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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K-축산, 국민속으로 ESG 실천 캠페인(36)_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

  • 등록 2024.09.25 13:39:02

[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탄소중립 실천, 소규모 농가 비용 부담 걸림돌 해소 
강소농 중심 구조 재편…지속적 교육도 필수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작 그 중심에 있는 농민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진정으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매년 제시되는 정부의 목표가 잘 수행되고 있는지, 농민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질문이 필요한 때이다. 

 

탄소중립·값싼 고기 생산…농가의  딜레마
최근 몇 년 축산업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제시된 방안은 일관적이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분뇨 처리와 메탄 저감이 탄소중립의 핵심인 만큼 분뇨처리를 위해 퇴·액비/바이오에너지 공동자원화시설을 설치하고, 메탄을 저감할 수 있는 사료를 개발하는 사업 등이 주로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은 농가에게 여러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우선 비용 문제를 빼 놓을 수 없다. 모든 정책이 설비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만큼 일부 부담은 농가에게 전가된다. 실제 농민들이 새로운 기술 수용을 하지 않는 설문을 살펴보면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30~50%에 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논문의 한 설문조사에서 농민들이 퇴·액비/바이오에너지 공동자원화 시설을 사용할 경우 처리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각각 37.3%, 37.9%씩 나왔고, 메탄저감 사료는 사료비 상승이 걱정스럽다는 응답이 52.9%로 나왔다. 
그렇다면 농가의 이런 비용 부담이 보상으로 돌아오는가? 막상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은 농가들은 축사 냄새를 해결하고자 정부 지침에 따랐지만 빚만 떠안고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냄새 저감 시설과 냄새 포집 장치 등을 설치했지만 정작 효과가 없거나, 수치가 잘 측정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국내 축산인들은 물가를 잡겠다고 정부가 할당관세 또는 무관세로 각종 수입 축산물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상황 속에서 더 저렴한 축산물을 생산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요컨대 탄소중립 해야 한다며 각종 투자를 요구받고, 축산물은 더 저렴하게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소규모 농가들, 강소농으로 발전 필요
국내 축산업이 소농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 또한 비용 문제를 쉬이 다룰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다. 소규모 농가의 경우 생산비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쉽다. 반면 이미 기업화된 축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할 수 있다. 그들은 사육에서 유통까지 축산업의 전 과정을 소규모 농가에 비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많은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농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많은 축산 농가들이 소득 다각화를 위해 다른 농사를 짓거나 퇴비를 만들어 파는 부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투자를 강요할 경우 농민들이 축산업을 유지할 동력만 잃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일단 일정 기간 동안이라도 가능한 소농들에게 정부 지원이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강소농 중심으로 축산업이 재편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농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서, 정부 자원이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농들이 연합해 강소농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가령 한우의 경우 40마리 이하의 소농에서 수 백 마리까지 확장된 강소농이 될 수 있다면 설비 투자에 대한 농가 부담이 줄 수 있고,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교육 프로그램 필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교육이다. 위 설문조사에서 많은 농민들은 그들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로 비용 다음으로 새로운 기술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답변을 했다. 상술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의 38.5%는 양질의 조사료가 무엇인지, 17.6%는 메탄저감 사료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답변했다. 오늘날 축산업이 점차 스마트 농법과 같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지리라 예상해볼 수 있다. 
모른다는 응답은 이들이 왜 공동자원화 시설이 비싸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사용하기 꺼려하는지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농민 입장에서는 자원 활용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실천이 장기적으로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소비자들이 친환경 축산물을 선호한다거나, 친환경 축산 인증을 받을 때 미래에 외국 축산물과 경쟁 가능해질 것이라는 시장 상황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탄소중립에 대한 방안을 둘러싸고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는 현실도 농민들이 어떤 기술을 수용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령 정부는 사육 두수를 늘려가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한다. 또한 사육 두수와 토양 양분 총량제 문제를 둘러싸고는 농식품부와 농어업위의 주장이 엇갈리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와 축산업 관계자들은 농민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정부를 믿고 탄소중립 실천을 시도할 수 있도록 일관된 목소리를 내면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때에만 축산업의 탄소중립이 가능해질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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