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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할 수 없는 적법화, 누구의 문제인가

축산 홀대 그만…정부 믿음 저버리지 말라

  • 등록 2018.02.09 11:05:00


맹주일 조합장(보은옥천영동축협)


드러내놓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축산현장에서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과 함께 정부가 보완대책을 내놓을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어떤 양축농가 말마따나 간땡이가 부어서도 아니고, “우린 할 수 없으니 배를 째라”며 때를 쓰는 것도 아니다.

일선 지자체들 사이에 가축 사육농장이라면 쫓아내지 못해 안달인 분위기가 만연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이다.

하물며 무허가축사만 있으면 농장문을 닫게 되는 법률이 시행된다는 데 무시할 양축농가가 얼마나 되겠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오로지 가축을 키우는 것 밖에 모르는 양축농가 입장에서는 당장 생계유지를 위해 달러돈을 들여서라도 적법화를 추진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시도해 봐도 안되고, 방법을 찾았다고 해도 주어진 시간도 부족하니 그런 것이다. 그것도 한두 농가가 아니고 국내 전체의 절반이 넘는 농가들이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에서 적절한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해 보자. 한 개 농장에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무허가축사 적법화와 관련된 법률만 26개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조합에 설치한 무허가축사 적법화 추진반을 통해 조합원농가의 상황을 점검해 보면 적법화가 안되는 이유를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다보니 양축농가들이 내 농장의 무허가축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무허가축사가 있다는 것 조차 몰랐던 농가들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상황에 법률, 그것도 무허가축사 적법화 관련 법률 전문가이거나, 용빼는 재주를 갖지 않은 이상 1~2명에 불과한 일선 지자체의 무허가축사 적법화 담당자에게 제대로 된 처리를 기대할 수 있겠나. 그나마 자신들의 유권해석만으로 적법화가 가능하더라도 검토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힘들다’, ‘다른 부서로 가보라’는 반응의 지자체가 대부분이다.

많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건축사를 통해 적법화 신청을 하려고 해도 해당 지자체에서 힘들 것 같다며 접수 조차 기피하거나, 적법화를 위한 각종 행정절차 과정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사례들까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적법화 기한이 점점 다가오는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양축농가들로서는 가슴이 타들어 간다.

별다른 해법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뭔가 찾아보라며 조합 직원들을 닥달하는 내 자신이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느껴본 적이 없다. 다른 조합장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마치 농가에서 늑장을 부리거나, 의지가 없다는 듯 “적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농장에 한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접하다 보면 정말 속이 뒤집어 진다.

애초 지킬수 없는 법을 만들어놓고 “법대로 하겠다”는 것 자체부터가 모순이다. 더구나 환경개선을 위해 무허가축사를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정말로 그렇다고 믿고 있는 건지, 아니면 현장을 알면서도 어떤 다른 의도에서 그런 것인지 의문이 든다.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거나 가축분뇨가 흘러나가면 불과 수십여분만에 민원이 들어가고, 지자체 환경과 공무원이 득달같이 달려와 위반여부를 점검하는 세상이다.

일부 무허가가 있다고 해서 가축분뇨가 불법으로 처리되거나 냄새를 풍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인가.

좋다. 정부 말대로 무허가축사를 없애면 환경이 개선된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가축분뇨법의 적용은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국한돼야 한다. 왜 건축물까지 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가. 정부의 논리대로 라면 국내 모든 주택과 재래시장도 무허가를 규제하고 정리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아마 10년이 걸려도 힘들 것이다.

무허가축사와 관련한 정부의 행보는 마치 우범지대를 대하는 것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한국농촌경제의 주축이자 식량산업인 축산을 ‘적폐’ 간주하지 않는 이상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축산은 사형선고를 받는 것임을 호소하는 전국 축산인들의 총궐기와 엄동설한 속 무기한 천막농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 정부는 환경부,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까지 적법화 기한 연장을 위한 가축분뇨법 개정은 없음을 공언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축산현장은 설마, 설마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도 정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