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경계심이 강하다. 평상시 주위에 있는 물건에 대해서는 완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 생긴 물건에 대해서는 우선 경계심을 갖고 피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먹이는 수 일간 경계심을 풀지 않고 처음에는 극히 소량을 섭취해 이상을 느끼면 다시 섭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새로운 먹이를 안심하고 먹기까지 최소한 2일이 소요된다. 쥐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쥐를 효율적으로 방제하는 첫걸음이다. 예를 들어 쥐는 야간활동시 다니는 길목이 정해져있다. 따라서 길목을 찾아 살서제(쥐약)나 트랩을 설치하면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쥐는 보통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8~10%에 해당하는 먹이를 섭취하는데 구강 구조상 일단 먹이가 혀 위에 놓이면 자동으로 식도로 넘어가고 이것을 토할 수 없다. 이런 특성은 살서제를 섭취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쥐는 살모넬라, 렙토스피라, 선충, 선모충 등 많은 질병의 매개체로서 위생방역상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특히 쥐는 개체수가 적은 겨울이 방제작업을 하기에 가장 적당하므로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실제 축산 농가에서는 건물의 손상과 사료의 허실, 각종 질병의 전파와 위생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쥐를 구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 속병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와있는 여러 살서제의 경우 급성으로 먹자마자 죽게 되는 효과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쥐는 조심성이 많아 다른 쥐가 먹고 죽는 것을 봤다면 그 먹이를 먹지 않는 습성이 있어 반짝 효과만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다 쥐의 습성상 개체수가 갑작스럽게 줄어들게 되면 번식활동이 왕성해져 오히려 수가 증가하기도 한다. 같은 성분의 살서제를 장기간 사용할 때는 내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다른 성분의 살서제로 교체하거나 내성이 있는 쥐에도 효과가 있는 살서제를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만성 항혈액응고성 살서제인 플로쿠마펜, 쿠마테트라릴제제이다. 만성 살서제는 중독증상이 느리게 나타나므로 쥐가 계속 섭취하게 되고, 증상이 심해지면서 먹지 않게 될 때에는 이미 치사량을 섭취한 후가 된다. 따라서 기피현상이 없고 사전 미끼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사람과 가축의 경우 비교적 다량을 섭취해야 중독되므로 사고 발생가능성이 적고 중독시 비타민 K1을 다량 투여하면 회복률이 높아서 위험도가 적다. 특히 플로쿠마펜은 2세대 살서제로 내성이 있는 쥐에게도 적은 양으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해 각광받고 있다. 살서제의 사용과 함께 위생관리도 중요한데 쥐의 먹을거리와 서식장소를 제공하지 않도록 시설을 깨끗이 관리하고 쓰레기를 자주 수거하며 물건을 쌓을 때 벽과 적당한 거리를 두면 도움이 된다. 시중에 여러 종류의 살서제가 판매되고 있지만 이중에 정식으로 허가를 획득한 것은 4품목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살서제가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제품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제품 포장지에 ‘의약외품’ 또는 ‘동물용의약외품’ 표시를 확인하면 된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불법 살서제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