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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성장촉진용 항생제의 일생

  • 등록 2017.11.10 11:32:15


박 종 명 원장(한국동물약품기술연구원)


1940년대 후반 제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됐지만, 전 세계는 오랜 전쟁으로 폐허가 됐고 세계경제는 파탄 직전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세계적 위기상황에서 연합국들이 중심이 되어 1945년 10월 24일 국제연합(UN)을 창설했다. 아울러 유엔의 정신에 따라 세계 인류의 영양 및 생활수준 향상과 식량생산 증대를 위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를 발족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평화분위기 속에서 전쟁의 폐허로부터 조속히 세계경제를 재건·회복하기 위해 국력을 기울였다.
특히 농·축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비료, 농약, 동물약품, 종자개량 등 과학기술의 농업 이용이 크게 요구되고 또 환영받고 있었다.
또한 가축의 사양관리도 저효율의 방목식 목장에서 집약적 축사내 사육방식의 옥내축산으로 변환되고 있었고, 따라서 적절한 사료의 급여는 필수적인 요구였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페니실린은 수만 명의 생명을 구한 기적의 약품으로 전쟁이 끝난 후, 항생제 개발경쟁을 유발했다.
아메리칸 시안아미드(American Cyanamid)사 레들리연구소(Lederle Laboratory)는 1945년 위스콘신대학의 식물병리학자 두가(Benjamin Duggar)를 초빙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미주리대학 실험농장 토양에서 수집한 곰팡이를 배양해 강력한 항균효과를 확인하고, 또 황색색소를 생산해 스트렙토미세스 오레오파시엔스 또는 황금을 품은 스트렙토미세스라고 명명했다.
1948년 말까지, 이 항생제는 오레오마이신(Chlortetracycline의 상품명)으로 판매되었다.
그것은 페니실린이나 스트렙토마이신보다 훨씬 더 넓은 항균범위를 갖는 진정한 기적의 약물로 테트라사이클린계의 첫 번째 약물이었다.
1948년 12월, 아메리칸 시안아미드(American Cyanamid)사 레들리(Lederle)연구소 선임연구원 쥬크(Thomas H. Jukes)는 암탉이 알을 부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료를 주어 사육했다.
그 결과로 태어난 병아리는 필수 ‘동물성단백질인자’의 섭취 없이는 2주 이내에 죽게 되어있었다.
병아리의 일부는 간추출물의 형태로 ‘동물성단백질인자’가 보충된 사료를 급여했으며, 일부는 ‘동물성단백질인자’ 산생 곰팡이라는 가설에 따라 오레오마이신 발효액이 보충된 사료를 급여했다.
실험이 진행되면서, 연구자들은 오레오마이신 발효액을 먹인 병아리가 ‘동물성단백질인자’를 단독 보충한 병아리보다 더 빠르게 자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발견했다.
쥬크와 연구원들은 병아리의 성장을 촉진하는 ‘미지성장인자’가 항생제 자체라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스트렙토미세스 오레오파시엔스를 배양한 발효통 폐기물을 병아리에 급여해 동일한 성장촉진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쥬크(Jukes)는 오레오마이신을 플로리다대학과 농업시험장에 보내어 성장촉진 효과를 확대시험했다.
플로리다대학에서 ‘가장 놀라운 결과’를 얻어, 어린 돼지의 증체율이 대조군의 3배임을 보고했고, 다른 연구자들도 증체효과를 보고했다.
이 회사는 완벽한 독성시험이나 동물의 통상적인 분석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하게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레오마이신이 당시 미국 중서부에 유행하던 돼지 전염성출혈성설사병 치료에 사용되면서 중서부 주에서 주문이 빗발쳤다.
뉴욕타임스는 1950년 4월 10일자 제1면에 ‘기적의 약 오레오마이신, 성장을 50% 촉진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동물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는 것은 4~12%의 증체를 가져온다고 했다.
가축의 사양관리가 방목에서 집약적인 축사내 사양으로 변환되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은 과학자들과 일반 대중에게 무한한 관심과 의욕을 주었다. 아울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해야 하는 축산업계에서는 크게 환영했다.
항생제를 매일 급여하는 것은 특정 만성질병을 제거하고, 고도로 집약된 시설에서 가축의 사육을 가능하게 했으며, 현대 기업축산의 특징이 되었다.
쥬크(Jukes)와 그의 동료에 의한 혁신은 곧 전 세계로 확산되고, 여러 가지 항생제가 일차적으로 인체건강보다 육류생산에 공헌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아메리칸 시안아미드의 사업적 성공은 제약업계에 뜨거운 경쟁을 유발해, 화이자(Pfizer)사는 1950년 스트렙토미세스 리모수스로 부터 테라마이신( Oxytetracycline의 상품명)을 분리했다.
이어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1970년대까지 가축의 성장촉진용 항생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인체용의약품을 생산하는 회사로서 기존의 생산시설을 이용해 동물약품을 개발함으로서 집단·다두사육 농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가축에게 사료에 혼합해 급여할 수 있는 사료첨가용 제제들은 세계적 규모의 시장을 형성해 왔다.
이러한 동물약품산업은 1970년대까지 호황을 계속해 왔다.
성장촉진용 항생제는 1969년 영국에서 항생제를 동물 사료에 사용해 내성균의 출현으로 사람과 동물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물 치료용 항생제는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스완 보고서(Swann report 1969)를 시작으로 오랜 논란 끝에 1993년부터 덴마크를 비롯한 EU에서 성장촉진용 항생제 사용을 금지가 출발해 현재는 유럽연합(EU), 우리나라는 물론 성장촉진용항생제(Antibiotic growth promoter, AGP)의 선두 주자인 미국에서도 일반 사용은 금지되었다.
사람의 항생제 내성균 문제가 가축의 성장촉진용 항생제 사용인가? 인체의학에서 항생제의 남용인가? 라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항생제 사용은 분명히 내성균을 유발하며, 우리는 이 귀중한 약제를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올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공중보건과 축산업계 모두에게 유망한 과제는 철저한 차단방역(Biosafety)과 함께 동물체내에 건강한 미생물총을 유지하도록 유바이오틱(Eubiotics)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로 가축의 건강을 유지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방법은 성장촉진용 항생제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940년대의 시대적 요구가 증산과 생산성이었다면, 2000년대의 시대적 요구는 위생과 안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