애와 같은 낙농

  • 등록 2018.03.22 19:26:58


김동균 이사((전) 상지대 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사람들이 아무리 사네, 못 사네 아우성을 쳐도 계절의 변화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찾아온다. 강추위로 고생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바람에는 봄 내음이 담겨져 있으며  산의 색깔조차 새순을 틔우는 색채로 변하고 있다. 

봄의 전령이라면, 개구리와 나비를 대표로 꼽을 만하다. 나비와 같은 곤충은 ‘변태’ 단계를 거쳐 발생한다. 변태라는 용어는, 사람의 경우, 왜곡된 성적 취향을 의미하지만 곤충의 세계에서는 생활사적 의미를 지닌다. 즉, 변태는 곤충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양의 변화를 의미한다. 날개달린 곤충 중 나비는 매우 긴 기간 동안 보기 흉한 애벌레로 지내다가 성충이 되기 직전 번데기 단계를 거치는데, 번데기는 어떠한 외부 공격에도 대응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 

다시 말하자면, 번데기로 있는 동안 그는 무저항 상태이지만 외피 속에서는 활발한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는 기간을 갖는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껍질을 찢고 세상 밖으로 그 화려한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변태이다. 그러나 나비의 생존기간은 애벌레일 때보다 매우 짧다. 대신 그들의 생활은 매우 화려하고 특혜가 많다. 이 꽃 저 꽃을 찾아 날아다니며 꿀샘에서 다양한 꿀을 취하고 짝을 찾아 천지사방을 여행하다가 좋은 짝을 만나 수태하면 후손을 남기고 찬란한 생을 마감한다. 

나비의 생애를 보면 우리나라 낙농의 현실을 보는 것 같다. 성장 중인 목장을 애벌레시기로 본다면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정예목장들은 화려하게 변신한 나비의 삶에 다름이 없다고 할 것이다. 목장이 안정된 경영수준을 유지하면서 탄탄대로를 걷게 되기 전까지 대부분은 그 전환기인 ‘번데기’와 같은 기간도 지내야 한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화려한 전성기도 못 본 채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비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 화려한 비행과 황홀한 전성기로 접어드는 것은 아니다. 어느 개체는 새나 다른 곤충과 같은 천적에 잡아먹히기도 하고 짝도 만나지 못한 채 생애를 마감하기도 하는 나비처럼 마땅한 후계자를 만나지 못한 목장들은 당대의 경영자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그렇다면 천적을 만나는 현상은 무엇으로 비유될 수 있는가? 사료가격의 급등, 송아지 값 폭락 등과 같은 일시적 충격에서부터 국가정책의 변화, 낙농제품의 수입량 증가, 유가공업체의 농간(과거에는 심했으나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다), 국내 대체자원의 출현으로 인한 국산 낙농제품의 소비감소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장애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매일 의욕에 찬 목장경영을 유지하는 농가는 그야말로 잡아먹히지 않고 날아다니는 행운아 나비들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 동남아 및 일본이 규모의 대형화를 통하여 더 저렴하고 우수한 원유 및 가공품들을 생산하여 한국시장을 넘보고 있는 것은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새와 같은 대형 천적에 비유될 만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낙농기반을 보존시키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모두 알고 있듯이 한국의 우유생산비가 높은 것은 원가의 주류를 이루는 사료비, 가축비, 및 인건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내역을 들여다보면 매우 복잡한 요인들이 서로 맞물려 작용하고 있어서 처방이 쉽지 않다. 달리 말하자면 답은 뻔하지만 푸는 묘수가 없는 것이다. 생산수준과 기술력으로는 세계적 선두그룹에 있지만 체질은 매우 취약하여 ‘빈대떡 신사’처럼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겼어도 주머니는 텅텅 비어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신사는 요리집만 기웃거리지 않고 집에 가서 빈대떡을 부쳐 먹을 줄도 안다. 부쳐 먹을 빈대떡이 있는 것은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지금 세계는 탄소전쟁을 하고 있다. 모든 산업은 저탄소 배출방식으로 산업을 유도하고 있으므로 반추동물을 매개로 하는 산업에서 탄소저감은 더 절박하다. 결국 우리는 더 적은 자연자본을 투입하여 생산물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집약화, 대형화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EU가 대형화를 추진한 것은 거의 10년이 다 되었고, 그 바람은 곧장 중국의 낙농을 일으켜 세웠으며, 동유럽, 중동, 러시아, 인도주변국을 거쳐 동남아에까지 불고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선도적인 착유기회사들과 이스라엘기술이 활발히 개입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는 대형목장 건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오다가 간척지들을 개간한 이후에야 조사료 국산화에 집중해 왔다. 

여기서 문제를 제기한다. 조사료를 국산화하여 도입자원을 대체하자는 발상은 좋았다. 그러나 생산물들의 수확, 포장,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의 변화와 양분보존의 문제점으로로 인하여 소의 입으로 들어가는 실제 영양분의 분량이 너무 적어 결국 수입건초의 대체효과나 생산비 절감효과는 너무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러므로 이 방법의 근본적인 개선책이 요구된다. 질 좋은 조사료의 풍부한 공급을 통한 젖소 수명의 연장과 사료비 절감은 당면한 낙농업이 극복해야 할 우선과제이며, 나아가 시설 및 생산라인의 현대화를 통하여 단위생산당 인건비 비중을 낮추어 생산원가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의 낙농은 체질적 변화에 성공하게 될 것이다. 

이 요소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길은 조사료 생산단지에 최신 생산라인을 구축한 메가팜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제 경쟁력을 갖춘 낙농산업의 시대가 열린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러자면 정부당국은 기존의 기술 좋은 양축가들을 어떻게 이 틀로 유도할 것인가를 진정성을 가지고 아주 열심히 궁리해야 한다. 

한국의 낙농은 지금 번데기 신세이지만 새봄을 맞아 천적에 먹히지 않고 날아가는 나비처럼, 그리고  봄 물결을 타고 거리를 활보하는 잘 생긴 빈대떡 신사처럼 한국 낙농이 진정한 탈바꿈을 하여 새 봄을 맞이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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