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만영 박사 (前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과장)
꿀벌에게 있어 다양한 꿀샘식물(밀원)은 생존과 종족 번식의 근원이다. 국내 주요 꿀샘식물로는 4월 벚나무, 5월 아까시나무, 6월 밤나무, 7월 피나무 등이다.
양봉농가는 5월 강한 벌무리(봉군)을 조성해야만 꿀을 생산할 수 있다. 고도의 사회성 곤충으로 철저한 조직적인 생활을 하는 꿀벌을 다루는 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양봉은 단순한 개체사육이 아닌 벌무리 관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반면에 조직은 필요한 전략과 기술(전술)이 필요하다.
꿀벌의 상호 소통에는 페로몬(체외로 발산하는 호르몬) 방출의 화학적 소통과 몸으로 춤을 추는 물리적 소통이 있다. 화학적 소통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여왕벌이 같은 암컷인 일벌들이 산란을 하지 못하도록 산란억제 페로몬을, 유충들은 먹이를 달라는 페로몬을, 일벌들은 외적이 침입하였을 때 경보페로몬 등을 발산하여 동료들에게 신속하게 이를 알린다.
물리적 소통은 외부에서 화밀(꽃꿀)을 가져오는 외역벌이 벌통 내에서 자신의 동료들에게 먹이의 위치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춤을 말한다.
먹이의 위치가 90m 이내로 가까울 때는 원형 춤을 추며, 거리가 멀리 있을 때는 태양, 벌통, 꿀샘식물 등의 위치를 정확한 각도로 맞추어 8자춤을 춘다.
벌통 1개 내부의 일벌 수는 1만여 마리에서 최대 5만여 마리까지 밀집되어 생활하면서 상호 간에 끊임없이 페로몬을 생산하고 춤으로 동료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려주는 등 충실한 임무 수행과 왕성한 소통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고도로 발달된 꿀벌의 사회성을 국가 공공기관과 개인 기업체의 조직과 비교하고자 한다. 먼저 화학적 소통은 벌통 내부에서 작용하는 페로몬으로 상호 간의 원활한 의견 교환으로 각종 회의, 교육, 세미나, 심포지엄, 포럼, 단체활동 등이다.
다음으로 물리적 소통은 일벌이 외부 꿀샘식물의 먹이를 정확하게 동료들에게 알려주는 춤은 서로 다른 동료에게 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조직 내에서 문서 생산과 내·외부 문서열람을 충실히 하여 직장 동료들에게 일거리를 알려주고 찾는 일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면 건강하고 강한 조직이라 말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양봉산업은 이상기후로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꿀샘식물인 아까시나무의 개화기 잦은 비·바람·저온 등 불리한 기상으로 평년작 이하의 작황을 초래하여 매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겨울나기(월동) 꿀벌 폐사까지 겹쳐 양봉농가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안타까운 현실은 사양꿀(설탕을 먹여 생산한 꿀)의 식약처 승인으로 꿀샘식물에 바탕을 둔 꿀이 아닌 인위적으로 설탕꿀을 생산하여 유통하고 있다. 꿀샘식물이 부족한 시기와 겨울나기 꿀벌의 먹이로 공급되는 설탕액이 꿀로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으로 국내 양봉 기자재의 설탕물 공급 기술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설탕물 공급을 꿀벌의 생태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벌통 내의 화학적 소통은 단순화되고 특히 물리적인 소통은 없어지는 비사회성인 기이한 현상이라 말할 수 있다.
특히 외부 먹이인 꿀샘식물의 위치를 알려줄 필요가 없어 꿀벌 사회성의 퇴화를 가져와 결국 양봉장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를 조직사회에 접목하면 소비자인 국민에게 불량정책과 불량 생산품을 공급하는 것과 동일하여 조직이 기형화되면서 국가와 기업은 멸망하게 되는 이치와 동일하다.
꿀벌 사회성의 핵심은 한 개의 벌무리 내에서 여왕벌, 일벌, 수벌 등 3개의 형태가 다른 벌들이 각자가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때만이 건강하고 생산성이 높다 하겠다.
특히 여왕벌의 풍부한 산란력, 수벌의 활력적인 교미, 일벌들의 성실한 유충사육 등이다. 일벌들은 벌통 내부의 일과 외부에 나가 물을 가져오고, 꽃을 방문하여 꽃꿀과 화분을 채집하고, 나무의 껍질부로부터 프로폴리스 등을 채집한다.
꿀벌의 외부 세계는 농약, 천적, 비, 바람, 기온급감 등의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오직 벌통 내 어린 유충을 키우기 위해 목숨 걸고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여 고도의 사회성 곤충이라고 말한다.
꿀벌조직의 고도의 사회성을 국가, 공공기관, 기업체 등이 교훈으로 삼는다면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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