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조합원 자격규정 가축사육조항 삭제를
협동조합의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전문분야를 인정하고, 육성하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일선축협 조합장 사이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적극 나서 지역농협과 지역축협의 조합원 자격부터 조정해 일선조합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지역농협과 지역축협의 사업영역도 명확하게 구분해 일선조합 경제사업 활성화의 동력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지역농협은 농산물, 지역축협 축산물로 전문영역을 구분해 경제사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축협 조합장들은 특히 지역농협 조합원 가입 자격에서 가축사육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농협이 가축사육 농가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축산사업을 하면서 일선축협과 경쟁하는 현재의 구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농협이 축산농가를 조합원으로 둘 수 있는 조항 자체가 협동조합의 전문성과 정예화를 가로막고 지역에서 조합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장들이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적인 전제조건으로 거론하고 있는 일선조합의 전문성 확보방안에는 농협과 축협의 사업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조합 특성과 강점을 극대화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축산사업은 일선축협이 전담토록 하고 지역농협은 농업과 관련된 사업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2000년 7월 농협중앙회와 축협중앙회가 통합농협으로 거듭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축산사업 창구 일원화와 맥을 같이하는 주장이다.
몇 년 동안 수면 아래 있던 축산사업의 축협 일원화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배경에는 조합원들의 경제사업 활성화 요구가 그만큼 거세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축산물을 팔아달라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금 많은 일선축협은 관내 지역농협들과 축산사업 경합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일부 지역농협이 배합사료 취급과 TMR사료공장 운영은 물론 축산물 판매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면서 협동조합 간 협동이라는 원칙이 무시당하는 일이 현장에선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축협 조합장들의 하소연이다.
축협과 농협이 역할분담으로 상생하는 지역도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축협이 애써 일궈놓은 명품 축산물 브랜드 사업이나 축산생산기반에 편승해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식으로 축산사업에 뛰어드는 농협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축협 조합장들은 가장 큰 문제는 축산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지역농협이 무분별하게 축산사업에 뛰어들면서 일선축협의 경제사업 활성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일부 지역농협들이 기존의 농산물 관련 생산자재와 유통사업은 경제사업으로 계속하면서 축산사업은 지도사업이나 환원사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익을 내지 않아도 되는 환원사업과 지도사업 차원에서 배합사료를 취급하면 당연히 인근 축협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다. 이런 행태는 한 마디로 인근 축협의 경제사업을 망치고 나아가 신뢰기반 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역농협이 경제사업의 90% 이상은 농업관련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유지하면서 아주 작은 규모로 축산사업에 손을 대는 방식이 축협 조합장들의 불만을 키우는 셈이다.
이런 구조는 10여년 이상 계속돼 왔지만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축협 조합장들의 축산사업 창구 일원화에 귀를 기울여오지 않았다. 일부 지역농협의 사례를 들면서 몇 십 년 동안 해온 것을 어떻게 막느냐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축협 조합장들은 경제사업 활성화가 모든 조합의 당면과제가 된 이상 사업의 전문성을 확보해주고 육성하는 역할을 농협중앙회가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