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형 축산은 생산성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무기가 된다.” 지난달 29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농장동물 복지정책 토론회’에서 대다수 참석자들은 “복지형 축산이 국내 축산산업 발전을 이끌어내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복지형 축산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복지형 축산을 통해 지속가능한 축산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내년 2월 5일 시행예정인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두고서는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까다로운 기준안이 필요하다”라는 의견과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축산인들이 따라올 수 있게 수위를 낮추는게 바람직하다”라는 주장이 날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주제발표 내용과 토론 장면을 지상중계한다.
생산·경제성 면밀검토…무조건 밀어붙이기 안돼
영세농가엔 ‘그림의 떡’ 우려…눈높이 잣대로 유도
질병·민원 등 악순환 고리 끊을 전환 포인트 기대
■지정토론
▲이상락 교수 (건국대)=국내 축산업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농림업 생산액 중 40.2%를 차지했다. 축산인은 안전축산물 공급에 큰 자부심이 생겼고, 국민들도 무한한 신뢰를 보내왔다.
그러나 FMD, AI 이후, 축산에 대한 틈이 생겼다. 소비자들은 연민의 눈길을 보내기도 하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육현장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늘 토론회는 소비자 사랑을 회복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동물복지는 축산이 가야할 대명제 중 핵심이 된다.
더욱이 정부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제정해 농가들이 동물복지를 실천하도록 적극 이끌어간다는 구상이다.
소비자, 생산자, 정부 등이 고견을 내놓아 인증제의 성공정착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안영기 부회장 (대한양계협회)=유럽보다는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동물복지가 주요 쟁점이 되는 추세다. 물론, 동물복지는 앞으로 축산이 가야할 길 중 하나다. 여기에는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다만, 현실을 감안해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 생산성이라든가 경제성을 간과한 채, 농장에게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모든 농가들이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하지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기준이라면, 괜한 부담만 주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안전성 향상을 주요 도입배경으로 꺼내고 있는데, 사실 방사가 케이지 방식보다 더 안전한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산란계 농장 인증제 초안을 가만히 들여보다보면,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 예를 들어, 평사와 4단 이하 다단 구조만을 인정하는데, 95% 이상 케이지 농가들은 도전하기 어려운 처지다. 사육면적 역시 불가능한 수준이다.
기업축산의 경우, 생산시스템을 바꿀 여력이 있다. 하지만, 영세농가들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영세농가들에게 ‘역차별’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충분하다.
농가들이 따라오게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아닐까.
▲이병석 차장 (대한양돈협회)=소비자들이 복지형 축산물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FMD 이후, 돼지고기 소비행태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돈육 가격이 오르다보니,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돈육을 대거 수입했다. 대형마트 등에는 수입돈육이 깔렸다. 현재는 워낙 많은 돈육이 수입되다보니 처치곤란 상황이 됐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다. 당장에는 돈을 더주고, 복지형 축산물을 구입한다고 하지만, 막상 지갑을 열 때는 배를 갈아타기 일쑤다. 결국, 판로 등 소비확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농가입장에서는 인증제를 ‘규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생산자 현실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땅은 좁다. 특히 축산할 땅은 그리 많지 않다. 민원과의 싸움도 계속된다.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무턱대고 사육 수를 줄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농장 현실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에서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농가가 수용할 수 있고, 접근이 용이한 부분부터 기준이 마련됐으면 한다. HACCP이 기초다. 여러 인증제와 수위가 너무 달라서도 힘이 부족하게 된다.
먼저 정부지원을 통해 농가들이 인증제에 도전할 수 있게 끔 하는 것이 낫다. 그런 다음, 나머지 농가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조희경 대표 (동물자유연대)=인간이 그간 동물을 너무 이용했다. 동물 역시, 고통을 지각할 수 있는 생물이다. 반성해야 하고, 이것이 바로 동물복지라고 할 수 있다.
생산성, 경제성만을 내세우며, 동물복지를 부정하는 것은 정말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 특히 인증제는 일반화를 말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사람만 하면 된다.
유럽보다 기준이 까다롭다고 지적하지만, 그들은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안지키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국내 기준은 특수 의지있는 농장이 시도하게 되는 차별화 무기다. 결코, 기준수위가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동물복지 트렌드는 정말 빠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국민들 의식에 파고 들고 있다. 회원 수가 늘고, 쏟아지는 답글을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A4지 한장에 닭 두마리가 산다”. 이게 말이 되는가. 동물복지는 생산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정부가 지원해야만 가능하다”라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동물복지는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소비자들은 준비돼 있다. 마트에 가면, 방사형 계란이 불티나게 팔린다. 그 가격에 불만은 크지 않다. 복지형 축산물 역시 농가들에게 수익을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우, 의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참여농장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지원 등 제도적 정비에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
▲안유영 사무관 (농림수산식품부)=외국에서 보면, 국내 축산물 시장은 꽤 매력적이다. 소비량은 늘고,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을 꽉 닫아놓고 있을 처지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축산은 국제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동물복지는 그 수단이다. 세계 흐름에 부응하는 노력이 되기도 한다.
동물복지는 국내 축산경쟁력을 한단계 더 끌어올려놓게 된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축산물 공급’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하도록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물복지 인증제 개념은 “동물에게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해 준다”라는 측면이 강하다. 농가에게는 “더 잘할 수 있게” 지원해 주려는 의도다.
특히 밀집사육, 악취민원, 축산물 외면 등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전환포인트가 된다.
정부에서는 초기 소득분 감소에 대한 지원 등 인증농가를 적극 도울 계획이다. 판로확보 등 육성책을 마련키로 했다. 또한 복지형 축산물 홍보 등 인증제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인증제는 생산자에게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할 동기를 부여하고, 소득증대를 이끌어내는 제도다. 개방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극적인 관심과 많은 참여를 당부드린다.
■청중토론
축산단지 조성…부지난 해소 시급
反축산정서 부추기는 자극적 보도 자제
경북 영주에서 산란계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농장주는 “축산현장에서는 재입식 반대 등 환경민원이 들끓고 있다. 복지 양계를 하고 싶지만, 땅 구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마음놓고 축산을 할 수 있는 단지를 조성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제안했다.
전남 나주의 한 산란계농장 대표는 “작은 축사만 지으려해도 반대 플래카드가 나붙는다. 또한 사료값 폭등 축산여건이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갇혀있는 닭을 보면 안타깝지만, 현실이 따라갈 수 없다. 언론,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국민마음을 자극하는 사진을 자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수의사는 운송, 도축과정 등을 추가해 동물복지 세부내용을 다듬고, 영화 등을 통해 동물복지를 더욱 홍보했으면 하는 내용을 전했다.
>>Ⅰ주제발표 / ‘친환경 농장경영과 동물복지’
생산성 지수 크게 개선…농장 소득향상 기여할 것
농장동물 복지. 더 이상 미루고, 피해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과거 경쟁성장 시기 각종 개발이 최근 환경파괴 이슈로 불거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물복지는 결코, 생산성 하락을 불러오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력이 되고, 생산자에게 소득을 가져다 줄 수단이 된다.
자체조사한 결과, 수도권 소비자들은 동물복지형 쇠고기의 경우 43.6%, 돼지고기는 46.4%, 닭고기는 42.4%, 계란은 56.8%, 우유는 2.07배 더 비용을 들여서라도 구입할 의사를 밝혔다. 농촌경제연구원(KREI) 역시 소비자들은 일반축산물 대비 동물복지형 축산에 지불의향이 있다는 설문결과를 내놨다.
동물복지형 축산을 할 경우, 환경은 물론 각종 생산성 지수 또한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양, 물, 공기 등 주변 환경은 쾌적해 진다. 축산종사자는 건강경영이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를 통해 민원발생이 줄어드는 등 지역사회 공동체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게 된다.
축산물 품질을 보면, 비육의 경우, 연도, 풍미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젖소는 체세포 감소, 돼지는 연도 향상과 가열감량 감소를 가져온다. 닭에서는 연도와 명도 개선, 콜레스테롤과 가열감량 감소 효과를 보게 한다.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동물복지형 축산은 낚시로 바로잡아 먹는 생선회, 자연산 생산회 맛을 제공한다.
생산자들이 복지형 축산으로 가려면, 쉬운 것들부터 손을 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시설들을 제거해 가축이 상처를 입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건조된 깔집이 깔린 잠자리를 제공화고, 청결하고 넓은 급이 및 급수시설을 만들어 주면 된다. 단치, 단미 등을 자제해 줬으면 한다. 시간을 두고 실천해야 할 것들에는 산란계 케이지 금지, 임신돈 스톨 금지 등 시설적인 부분을 들 수 있겠다. 토지와 건물면적은 관행사육보다는 1.4배~3.9배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복지형 축산 확대를 위한 조건으로는 정부 보조 및 인센티브 확대, 농민·유통업자·소비자 인식개선, 소비자 홍보와 시장개척, 복지형 축산 기준 설정과 인증, 친환경 및 자연순환형 농업과 연계, 브랜드화 등을 꼽을 수 있다.
>>Ⅱ주제발표 /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현실 고려 단계별 추진…인증 축산물 학교급식 우선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는 지난 8월 4일 공포돼 내년 2월 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인증된 농장에 대해 축산개선 비용, 환경 및 경영의 지도·상담·교육 등 지원할 법적근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인증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국제기구의 동물복지 강화 추세, 한-EU FTA에 동물복지 조항 삽입 등 국제동향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또한 현 축산제도에는 동물복지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FMD, AI 등을 막을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증제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소, 돼지, 닭, 오리농장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현실성 등 여건을 고려해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2월 5일부터는 우선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한다. 농장인증을 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계란은 인증마크를 붙이게 된다.
인증절차는 서류검사와 전문 인증심사원 현장심사 등 2단계다. 일반기준과 축종별 개별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일반기준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으로, 축종별 개별기준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고시로 만들 예정이다. 인증기준(안)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고, 입법·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검역검사본부는 지난해 3월 이후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기준마련 TF팀’을 꾸려서 운영해 오고 있다. 여기에는 검역검사본부, 축산과학원, HACCP기준원, 동물보호단체, 협회, 학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련된 기준에는 사육밀도, 산란상·횃대 및 깔집 제공 의무화, 닭의 건강상태 점검 등이 담겨졌다. 관행 배터리 케이지 사육방법과 강제환우, 동물약품 사용 등은 금지된다.
보다 많은 농가가 복지에 관심을 갖고, 이 제도에 적극 참여했으면 한다. 특히 동물복지 축산물을 대도시 학교급식용으로 우선공급하는 등 소비촉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홍보, 마케팅 등 유통업체와 연계해 판로 확보를 추진키로 했다.
인증제는 동물복지 증진, 축산물 품질 향상, 소비자 만족도 제고, 농가소득 증대 등 주체 모두에게 윈윈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Ⅲ주제발표 / ‘동물복지 인증과 해외사례’
밀사 방지가 핵심…OIE는 운송·도축 등 가이드 마련
동물복지라는 단어가 최근에서야 회자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축산산업 발달과 함께 논의됐다.
영국의 경우, 지난 79년 사육, 수송, 도축 등과 관련, 동물복지 법틀을 마련했다. 94년에는 ‘프리덤 푸드’라는 라벨을 제정했다. 더불어 동물학대방지협회 인증제를 병행 실시해 오고 있다.
미국은 일부 주차원에서 농장동물 입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생산, 유통업체들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동물복지를 구현하고 있다.
일본 역시, 돼지, 산란계 지침을 개발완료해 보급했다. OIE는 2005년 운송, 도축 살처분 동물복지 가이드라인과 2009년 축사시설, 사양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와 달리, 국내 축산은 그간 생산성 향상, 즉 경제적 개념으로 접근해 왔다. 최소투자와 최대이윤에 초점을 맞춘 생산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해, 일부농장, 연구, 기업, 축산단체 등에서는 동물복지를 고려한 축산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FMD, AI를 겪으면서, 밀사가 가축 스트레스를 높이고, 면역력을 저하해 질병을 유발하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동물복지를 주장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게 됐다.
동물복지는 가축의 행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밀사를 막고, 면적을 늘리는 게 핵심포인트가 된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현재 관행사육보다 사육시설에 대한 추가면적이 필요하다. 아울러 새로운 사양시설과 부수적인 장치가 요구된다.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
인증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축주가 아닌 동물을 중심으로 해서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 그리고 사육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추가비용이 적고, 쉽게 접근가능한 축종을 먼저 대상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현장과 맞는 지도 고려해야 한다.
비용증가와 낮아지는 이윤을 보장할 기준마련도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동물보호법 개정, 가이드라인 개발, 인증기준 등 제도구축에 참여해 왔다. 또한 소비자, 생산자, 산업체,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농장동물복지 연구회’를 발족했다.
연구회에서는 돼지 인증기준 초안을 작성했다. 관리자, 기록유지, 시설, 사양관리, 밀도, 방목사육 등이 주요 내용이다. 토론, 공청회, 연구 등을 정리보완해 기준을 정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