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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출구 없는 ‘한계 양돈장’…어쩌나

10개소 중 최소 3개소 추정…일부 농가 극단적 선택까지
개선 기대난…“사료업계 포기 땐 사육기반 붕괴” 시각도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경북 영천 양돈농가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한계 상황에 놓인 양돈농가들에 대한 조명과 함께 출구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해당 농가는 수일전 부터 자신의 농장에 사료공급이 중단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비관, 지난 10월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양돈농가들은 “고인의 농장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료회사가 명줄을 쥐고 있는 한계농장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북의 한 양돈농가는 “군 단위의 우리 지역만 해도 50%가 내농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한계농장에 대한 구체적인 집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양돈 생산성을 통해 한계농장 현황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도 크게 무리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양돈생산성 하위 30%를 ‘한계농장’으로, 또 생산성 하위 30% 이상~중위 농장까지를 ‘한계 위기 농장’ 으로 분류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지속적으로 생산성 하위권에 머무르는 농가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높다 보니 적자 경영의 위험성이 클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외상사료를 비롯한 외부 차입에 따른 금융자본 이자 부담의 증가와 더불어 또 다시 생산비 상승 및 적자경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적용됐다.

이럴 경우 국내 양돈장 10개소 가운데 최소한 3개소 이상은 농장 부채가 자산가치를 넘어서며 농장주로서 자의적인 소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한계 농장’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돼지 질병 발생과 정상화 지연, 과도한 시설 투자에 따른 채무 부담시기가 마침 낮은 돼지가격과 맞물리며 급속한 경영난에 처하는 사례도 한계농장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한계농장을 판단하는 생산성의 기준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양돈전산프로그램 한돈팜스 입력농가들을 분석한 결과 생산성 하위 30%의 경우 MSY 14두대의 농가가, 생산성 중위는 MSY 17두대의 농가들이 각각 포함된다.

하지만 고생산비 시대, 저돈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금 수준의 생산성 중위 농가들도 안심할수 없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만큼 한계농장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 북부의 한 양돈농가는 “2020년 이전만 해도 MSY 17두 정도면 버틸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사료가격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고, 가을철 돈가 기준으로 올해와 같은 추세가 꾸준히 이어져야 적자경영은 면할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로인해 일각에서는 “만약 사료업계가 한계농장을 일시에 포기할 경우 국내 사육기반의 급속한 붕괴 사태도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다.

사료가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재정 악화로 인해 일반 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양돈장 대부분이 여러 가지 형태로 사료회사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해 온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한 양돈컨설턴트는 “사료회사들이 명줄을 쥐고 있다는 건 다른 한편으로는 사료회사 덕분에 한계농장들이 버티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외상사료 대체를 위한 사료구매자금은 물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부 지원 혜택도 불가능한 실정에서 한계농장의 생산성 및 경영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출구전략도 다르지 않다.양돈장 매각은 사실상 한계농장에게 결정권이 없다. 오히려 양돈장 매각시 그나마 지탱해 온 가계유지 조차 힘들게 된다. 이로인해 “자의에 의해 농장 매각을 추진하는 경우라면 빚 잔치 후 건질게 있는 농가의 몫”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범 양돈업계 차원의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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