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외산멸균유·식물성 대체음료 수요 증가 전략 대응
국산우유 인증점 확대 총력…차별화된 가치 알려야
▲국내 카페시장 현황·우유소비 연관성
국내에서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일상 속 습관처럼 소비되며 한국 카페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카페매장수는 11만9천700개로 불과 10년 사이에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23년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52잔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이 가운데서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료는 아메리카노와 라떼류로 조사됐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랩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서 커피 종류별 섭취 비중은 아메리카노가 49%로 가장 높았으며, 라떼가 33%로 그 뒤를 이었다.
일반적으로 라떼 한잔에 들어가는 우유량은 200~250ml정도다.
단순계산만으로 국민 한 명당 연간 123잔의 라떼를 마심으로써 이를 통해 섭취하는 우유량만 25~31L에 달한다.
또,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수입 유제품의 소비 확산에 따른 전략적 대응 방안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카페의 우유 사용 메뉴와 비사용 메뉴의 매출 비중이 각각 48.1%와 51.9%로 우유를 사용한 음료의 수요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엔 밀크티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밀크티 전문매장도 생겨나면서 카페시장에서 우유소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클래식 밀크티의 경우 보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잔을 돌파, 출시일부터 매일 6만6천잔이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중국의 유명 밀크티 프렌차이즈가 국내서 런칭하는 등 매장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처럼 카페시장이 확대되고 우유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우유소비 감소로 고심이 깊은 유업계에선 카페업계와 손잡고 B2B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서울우유, 매일, 남양, 연세, 동원F&B 등은 라떼 제조에 적합한 우유와 같은 카페전용 우유를 생산, 카페업계와 공급계약을 맺고 고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 카페 입장에서도 우유소비가 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이고 일정한 품질의 우유를 공급받고 계약을 통해 일반우유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우유를 구매 할 수 있어, 대부분의 대형 프렌차이즈가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하고 있으며, 유업계도 카페시장에서의 영역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국산우유 사용 확대의 걸림돌
멸균유는 멸균과정을 거치면서 맛이 변질되기 때문에 소비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카페점주들도 우유를 바꾸면서 생기는 맛의 변화를 우려해 기존의 제품을 바꾸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 카페를 중심으로 외산 멸균유를 사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상위 10개가 국산우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커피 프렌차이즈는 우유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현 고물가 상황에도 거대한 자본력 덕에 국산우유 사용에 지장이 없다.
반면, 인건비, 원두값 등 제반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소규모 카페 점주들로서는 국산우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기간이 긴 외산 멸균유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카페는 대표적인 영세업종이다. 프렌차이즈 카페 매장수는 2023년 기준 2만3천여개 수준으로 결국 나머지 10만여개의 점포가 개인업자가 운영하는 셈이다. 게다가 카페 평균 면적은 78.4㎡으로 21.5%가 30㎡의 소형 매장인 점 등을 고려하면 카페시장에서의 국산우유 소비 확대에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또, 식물성 대체음료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우유를 대신해 오트 또는 아몬드 음료, 두유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맛에 대한 취향, 유당불내증 등 건강상의 이유로 또는 가치소비 관점에서 식물성 대체음료가 하나의 대안으로 선택될 수는 있지만, 잘못된 명칭 표기로 인한 시장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오트 음료’에 우유를 쓰지 않음에도 원재료 선택 시 ‘우유’라고 표기하는 등 소비자 혼란을 야기한다는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에 해당 프렌차이즈에선 기존의 ‘우유’ 표기를 ‘음료’로 바꾸거나 추가하는 등의 시정 조치에 나섰으나, 여전히 상당수의 카페 매장에선 무분별한 ‘우유’ 표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산우유 사용 확대 위한 낙농업계의 노력
낙농업계는 카페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국산우유 소비 증진에 힘쓰고 있다.
우유자조금은 2015년, 2017년, 2018년 스타벅스코리아와 함께 우유사랑라떼 캠페인을 벌였다.
캠페인 기간 동안 카페라떼 주문고객들에게 사이즈 업 혜택을 제공하고 판매한 카페라떼 한 잔당 50원씩 적립해 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2017년엔 두 달 동안 77만명이 동참해 87톤의 우유가 초과소비됐으며, 2018년에도 약 100톤이 소비된 바 있다.
또, 이디야, 브레덴코 등 카페 프렌차이즈와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국산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빵과 음료 출시로 국산우유의 가치 전파에 나섰다.
올해엔 신규사업으로 국산우유사용 인증점 운영 및 홍보사업도 추진 중이다.
국산우유만을 사용하는 소상공인 카페를 대상으로 인증점을 모집하고 매장 소개, 현판 비치, 이벤트 진행 등을 통한 사후관리로 인증점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으로 6월 기준 103개의 매장이 인증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유자조금은 지난해 KMRI 연구팀에 의뢰해 ‘수입산 멸균유와 국산 멸균유·살균유의 관능 특성을 비교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산우유가 라떼음료에 더 적합하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조사 결과 전문가 패널 10명을 대상으로 관능평가를 실시한 결과 카페라떼 제조 시 쓴 맛과 커피와의 조화로움 부족으로, 전체적인 평가에서 외산멸균유가 국산살균유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은 것.
또, 원유 품질이 낮거나, 열악한 저장조건, 장기간 운송 등의 영향으로 외산멸균유가 우유 품질평가의 지표가 되는 가수분해산패도와 지방산패도 부분에서 국산우유보다 뒤떨어진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가격이 싸고 보관기관이 긴 외산멸균유가 무조건 능사가 아니란 사실을 입증했다.
업계에선 국산우유의 신선함과 안전정을 부각시켜 우유 사용 메뉴의 맛을 중시하는 카페 점주들에게 국산우유의 관능측면 우수성을 강조함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가격에 대한 한계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또, 식물성 대체음료는 생산공정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 우유와의 영양상 차이,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과 동물복지를 위한 노력을 어필하고, ‘우유’ 표기로 인한 오인지가 소비자들의 올바른 소비를 방해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 혼동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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